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의료 문제점 90년대와 똑같아...구태 해결없인 변화 없을 것
"인력충원 없이는 듀티표도 안나와" 주 52시간제 시행에 '우려'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은 24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국내 외상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법마련을 촉구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이 24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국내 외상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도움을 호소했다.

다수의 제도개선 약속에도 불구 국내 외상의료시스템의 문제는 90년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공직사회 내에 만연한 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조와 함께였다.

이국종 센터장의 국감 출석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김 의원은 인계점 논란 등 최근 불거진 닥터헬기 운용의 문제점을 직접 청취한다는 취지로, 이 센터장의 출석을 요청했다.

증언대에 선 이 센터장은 "응급헬기가 인계점에만 착륙할 수 있다는 법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영국은 환자가 도보로 50m 이상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알파포인트'를 정해 어디서나 응급헬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관공서 잔디밭조차 쓰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야기는 열악한 닥터헬기 운용현장으로 옮겨갔다. 변변한 무전기가 없어 의료진과 헬기내 소방대원이 소리를 지르며 대화를 한다거나, 헬기 내 의료진과 지상요원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국내 외상시스템의 현실이라고 했다.

이 센터장은 "그나마 LTE가 터지는 낮은 고도로 비행할 때만 카카오톡으로 경찰 등과 대화할 수 있다"며 "정부에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 지 오래됐지만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시스템 개선이 더딘 이유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정부와 기관 관계자들의 태도에서 찾았다.

이 센터장은 "(제도개선이나 지원 등을 요청하면) 장관이나 기관장은 안 된다고 하지 않는다. 중간 선에서 다 막힌다"고 했다.

또 "최근 1992년 (외상센터개선 관련) 협의자료를 볼 일이 있었는데, 지금의 문제들이 그때와 똑같았다. 국정감사 등이 진행되면 다른 기관과의 협조나 공조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등 좋은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런 얘기와 현장의 목소리가 다르다"고 말했다.

일례로 이 센터장은 "아덴만 사건 이후 전전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을 요구했고, 얘기가 됐다"며 "그러나 나중에 물어 보니 중간 관리자들이 윗사람 핑계를 대(면서 안된다고)더라. 남 핑계대고 윗사람 핑계대는 한국사회 분위기로는 글로벌 스텐더드에 역행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놨다. 주 52시간제 시행에 관한 문제다.

"대한민국 병원은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영미권 선진국에 비해 간호사 인력이 절반도 되지 않는(열악한 상황에 있)다. 의사는 말도 않겠다(말할 필요도 없다)"고 운을 뗀 이 센터장은 "주 52시간 정책기조, 저녁 있는 삶이라는 구호가 틀리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렇게 가려면 보건의료현장에 어마어마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듀티표(업무일정표)가 나오지를 않는다. (인력충원 없이) 그렇게 줄여버리면 한국사회에서는 더이상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문제의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 센터장은 "어디 한가지가 문제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어디 한군데만 풀어서는 해결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가 구축하고자 하는 세상은 국민 생명이 존중받는, 사람이 먼저인 선진사회"라며 "유일한 문제해결책은 영미권 (닥터헬기 운용) 모델을 우리에게 입히는 것이다. 선진국 모델들을 한국사회에 들여와 뿌리내릴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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