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교수, "복지부는 지금 미로 찾기 하고 있다" ... 임종한 회장, "의료 쪽 준비 안 돼 있어"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커뮤니티케어를 보건복지부와 일부 학자 중심으로 기획하고 준비하면 '반짝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보건의료 및 사회복지분야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지만 수용성과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볼 때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 열린 전국대학보건학교육협의회·한국보건대학원협의회 종합학술대회에서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가 한 말로 그동안 여러 전문가의 지적과 맥이 닿아 있는 걱정이다. 

이 교수는 커뮤니티케어를 과일 바구니에 비유하며, 지금은 바구니에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무작정 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구니에 커뮤니티케어만의 색깔을 내는 과일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커뮤니티케어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정책 방향임에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 문제와 해결 방향은 알지만, 정확한 길을 몰라 찾아 헤매는 상태 즉 미로 찾기를 하고 있다"며 "커뮤니티케어는 하나의 방법(수단)일 뿐 만능키가 아니다. 지금은 모형을 개발할 때다. 또 커뮤니티케어의 목표와 표적 집단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이런 걱정을 하는 배경에는 복지부가 기획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가 과거 보건소가 했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지난달 열린 한국만성기의료협회 추계 세미나에서 건국대의전원 이건세 교수는 현재 정부가 준비하는 커뮤니티케어에는 큰 그림이 없고, 기존의 사업을 끌어다 놨을 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 교수도 복지부가 그리는 커뮤니티케어에서 보건소 역할이'돌봄 통합창구'로 명칭만 달리했기 때문에 구호로만 끝날 것 같아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보건과 의료 연계와 인프라 구축 먼저 해야" 

복지부는 커뮤니티케어 청사진을 8월 말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10월 말로 미뤄졌고, 10월 말에도 결국 공개하지 못했다. 커뮤니티케어가 가야 할 방향을 그리고 세부 그림을 짜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커뮤니티케어 성공을 위해서는 의료와 보건의 연계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커뮤니티케어보건의료협의회 임종한 회장(인하의대 예방의학과)은 "보건 쪽은 보건소 240개가 잘 갖춰져 있어 복지 분야는 걱정이 없을 정도다. 의료 쪽이 문제다. 이 분야는 소통도 안 되고, 준비도 거의 돼 있지 않다"며 "의료 분야는 대부분 병원 기반으로 굳어져 있다.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또 커뮤니티케어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 서비스를 확보해야 하고, 주거와 이동, 일자리 등에 대한 지원이 촘촘해야 한다는 얘기다.

 

임 회장은 "지역사회의 대대적인 공동 거주시설이 있어야 탈 병원화와 탈 가족화가 동시에 가능하다"며 "시설에서 가정으로 복귀 시 돌봄 노동의 부담이 없어야 하고, 충분한 재가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또 시설 재가로 제공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방문 서비스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정책 분권화와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보건소를 움직이려면 행정안전부와 복지부가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커뮤니티케어가 자리를 잡으려면 방문진료(재택의료서비스)를 위한 의료법이나 보건지소나 보건진료소 활용을 위한 지역보건법 개정, 민간병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 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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