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회장 "반드시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의사 개인을 처벌하는 시스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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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8세 환아의 사망 사건으로 의료진 3명이 구속되자,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2013년 경기도 모 병원에서 8세 환아가 복통을 호소하면서 응급실에 내원한 후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의사의 진료를 받았지만 결국 횡격막 탈장 및 혈흉으로 다른 병원에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수원지방법원이 응급의학과 의사 송 모 씨와 가정의학과 수련의 이모 씨에게는 금고 1년을, 소아과 의사 전 모 씨에게는 금고 1년 6개월이라는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이 알려지자 의협을 중심으로 의사들은 분개하고 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수원지법 성남지원 앞에서 판결에 항의하며 삭발을 했고, 대법원에 성명서를 보냈다. 31일에는 의협 회관(구 회관) 옥상에서 농성을 펼치는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의협뿐만 아니라 의학회, 각 지역의사회, 병원의사회 등 대부분 의사가 최 회장의 행보에 동행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대집 회장, "선의의 목적으로 진료하는 의사 형사 책임 묻지 말아야"   

의료사고 특례법은 고의성 없는 의료행위에 형사적 책임을 면제하는 법이다. 사실 의료사고 특례법은 이번에 튀어나온 이슈는 아니다. 의료사고 등으로 의사가 수감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의협은 의료사고 특례법을 외쳐 왔다. 의협의 오래된 숙제와도 같은 일이다.

30일 최 회장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주장했던 내용도, 31일 의협 회관 옥상에서 목청을 높인 것도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이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이 법을 만들겠다는 결기가 느껴질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최 회장은 "생명의 경계선을 넘나들 수밖에 없는 위험한 행위를 하는 의사들의 특수성을 사법부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의나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의료행위 등을 제외하고 형사상 처벌을 면제하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선의의 목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는 않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기도의사회도 성명서를 내고 의사회는 "응급실 의사는 16시간 연속 격무의 육체적 한계 상황이었고, 가정의학과 1년차 전공의는 해당 병원 근무를 시작한 지 3개월에 불과했다. 의사가 신과 같은 고도의 주의의무에 구속됐다"며 "의료사고특례법 제정, 진료행위 특수성 인정한 대법원 양형 기준 마련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온도의 차이는 있지만 의사들 대부분은 의사 구속에 비분강개하는 분위기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내일이 될 수 있다"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한 교수는 "진료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과정에 실수가 전혀 없을 수 없다. 따라서 사망이라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며 "이런 식이면 앞으로 힘든 환자를 주로 보는 의사들이 실형 선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렇게 되면 앞날은 뻔해진다. 실수를 '0'으로 줄이는 게 불가능하니, 실형을 피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위험한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응급의학과 등이 몰락하게 된다"며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 한두 명의 부주의한 의사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진료에 임하는 의사 대다수가 실형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법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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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을 처벌하기보다 시스템 변화 필요"

일각에서는 의협이 분위기를 투쟁 분위기로 끌고 가고 것에 우려를 보이기도 한다. 

법으로 의료행위를 세세히 규정하는 것은 진료를 더 옥죌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한 중소병원 재활의학과 의사는 "만일 의료사고 특례법이 만들어지면 모든 행위를 법리적으로 보게 된다"며 "환자는 '의사는 어차피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행위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관찰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의사를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에서 신경과를 개원하고 있는 한 개원의도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현장에서 사용되는 법을 만들수록 의사들에게 불리하다. 생사의 현장에서는 생명윤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의료 시스템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의사를 개별적으로 처벌하기보다 병원 시스템이 어땠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 봉직의는 "우리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경험했다. 의사 몇몇이 처벌받았을 뿐 병원은 그대로다. 병원 시스템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데, 의사만 처벌하는 건 소용이 없다"고 걱정했다.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한 교수는 "판결을 들은 국민들은 의사 과실로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과실로 생명을 앗아갔으니 실형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실과 해석을 분리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이해하는 국민이 한명이라도 증가한다"고 조언했다.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의협이 의료사고 특례법을 관철하려면 정부 입법이나 의원 입법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어떤 국회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국민감정과 반대되는 법안을 발의하려는 의원이 많지 않다는 것은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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