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최근 의학계의 화두 중 하나가 '의료 빅데이터'다. 의료 빅데이터 연구로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를 앞당겨 의료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전 국민 보건의료 데이터가 모이기에 그야말로 빅데이터 연구에 최적화돼 있다. 때문에 국내 의학계에서는 이를 활용한 빅데이터 연구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열정은 연구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의료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로 분류되며, 이를 의료 빅데이터 연구에 활용할 경우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로만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 의료정보 유출 우려에 얽매여 의료 빅데이터 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는 생각이다. 

개인 의료정보의 민감성은 의학계도 잘 이해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미국에서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해킹 사건으로 대형 병원 시스템이 혼란을 겪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학계가 의료 빅데이터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까닭은 의술 발전과 함께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의료 빅데이터 연구가 개인정보 보호법에 가로막혀 활성화되지 못한다면 결국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게 의학계의 중론이다. 

시대적으로 의료 빅데이터 연구는 피해갈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이제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의학계와 시민단체,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각자의 입장을 들어보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개인정보 보호 및 활용에 대한 절충안을 찾도록 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는 개인 의료정보 규제 완화를 무조건 반대하기에 앞서, 의학계 및 산업계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빅데이터 개인정보 비식별화' 등의 시범사업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의학계는 의료 빅데이터 연구도 중요하지만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식별화된 개인정보의 재식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사후관리에 힘써야 함을 인지해야 한다. 

정부 역시 의료 빅데이터 연구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의학계 및 시민단체가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전 세계는 글로벌 빅데이터 연구 경쟁에 나섰다. 미국은 '빅데이터 연구개발 전략'을 발표했고, 일본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이용한 기술혁신을 여러 분야에 도입하겠다는 '소사이어티 5.0' 계획을 수립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빅데이터 연구의 주역으로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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