국가 항생제 내성관리대책, '2015년 대비 2020년 인체 사용량 20% 줄이겠다' 목표 제시
대한항균요법학회 "2년 남았는데 정부 제도적 지원 부족…목표 달성 위한 검토 필요"

▲ 대한항균요법학회 항생제관리분과 배현주 위원장은 '2018 항생제 내성 예방주간 전문가 포럼'에서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정부가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National Action Plan on Antimicrobial Resistance)'을 발표하며 인체 항생제 사용량을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이를 위한 실제적인 정책 지원이 미미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16년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이 발표된 후 2년이 지났고 목표 달성까지 2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임에도 의사들에게 와닿는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균요법학회는 13일 여의도 CCMM빌딩에서 '2018 항생제 내성 예방주간 전문가 포럼'을 열고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통해 인체 항생제 사용량을 2015년 의약품 규정 1일 사용량(defined daily dose, DDD) 1000명 당 31.7DDD에서 2020년 25.4DDD로 20% 줄이고, 급성 상기도염 감염 항생제 처방률을 44%에서 22%로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2020년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다는 게 학회의 전언이다.

학회 항생제관리분과 배현주 위원장(한양대병대 감염내과)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동물에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 마련이나 제도 지원이 없다.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회는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핵심 정책 지원으로서 세 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일차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항생제 처방은 주로 의원급에서 이뤄지고 있기에 항생제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 곳에 인센티브를 지원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은 정부가 적정 항생제 사용 교육 프로그램 및 처방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항생제 사용량을 줄인 의원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그 성과로 2014~2015년 국가 항생제 사용량을 의원급에서 4.3%, 병원급에서 5.8% 줄인 바 있다.

이와 함께 학회는 종합병원 이상에서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며, 병원 내 항생제 관리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위원장은 "내후년이 2020년이다. 지금부터라도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항생제 사용량은 줄지 않는다"며 "실제 생활에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 및 정책 마련을 위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한항균요법학회 김성민 회장(인제의대 해운대백병원 감염내과)은 "2015년에 비해 2020년에 인체에 사용하는 항생제 사용량을 20% 줄이고 감기에 처방하는 항생제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높은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며 "2020년까지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는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점검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다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회는 국내 항생제 사용에 관한 자료 분석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민관에 공개하고, 정부와 민관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 위원장은 "심평원이 항생제 사용에 대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아 민관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심평원과 건보공단 자료를 공개하고 정부와 민관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항생제 사용 실체를 알 수 있고 정책도 만들 수 있다. 정교한 자료 분석을 위한 정부와 민관 협업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항생제 사용량 관리를 위한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 (좌부터) 대한항균요법학회 김성민 회장, 항생제관리분과 배현주 위원장, 내성균관리분과 엄중식 위원장, 원헬스분과 정석훈 위원장.

"중소병원·장기요양병원에 항생제 내성균 전파 차단 위한 지원 필요"

항생제 내성균 전파 차단을 위한 중소병원 및 장기요양병원의 감염관리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소병원과 장기요양병원은 내성균 확산의 중요한 거점이 되지만, 이곳에서 내성균 보균자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대처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 

내성균관리분과 엄중식 위원장(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은 "중소병원과 장기요양병원의 항생제 내성균 현황은 심각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 중소병원이나 장기요양병원의 역학조사를 보면, 이미 광범위하게 항생제 내성균이 확산됐고 토착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항생제 내성균 전파 차단을 위해 대형병원뿐 아니라 중소병원과 장기요양병원의 감염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중소병원 및 장기요양병원의 감염관리를 위한 정부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엄 위원장은 "다제내성균 감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감시에 필요한 배양검사와 유전자검사(PCR)를 (병원에서) 재정 부담 없이 필요할 때 적절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보균자를 따로 격리할 수 있도록 격리실 운영을 위한 건강보험 급여가 현실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제내성균 보균 환자 정보를 의료기관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다제내성균 보균 환자의 전원이나 이송 과정에서 이들을 선별적으로 격리하고 지속적으로 감염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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