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신약보다 개발 쉽고 시밀러보다 가치 높아...신약 맞먹는 부가가치 창출
셀트리온·삼성에피스 바이오사에 GC녹십자·한미약품 등 국내사도 총력

 

국내 제약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자, '바이오베터'가 각광받고 있다. 

기존 바이오의약품의 효능이나 투여횟수 등 편의성을 개선한 개량신약인 바이오베터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오리지네이터의 복제약이라면,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네이터보다 한 단계 더 개선된 의약품이다. 

이처럼 바이오베터가 신약에 맞먹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 국내 제약사들도 개발에 뛰어들면서 차기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바이오베터, 차세대 의약품으로 주목 

바이오베터는 차세대 의약품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오신약보다 개발이 쉽고 바이오시밀러보다 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네이터와 효능이 같기 때문에 약값도 낮은 게 사실. 

하지만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네이터보다 효능이나 반감기가 개선되면서 가격이 2~3배 정도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강점으로 꼽히는 건 '특허' 문제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네이터의 특허가 만료돼야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반면, 바이오베터는 이 같은 특허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독자적 특허가 인정될뿐더러 오리지네이터의 특허가 만료되기 전이라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아직까지 바이오베터 시장에 막강한 선두주자도 없어 시장 선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세계적으로 인슐린, 성장호르몬 등 복제가 쉬운 바이오시밀러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바이오베터는 2002년 암젠이 출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라스타 이후 현재 10여 종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미 바이오베터 확보를 위한 파이프라인 강화 등 전방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베터는 신약으로 분류돼 오리지네이터의 특허로부터 자유로울뿐 아니라 신약에 버금가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특장점이 있다"며 "국내 기업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통해 경쟁력과 노하우를 확보한 만큼 가장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바이오베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제약업계 바이오베터 '눈독'

상황이 이렇자 다국적 제약사는 이미 바이오베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이오베터 시장을 선점 중인 암젠은 자사가 개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포젠의 지속성을 개선한 뉴라스타를 출시했다. 또 빈혈 치료제 에포젠의 바이오베터 아라네스프 판매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았다. 

노보 노디스크는 환자의 편의성과 혈당조절 효과를 개선한 혼합 인슐린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또 재조합 인자 바이오베터 제품으로 기존 제품보다 효능을 개선하고 효과지속 기간을 늘린 글로코페질화 유도체와 속효성 유사체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 MSD는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의 바이오베터를 개발하고 있고. 로슈는 항암제 및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 맙테라와 비호지킨림프종 치료제 R7159, 류마티스관절염·다발성경화증치료제 등의 바이오베터를 개발 중이다. 

국내 제약업계도 바이오베터 개발에 눈독들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8월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베터 램시마SC의 임상3상을 완료하고 연내 유럽의약품청에 허가 신청을 위한 막바지 준비를 진행 중이다. 램시마SC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정맥주사형으로 개발한 램시마의 제형을 비하주사형으로 변경한 제품이다. 램시마SC가 유럽에서 승인받게 되면 오리지네이터인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의 첫 바이오베터가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해 일본 제약사 다케다의 손을 잡았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해왔지만, 이보다 향상된 바이오베터 개발을 위해서다. 

국내 상위사들도 바이오베터 신시장을 잡기 위해 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GC녹십자는 2012년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를 자체 개발해 세계에서 두 번째 상용화에 성공했다. 헌터라제는 오리지네이터인 엘라프라제보다 임상에서 6분간 걷는 거리 증가율 등 개선점이 확인됐다. 

이 같은 성공 경험을 토대로 항암치료제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베터 MGAH22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의 바이오베터 IDB0062를 개발 중이다. 

IDB0062는 기존 루센티스의 단백질 유전자를 변형해 생산 효율성과 약물 효능을 높이는 한편, 내성 문제는 개선했다. 현재 비임상 시험을 진행 중으로, 연내 임상시험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제약이 함께 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바이오베터 HL036은 오리지네이터인 앨러간의 레스타시스 대비 효능을 높였다. HL036은 하반기 미국에서 임상2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자체 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이용한 바이오베터를 개발 중이다. 23종의 신약 중 10종을 바이오베터로 내걸었을 정도다. 

가장 상용화에 근접한 제품은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로, 오리지네이터인 암젠의 뉴포젠을 겨냥, 현재 임상3상 중이다. 이외에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임상3상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한독은 자가염증질환 치료제 HL2351의 임상2상을 승인받았다. 오리지네이터인 아나킨라에 비해 반감기가 증가하도록 설계됐다. 

바이오사인 알테오젠은 성장호르몬결핍 치료제 hGH-NexP를 개발 중인데, 체내 반감기를 연장시켜 매일 투여받아야 하는 단백질 치료제의 투여 횟수를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베터는 해외시장 진출에도 용이하고 정부의 바이오의약품 육성정책 등도 제약사들의 연구개발을 가속화하는 이유로 꼽힌다"며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등 바이오의약품 연구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어 경쟁력이 있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