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행위, 의사 지도에서 처방으로…단독개원 가능성 두고 마찰 불가피
국회·한의협, 직역별 단독법 추진 지지 발언 이어져…"의사 독점구조 깨야"

국회는 물리치료사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물리치료사를 비롯해 이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동원됐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물리치료사들이 물리치료 면허 업무체계 재정비 등을 위해 이른바 '물리치료사 단독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물리치료사 단독법이 제정될 경우 단독개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어 마찰은 불가피해보인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물리치료사법 제정을 주제로 재활보건의료체계의 혁신과 변화를 위한 1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김기송 부회장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가칭)물리치료사법은 ▲물리치료사 정의 ▲업무범위 ▲전문물리치료사 도입 ▲협회 및 공제회 설립 등의 내용이 골자다. 

특히 이 가운데 물리치료 면허에 해당하는 업무범위를 설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물리치료 행위를 의사의 지도가 아닌 '처방'으로 정의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의사가 물리치료사를 지도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는 게 물리치료사들의 주장이다. 

물리치료사협회에 따르면 실제 의사가 있는 공간과 물리치료서비스가 이뤄지는 공간인 물리치료실은 분리돼 있다. 현실적으로 100% 처방전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따라 물리치료사법이 제정되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제외되며, 의사의 지도는 처방으로 바뀌게 된다. 

김 부회장은 "물리치료 영역이 의료기관 이외에 지역사회로 확장되고 있음에도 현행법은 의사의 지도를 전제로 하고 있어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기관에서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처방을 전제로 한 물리치료업무, 지역사회에서 행해지는 재활요양, 물리치료에 필요한 기기 및 약품 사용·관리 등도 의사의 지도 없이 물리치료사 고유 업무로 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물리치료사가 이처럼 나선 데는 현행법과 달리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의 지도는 사실상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부회장은 "물리치료사들은 의료기관에서 업무를 시행하기 전 의사로부터 물리치료에 대한 내용을 지도 받은 적 없다"며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따는 이유로 원천봉쇄하려는 의료계의 주장은 비효율성을 이용한 경제적 착취"라고 비판했다. 

물리치료사법을 제정함으로써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커뮤니티 케어에 기여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부회장은 "만성퇴행성·뇌혈관계질환 및 근골격계질환 등의 증가로 국민재활비용 증가에 물리치료사법은 재활의료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이라며 "노인, 장애인 등 신체적·정신적 기능장애에 대해 지역사회 기반 재활요양서비스는 커뮤니티 케어의 성공적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 참석자들도 힘을 보탰다.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용재 교수는 물리치료사법 등 각 직역별 독자법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서비스 활동은 의료법 등 일부에 가둬두고 있어 이에 따른 전문성 향상과 독자적 영향력 및 역할 증대를 차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건강증진을 저해하는 문제를 초래할 뿐 아니라 향후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비 관리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물리치료사법을 포함해 개별 의료인, 의료기사의 독자법 체계로 발전해야 보건의료환경에 비용 대비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김경호 부회장도 물리치료사 인력의 다양성·전문성·분업화를 인정하는 한편, 의료독점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단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물리치료사법에 한의사의 처방권에 대한 내용과 물리치료사 양성과정에 한방물리요법에 대한 교육과정을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대한물리치료사협회는 단독법 제정을 요구했고, 대한의사협회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한편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단독법 제정을 통한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직역별 단독법 목소리 높이는 국회·한의협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과 대한한의사협회는 직역별 단독법 제정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은 "국내 보건의료 관련 제도는 이해관계로 인해 변화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특히 의료기사법은 1960년대 제정된 법률에 기초하고 있다"며 "그동안 전문화, 다양화, 분업화된 보건의료인력 시스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참고해 재활서비스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물리치료사들이 재활보건의료에서 높은 수준의 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의사의 처방 아래 물리치료를 한다는 원칙은 견지하되 물리치료사들의 활동 영역은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 내 만성질환 환자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수 있고 건보재정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의협은 직역별 단독법 제정을 통해 의사의 독점 구조를 깨자고 했다.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국민 70%는 만성질환으로 사망하고 있어 더 많은 직역이 협력을 통해 질병을 관리해야 한다"며 "이는 의사 독점 구조의 의료법 해체를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의사의 지도 하에'라는 이상한 명목이 아니라 모든 직역이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 체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의사의 독점 구조를 깨려면 모두가 연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대 공식화 한 의협...복지부 "단독법, 실익 따져봐야"

상황이 이렇자 의료계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물리치료사법 제정은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는 "물리치료사를 의료기사 종별로 인정하면서 별도로 규정할 경우 다른 직역과 차별돼 직역간 다툼이 발생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모든 의료기사의 개별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리치료사법처럼 의사의 처방을 받아 물리치료사가 독자적으로 물리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면, 부작용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곤란해질 뿐 아니라 그 책임소재에 대한 불명확성으로 인해 환자의 건강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물리치료사 단독개원에 대한 우려도 했다. 

김 법제이사는 "물리치료 검사 및 기기·약품관리의 고유업무 정립, 전문물리치료사제도 도입, 물리치료기록부 작성 등은 물리치료사가 물리치료 행위 전반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는 각각의 행위별로 고유성과 전문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결국 단독개원을 용이하게 만드는 방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아직 발의되지 않은 법안인 만큼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단독법 제정에 따른 실익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은 "국가별로 어느 정도 물리치료사의 업무범위를 규정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물론 별도법을 통해 실익이 실현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제정법 추진 전 물리치료사협회, 의료계 모두가 준비돼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리치료사법이 실제 제정됐을 때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권 사무관은 "물리치료사법 제정을 전제로 한다면 법적 책임도 고민해야 한다"며 "모든 의료행위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의료인에게 있다. 하지만 물리치료사법에 따라 독자적인 공간에서 처방을 받아 물리치료 행위가 이뤄진다면 법적 책임은 어디에 둬야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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