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회, 의사 3인 구속 사태 반발… "의사 실수 방지할 시스템 개혁해야"

대한가정의학회는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의료계 논란이 되고 있는 오진으로 인한 의사 3인 구속 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학회는 오진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형사적으로 처벌할 게 아니라 실수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환자가 복통으로 방문했다면 흉부 엑스레이는 주의 깊게 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관련이 있든 없든 모든 판독지를 세세히게 보는 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일이다"

대한가정의학회는 9일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구속사건'을 주제로 한 간담회에서 진료 과정에서 오진은 항상 발생할 수 있어 이를 범죄로 취급, 형사적 처벌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3년 경기도 모 병원에서 8세 환아가 복통을 호소하면서 응급실에 내원한 후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의사의 진료를 받았지만 결국 횡격막 탈장 및 혈흉으로 다른 병원에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수원지방법원이 응급의학과 의사 송모 씨와 가정의학과 전공의 이모 씨에게는 금고 1년을, 소아과 의사 전모 씨에게는 금고 1년 6개월이라는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에게 실형이 선고된 데는 오진이 이유가 아니라 주의의무 위반이다. 3명의 의사가 4번의 진료를 보는 동안 흉부엑스레이를 주의 깊게 보지 않았고, 해당 전공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 소견을 읽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를 두고 학회 이덕철 이사장은 "많은 사람이 엑스레이 사진을 보지 않거나 판독 소견을 보지 않는 일은 흔한 일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일부러 안 본 건 아닐 것"이라며 "누구나 실수는 있다"고 주장했다. 

심재용 수련이사는 "환자의 엑스레이를 거의 대부분 보지만, 복통으로 내원한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를 주의 깊게 보지 않는 건 사실"이라며 "관계가 있던 없던 모든 판독지를 보는 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구속된 의사 3인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에는 잘못이 있지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오진을 형사적 범죄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됐다는 게 학회 측의 주장이다. 

"실수도 없을 시스템 만들어야"

이에 학회는 의사의 실수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상적인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를 범죄로 연결, 그 책임을 형사적으로 지는 것은 재발 방지에 효율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덕철 이사장은 "흔치 않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고의성 없이 발생한 부정적 결과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어 의료인을 구속하는 건 재발을 막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의사 과실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환자 안전이 지켜질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선진국에서도 과거에는 과실이 있는 의사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게 추세였지만,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최근에는 실수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려는 흐름"이라며 "정부에서 나름대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이번 전공의 구속 사태는 전공의 교육과 환자 안전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환자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려면 전문의 위주의 진료가 필요하기에 전공의 교육을 위한 수련시스템은 부재할 수 없고, 전공의 교육을 위한 시스템 마련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전공의가 환자 진료에 투입돼야 하기에 둘 모두를 아우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회 심재용 수련이사는 "환자 안전과 전공의 교육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런 시스템 안에서 의사들이 소신진료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협은 이번 사태에 반발, 오는 11일 진료거부권과 (가칭)의료분쟁처리특례법을 요구하며 전국의사총궐기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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