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실은 봄바람 "불어라 女風아 "

캠퍼스를 넘어 의사단체 내의 여풍도 만만치 않은 기세다. 올해 치러진 지역 의사단체 정기총회에서 다수의 여성 임원은 물론 회장까지 속속 배출되고 있는 것.
 서울시 구의사회에서는 영등포구를 비롯 동작구, 용산구에서 회장에 당선됐고, 각급 의사회에서 여성회원 임원을 의무화하고 있다. 강미자 동작·박희봉 영등포·조승복 용산구의사회장을 만나 그들의 회장의 길을 들어보았다.


박희봉 영등포/강미자 동작/조승복 용산구의사회장


많은 의사회에서 직선제 선거를 회장선출 방식으로 선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도 만만치 않았을 터. 이러한 분위기에서 여성회장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을까? 어떤 점이 회원들에게 어필한 것일까?

 강미자(이하 강) 부회장을 12년이나 했으니 추진력이나 사업기획 능력 등을 인정받을 기회가 더러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여자치곤 추진력 있네"하는 이야기를 들어왔었거든요. 그리고 23년째 개원하며 병원운영 능력도 어느정도 인정받은 것 같구요.
 박희봉(이하 박) 전 경선을 통해 당선돼 선거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답니다. 마음도 많이 졸였구요. `따뜻한 카리스마`를 이미지로 내세우고 `여자회장`에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들을 설득하기 위해 독단적인 회장이 아닌 따뜻한, 편안한, 회원들을 위한 카리스마를 지닌 섬세한 회장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기로 한거죠. 한달여간의 선거운동기간 동안 250여명의 회원을 한명도 빠짐없이 찾아 만나며 공약도 알리고 상대후보와의 토론회도 진행했어요. 몸무게가 4㎏이나 줄었을 정도죠.
 조승복(이하 조) 재무이사로 활동하며 살림하는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요. 임기 당시 꼼꼼하고 개혁적이며 과감한 일처리로 좋은 평가를 받았었거든요. 그리고 오지랖(?)이 넓어 회원들의 크고 작은 일에 끊임없이 관심가져왔던 것이 회원들에게 친근감과 신뢰감을 준 것 같아요.
 
 앞으로 3년 간 구의사회를 이끌 지도자들, 남성회장이 주를 이루던 지금까지의 상황에서 벗어나 여성회장으로서 뭔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데.
 
 강 대부분의 회원들은 어려움이 닥치면 노출을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에요. 말 꺼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뜻이겠죠. 따라서 엄마같은 마음으로 회원들이 편안하게 기쁨과 아픔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박 친화력을 바탕으로 회원 한명한명을 자주 대하는 편한 회장이 되려고 합니다. 감성의 교류와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중심이 되는 의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은 선거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어요.
 조 자상함과 꼼꼼함이 여성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 아닐까요? 여자라서 파워가 약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러한 부분은 자상함과 편안함, 꼼꼼함 같은 여성 고유의 특성으로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파워는 회원 모두가 함께 발휘해줄 것이라고 믿어요.
 
 여의사 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외활동에 있어서 여의사의 참여는 낮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남녀를 막론하고 젊은 의사들은 의사회 입회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강 여의사는 가정생활과 진료활동 등 두마리, 세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상황이에요. 현실적으로 50대는 돼야 다른 대외활동도 생각하게 됩니다. 저 역시 그랬구요. 그렇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일. 일일이 찾아나서 참여를 독려하며 의사회의 중요성에 대해 일깨워 주려고 합니다. 구청이나 보건소와의 트러블 등 어려운 일에 봉착하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의사회라는 것을 회원들이 몸소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면 회원들의 참여는 당연히 따라오지 않을까요?
 박 가장 중요한 것은 피드백이라고 생각해요. 회비를 낸만큼, 참여한 만큼 돌아오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게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반상회와 의사회 내 소모임, 동호회를 활성화시켜 회원들 간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 계획입니다. 서로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말이죠. 인근 동작구의사회와 협력해 진행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조 113명의 회원 중 30~40명 정도가 여성인데 이 중 10명 정도만 정기적으로 행사에 참석해요. 무엇인가 돌아오는 것이 있어야 회원들을 끌어올 수 있다는 의견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교육이 됐든 육아문제가 됐든 공동 관심사를 마련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신임회장으로서 구상하고 있는 사업도 많을 터. 어떤 공약으로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인지.

