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오진 따른 의사 구속 사태 규탄 나서…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요구

▲ 대한의사협회는 11일 대한문 앞에서 제3차 전국의사총궐기를 열고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날 총궐기에는 주최측 추산 1만 2000명의 회원들이 운집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의사들이 거리로 또 나왔다. 오진에 따른 의사 구속 사태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민건강 무너진다! 의료환경 바로세우자!'를 주제로 11일 대한문 앞에서 제3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세 번째로 열린 이날 전국의사총궐기대회는 최근 오진에 따른 의사 3인의 구속 사태를 두고 진료거부권과 (가칭)의료분쟁특례법 도입을 요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1만 2000명(주최측 추산)의 의사들은 대한문 앞에 집결해 "의사들은 교도소에 가지 않기 위해 진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외쳤다. 

▲ 11일 열린 제3차 전국의사총궐기에서 의협 최대집 회장은 확대연석회의 결과를 보고하며, 정부에 총파업 의사를 전달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의료, 한 번은 멈추겠다"

이날 의협은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요구하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의사들은 그동안 매우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도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 하나로 온갖 희생을 묵묵히 감수해왔다"며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몰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제는 굴욕적인 삶을 버리고 당당히 우리 손으로 의권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최선의 진료를 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감옥에 갈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의료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의협은 총파업을 고려할 방침이다. 

의협에 따르면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확대연석회의에서는 총파업에 동의하며, 실행 시기와 방식은 의협 집행부에 전권 위임했다. 

최 회장은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의료를 한 번은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앞장서 의료구조를 개혁할 수 있도록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비롯해 의사면허 박탈 법안과 한의사들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외쳤다. 

▲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을 비롯해 구속된 의사 3인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단체는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진료를 할 수 없는 환경에 놓였다고 개탄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진단 잘못한 의사는 구속?"…분노한 의사들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의사가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한 것은 부적절한 판결"이라며 "의사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 최대한 신처럼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인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우리 의사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교도소에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득이하게 진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국민들이 힘들어지고 의료는 퇴보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판검사들은 오판 등을 두고 직무상 수행한 업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의사에게만 신의 경지를 요구하는가"라며 "우리는, 이 땅의 의사는 언제라도 갑자기 중범죄자가 돼 구속될지 모른다는 이유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의료사고에 대한 사회적 대책은 의사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 아니라 원인분석과 재발방지를 위한 의료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외쳤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진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소신 없이 과도한 검사에만 메달리고, 교도소에 가지 않기 위해 무조건 방어진료를 해야 할 상태"라며 "어떤 의사가 100%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가. 진단을 잘못했다고 구속한다면 의사는 진료를 포기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김 회장은 "의사들은 환자 곁에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결과가 잘못되는 순간 가해자가 되고 법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된다"며 "더 이상 대한민국 의사를 적대적인 감정으로 대하려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은 '심판의학'을 걱정해야 할 사태가 됐다고 했다. 

박 회장은 "법정 구속도 모자라 공동정범으로 보고 단체로 의사들을 구속시켰다. 우리가 범죄를 공모했는가"라며 "이제는 심평의학에 이어 '심판의학'까지 진료 현장을 옥죄고 있다. 이는 진료현장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 이날 의협 최대집 회장을 비롯한 의료계 지도자들은 청와대 앞에 모여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요구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소신진료 위해 '의료분쟁특례법' 도입해야"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이번 의사 3인 구속사태에 직접 연관된 학회와 전공의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미숙한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의성 없는 진료 과정에서의 결과에 책임을 물어 구속시키는 건 잘못된 판결이라는 주장이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는 "의사들은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면 민사 소송에서 손해배상을 해주고 형사 소송에서 금고형을 받아 법정 구속되고, 정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악성 댓글로 인격 살인도 당한다"며 "결과가 부정적이라고 형사적 책임을 묻는다면 어느 의사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이 이사는 "사법부에는 아직 법과 양심에 따라 올바른 판결을 내리는 법관들이 많을 것"이라며 "올바른 판결이 내려지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의료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판결을 내릴 게 아니라 양심과 소신에 따라 진료할 수 있도록 의료분쟁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은 "미숙한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의 입장을 재판부가 이해한 후 내린 판결인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되지 않고 의료인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의료시스템의 개혁과 함께 의료분쟁특례법을 하루 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공의들도 항상 희생양은 전공의였다며 두려움에 떨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이번 실형 선고와 법정 구속 조치는 전공의들에게 큰 짐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두려움에 떨고 싶지 않다"며 "이제 대한민국은 전공의가 수련하기에 위험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각오로 버티라고 동료들에게 더 이상 말하기 어렵다"며 "전공의가 안전하게 수련 받을 수 있고 국민들이 건강해질 수 있는 안전한 의료환경을 원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의료계는 청와대까지 행진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요구했다. 

의사와 국민 모두가 안전한 환경 속에서 최선의 의술이 행해질 수 있도록 의료분쟁특례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광역시의사회 양동호 회장은 "의사는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희망 하나로 의료행위를 하지만 현장에서는 불가항력적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며 "이런 의료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판결은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방어진료를 부추기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합의의 조속한 이행도 촉구했다. 앞서 의-정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의 단계적 추진을 합의한 바 있다. 

양 회장은 "의정합의를 통해 서로가 함께 했던 사항을 국민건강을 위해 조속히 이행돼야 한다"며 "의료는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에 직결된다는 것을 고려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반영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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