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G, AGA 등 IBD 치료에 정신의학적 접근 강조돼
이창균 교수 "국내도 심리 상담 수가 인정하고, 가이드라인에 반영해야"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우울증 치료로 염증성 장질환(IBD)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소화기연구학회(ACG)가 지난해 발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IBD의 예방적 치료를 위해 환자의 우울 및 불안 증세를 검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4년 Psychosom Med에 실린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 Mittermaier 박사의 연구를 필두로 2016년 Inflamm Bowel Dis에 실린 호주 디킨대학 Antonina A Mikocka-Walus 박사의 연구에 이르기까지 우울증과 IBD의 연관성을 보여준 10여 개의 연구를 토대로 했다.

또한 가장 최근 연구인 지난달 18일 Gut에 실린 캐나다 캘거리의대 Alexandra D. Frolkis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항우울제를 복용한 우울증 환자는 IBD인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발병 위험이 각각 23~37%, 41~66% 더 낮았다.

올해 미국소화기학회(AGA) 리포트를 보면 IBD 뿐만 아니라 모든 소화기 질환에서 정신의학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소화기 전문의가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해야 한다는 전문가 리뷰를 올해 게재했고, 심지어 심리소화기(psycho gastroenterology)라는 새로운 명칭이 나올 정도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분석 결과 IBD로 진단된 환자의 1년 내 우울증 발생률은 평균 17.5%로 높게 나타났다. 질병으로 인한 우울증, 불안증의 빈도가 매우 높고, 업무 생산성·사회 활동 저하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울증과 IBD의 연관성에 대해 경희대병원 이창균 교수(소화기내과)는 “뇌와 장은 연결 고리가 있다고 흔히 이야기한다. 우울증과 IBD는 쌍방향적인 연관성이 있다. 소화기는 제2의 뇌라고 할 정도로 신경과 관련된 증상이 많다. 다만 아직은 그 메커니즘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과민성 장증후군(IBS)으로 한정돼 연구가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IBD, 위식도역류질환(GERD) 등 여러 소화기 질환에 대해 정신의학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심리학적 종합진료시스템으로 IBD 치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경희대병원 IBD 센터가 ‘사회심리학적 종합진료시스템’을 국내 처음 도입한 것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사회심리학적 종합진료지원시스템은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등 염증성장질환 환자와 가족에 대해 소화기내과뿐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사회복지사 등이 함께 진료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해외에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 대해 의료진뿐 아니라 사회복지사의 심리사회적 스크리닝, 치료 의뢰, 정부 지원 연계를 통한 지원 마련 등으로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주로 △심리상담센터 상담 기반 스트레스 대처법 안내 △사회복지지원제도 △정신건강의학과 연계 치료시행 △환자와 가족 지지 모임 △인지행동치료 등 종합적인 사회심리학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BD 센터의 정신의학적 진료 시스템의 현재까지 행보는 긍정적이다.

이 교수는 “과거 외래 진료에서 1회성으로 시작했던 것이 IBD 센터로 넘어오면서 장기간 검사와 상담 형식으로 바뀌었다”며 “환자 전문 심리 상담팀과 면담해 다시 약속 잡고, 추적 관찰 횟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년 여성 IBD 환자 사례도 언급했다. 환자는 IBD가 자식에게 유전될 것이라는 죄책감에 스트레스를 안고 있었다.

그녀는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IBD는 가족성 경향은 있으나 일반적으로 유전될 확률이 높지 않아 과도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점을 인지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처럼 진료 현장에서 환자가 얘기 하지 못하는 것을 전문 프로그램으로 해결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이 교수는 “더욱 적극적인 프로그램을 원하는 환자도 있어 그룹치료나 공개적인 치료 또한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약물치료는 일정 수준 이상 보편화됐기에, 환자 삶의 질이 치료에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며 “정신·사회적 문제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최근에 중요한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 경희대병원 IBD 센터

IBD 환자 심리 상담 수가 인정해야

그러나 IBD에 정신의학적인 치료를 적용하는 데 장애물이 가로 막고 있다.

의학적 치료는 수가로 인정되지만, 환자 심리 상담은 아직 수가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환자를 위한 봉사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의사들도 관심이 소홀한 측면이 있다.

이 교수는 “상담 시간을 수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연구자들이 강조하고 이슈화해야 한다. 또한 국내 IBD 가이드라인에는 우울증 치료 언급이 아직 없기에, 국내 학회에서도 진료 가이드라인에 조속히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지원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가 하고 있는 노력도 덧붙였다. 현재 이 교수는 IBD로 새로 진단된 국내 환자의 우울증·불안 빈도, 사회성, 경제력 등을 평가한 '한국형 IBD 코호트(MOSAIK) 구축' 연구 간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논문 투고와 11월 아시아태평양소화기 학회 발표를 앞두고 있다”며 “IBD 환자의 정신·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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