 강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유관단체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회원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관내 무의탁노인이나 장애인, 소외된 여성들을 찾아 봉사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주민들에게 바른 의사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또 혈액운반이나 환자수송 등 의사들의 업무에 적잖게 도움을 주는 관내 소방서에도 포상이나 격려방문 등으로 감사의 표시를 할 계획이에요.
 박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략이 active/afterservice/ace 한 의사회였어요. 모든 회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움직이는 의사회, 낸만큼 작은 것 하나라도 얻어갈 수 있는 사후보상이 확실한 의사회,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을 바탕으로 최고의 의사회로 거듭나게 할 것입니다. 이와관련 고충처리위원회를 신설해 곤란한 상황에 있는 회원들을 적극적으로, 보다 신속하게 도울 예정입니다. 이미 고문 변호사도 선임한 상태구요.
 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가 원로회원들과 젊은 회원의 가교역할입니다. 원로회원은 확실하게 대접하고 젊은 회원들에게는 개혁적인 모습으로 다가가 모두에게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의사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와관련 젊은 의사들에게 신뢰감을 주기위해 의사회 내 학연과 지연을 타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올해 상임이사진에는 출신학교가 고루 섞여있습니다. 또한, 4월부터 모든 회원들을 일일이 방문할 계획이에요. 무릎은 맞대보아야 에로사항도 나오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되는 것 아닐까요? 지역주민과 화합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겠죠. 구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전 회장때부터 진행하고 있는 독거/와상노인 주치의맺기운동도 더욱 활성화시킬 예정이에요. 반상회나 동호회모임을 활성화해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하는 것도 의사회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출범할 의협과 서울시의사회 등 상급단체에 구의사회장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 장동익 회장의 당선으로 회원들이 강력한 추진력과 파워를 지닌 회장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명해졌습니다. 회원들의 마음을 읽어 직접 나서지 못하는 회원들을 대신해 열심히 싸워줬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램이에요. 또한, 상급단체로서 각종 정책이나 사업에서 큰 그림을 잘그려줬으면 합니다. 탁월한 지도력으로 회원모두의 고충을 아우를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네요.
 박 적극적이고 강한 지도자가 당선돼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의료계가 현재 순탄치만은 않은 환경에 처해있는 만큼 전체를 아우르고 타협에 능한 의협이 됐으면 해요. 협력으로 발전적인 방안을 만들어낸다면 회원 모두가 마음을 합쳐 도와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조 새 의협회장의 가장 첫째 공약이었던 의사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주는, 의권을 바로세워주는 회장이 되겠다는 말에 가장 관심이 갔었습니다. 각 직역별로 업무를 명확하게 구분해 의사들이 난처한 상황에 접하는 일이 없길 바라는 것은 모든 의사의 뜻 아닐까요.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국민건강수호와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더해 서울시의사회와 의협이 보다 차별성을 가지고 고유의 역할을 해나갔으면 하는 바랩입니다. 회원들을 만나다보면 회무나 사업에 있어서 두 단체의 차이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거든요. 상생하는 가운데 차별화를 꾀해 회원들로부터 더욱 더 인정받는 단체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알찬 공약과 편안함, 포용력을 바탕으로 어려운 회원들의 고충을 덜어줄 일만 남았다는 여성회장들의 당찬 몸짓을 직접 대하니 회장으로 선출될 만한 자격과 이유가 짐작이 된다. 지금의 포부와 각오가 3년 후 알찬 결실로 돌아 올 수 있도록 1만2천명의 든든한 동료 여의사들이 지켜봐주고, 참여해주고, 격려해주는 일만 남았다.

사진·김형석 기자 hskim@kims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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