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발사르탄 이슈 관련 토의 세션 열어
미국·유럽과 달리 크게 이슈화…"현 제네릭 의약품 제도라면 언제든지 재발 가능"
식약처 관리·감독 '안일'…서류만으로 원료선 변경 가능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식약처의 안일한 관리·감독도 발사르탄 이슈를 크게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제네릭 의약품은 허가 전 양질의 고가 원료를 사용하지만 허가 후에는 품질 보장이 어려운 중국, 인도 등의 저가 원료로 변경하는 상황이다. 이때 허가 후 원료선 변경 시 제제 특성만 보는 비교용출자료만 제출하면 된다.
까다롭게 의약품을 관리해야 함에도 서류만으로 원료선 변경이 가능해 제약사에서도 이를 악용하고 있는 실정인 것.
이형기 교수는 "원료선 변경은 서류만으로도 가능하다. 이에 많은 제약사가 하나의 의약품에 여러 개 원료선을 둔다"며 "한 원료의약품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FDA는 원료선 변경을 중요한 변화로 간주하고 반드시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경우에 제조업체 실사를 진행하며, 현장에 방문해 원료가 제대로 공급되는지 직접 확인한다.
이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2014년부터 완제의약품 및 원료의약품을 중국 또는 인도 등에 의존하면서 자체적으로 완제·원료의약품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비춰봤을 때 식약처도 완제·원료의약품 관리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서울대 약대 정진호 교수(위생화학·독성학)는 "완제·원료의약품에 포함된 불순물을 줄이기 위해 철저한 의약품 원료 국가 관리 및 검사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형기 교수는 "원료의약품 제조업체의 현장 실사와 주기적인 정보 갱신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료계-환자, 커뮤니케이션 부재…"위기관리에 실패했다"
아울러 정부, 의료계 그리고 국민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해 위기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발표 시점의 문제다. 식약처는 문제가 된 발사르탄 리스트 발표를 대부분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주말에 했다. 이후 판매 중지를 내린 발사르탄 중 일부에 대해 판매 중지를 해제하고 재발표하면서 진료 현장의 혼란을 키웠다.
이화여대 김영욱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는 "환자들은 자신이 복용하는 약이 문제의 약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할 수 없어 주말 내내 불안해했다"며 "식약처가 신속하게 대처한 것은 좋지만, 국민들을 생각했다면 주말에 발표를 해야 했을까. 이해 당사자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약처는 (발사르탄 리스트 1차) 발표 후 이를 뒤집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나중에 위기 자체의 문제가 아닌,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된다"면서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지금은 (식약처가) 신뢰를 깨버리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의료진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불확실성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이와 달리 국민들은 위험한 게 하나도 없는 'Zero Risk'를 원하기 때문이다.
즉 의료진과 국민들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기에, 평소에 의료진이 국민들과 신뢰를 쌓고 이들에게 문제를 관리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욱 교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선 진료현장에서 환자를 보는 의료진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개선돼야 한다. 의료진과 환자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커뮤니케이션) 시뮬레이션과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며 "국민과 평소에 소통하고 평판을 제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욱범 교수는 "식약처가 월요일에 발사르탄 이슈를 발표했어도 주말에 왜 미리 발표하지 않았는지 지적이 나왔을 것"이라며 "결국 정부와 의료진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환자들과도 (신뢰 회복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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