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현재 인력만으로는 진료 공백 생겨…결사반대보단 소통 필요"

▲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25일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창립 50주년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좌부터)지은권 학술위원장, 오태윤 이사장, 김기봉 회장, 백완기 부회장, 전태국 이사, 박국양 교수.

흉부외과가 전공의 충원 부족 문제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진료 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또는 Clinical Assistant)'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흉부외과 전공의 충원율이 미달인 상황에서 진료 보조인력이 없으면 상당한 진료 공백이 생기기에, 진료 보조인력 제도화를 무조건 반대하기보단 의료계 및 정부가 만나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회장 김기봉, 이사장 오태윤)는 25일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창립 50주년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김기봉 회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은 "흉부외과는 중증도 환자를 수술하면 24시간 동안 환자를 케어해야 한다. 의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진료 보조인력을 위한 법제적인 기구를 마련해야 우리가 범죄자가 되지 않고 환자를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다. 많은 일을 의사 혼자 감당할 수 없다. 의사는 중요한 일에 집중하면서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전공의, 간호사, 진료 보조인력 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회는 진료 보조인력을 수술하는 인력이 아닌 수술을 돕는 '보조' 역할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흉부외과에서 진행하는 수술은 생명과 직결되기에 진료 보조인력이 능동적으로 수술 관련 업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국양 교수(가천대 길병원 흉부외과)는 "미국은 진료 보조인력이 제도권 안에 있으며, 이들은 수술 시 환자의 자세를 잡아주거나 바꿔주는 등의 일을 한다. 메인 수술은 의사의 몫"이라며 "우리나라는 (진료 보조인력에 대한)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전공의가 더 줄어들 경우, 진료 보조인력이 어떤 일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진료 보조인력 문제를 언제까지 외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진료 보조인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점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태윤 이사장(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은 "최근 외과계 관련 협의체 회의에서 진료 보조인력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이제는 현실적으로 소통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며 "현 진료 보조인력의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의료법에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해 학회 차원에서 연구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소통을 통해 현재 문제점을 파악하고 어떤 일을 시작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결론을 짓는 것은 나중의 문제다"고 피력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진료 현장의 진료 보조인력) 실태를 알고 있었지만 먼저 나서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최근 강원대병원 간호사 수술 봉합 사건, 영업사원 대리수술 등이 문제가 되자 (진료 보조인력에 대해) 수동적 입장에서 능동적 입장으로 바뀐 것 같다"면서 "외과계는 진료 보조인력이 제도권화, 법제화되길 바라고 있으며, 이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됐다. 이제는 직역 간 소통을 통해 양보할 것은 하면서 진일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회 창립 50주년 개막식 열어…복지부 "흉부외과 전공의 충원율 높이기 위해 힘쓸 것"

▲ 25일 열린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 개막식에는 정부, 국내 심장 관련 학회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해 창립 50주년을 축하했다.

한편 창립 50주년을 맞은 학회는 세계흉선종학회(ITMIG)를 국내에서 유치하면서 추계학술대회를 국제 규모로 개최했다. 첫날 열린 개막식에는 정부, 국내 심장 관련 학회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해 창립 50주년을 축하했다.

먼저 정부는 흉부외과 전공의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국장은 "흉부외과는 다른 과에 비해 늦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제적으로 모든 수술 분야에서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흉부외과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를 위해 애써준 여러분의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수십년간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낮은 상태가 지속돼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흉부외과 등 육성지원 전공과목에 대해 가산율을 지원하고 수가를 현실화하는 등 정부에서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국내 심장 관련 학회는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심장학회 김기식 차기이시장(대구가톨릭대병원 순환기내과)은 "그동안 대한심장학회와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심혈관질환을 치료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아주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며 "최근 진료과의 개념이 무너지고 장기 또는 질병 중심으로 치료 패턴이 변하고 있다. 이제 과감하게 양 학회가 친선(friendship) 관계를 갖추고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앞으로 심장학회는 학술대회에서 더 많은 학회와 관심 분야에 대한 공동 세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한소아심장학회 심중재술연구회 김성호 회장(부천세종병원 소아심장과)은 "최근 출산율이 떨어져 소아 환자 수가 감소해 소아심장과에 위기가 왔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치료했던 많은 환자가 이제 성인이 됐고, 성인 선천성 심장병 환자가 소아 심장병 환자 수를 넘었다. 이 분야에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본다"며 "또 통일 전에 남북 교류, 특히 의학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다. 북한의 많은 심장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기에, 양 학회가 앞으로 더 관계를 발전해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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