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치료에 집착…의사가 근본 치유·예방 나서야

로버트 에켈 회장 강연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심장협회(AHA) 2005 연례학술대회(Scientific Session 2005)`가 지난 13~16일까지 나흘간 미국 텍사스주(州) 달라스에서 성대히 개최됐다.
 전세계 심장학 관련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자를 비롯 관계자 2만여명이 참석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3800건의 초록이 접수되고 새로운 치료기술과 의약품에 대한 임상결과가 상당수 발표되는 등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대·최고의 의학학술제전임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이에 최근 세계적인 심혈관질환 관리동향과 신약 및 치료기술의 임상결과를 자세히 소개한다.
 로버트 에켈 AHA 회장은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의사들이 환자들의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심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를 돕는데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환자들의 건강을 저해하는 독성물질에 둘러싸인 현대사회의 유해환경 속에서 진보된 치료기술과 의약품에만 의존해 심장질환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환자들의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치유 및 예방책에 접근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현장의사들은 불건전한 식습관과 운동부족 등으로 인한 비만이 심혈관질환 최대의 위험인자인 것을 알고 있지만 ▲시간의 부족 ▲생활습관 개선요법에 대한 신뢰도 결여 ▲환자와의 상담요령 미진 등을 이유로 생활습관 개선요구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 AHA의 주장이다. 일선 현장의사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1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의 상담으로는 환자를 설득시킬 만한 충분한 정보교류가 힘들다."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심혈관질환 치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기가 어렵다." "일부 의사들도 운동과 식이요법 개선효과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 환자들 또한 흡연이 심질환에 해롭다는 증거자료를 직접 보여줘도, 돌아오는 건 씁쓸한 웃음 뿐이다." "의사들은 제한된 시간에 더욱 많은 환자를 보도록 강요받고 있다. 환자들 또한 치료에만 집착할 뿐 예방은 큰 이슈가 되지 못한다."
 이에 대해 에켈 회장은 의사들이 환자와의 상담시 생활습관에 대한 단 3분의 대화로도 환자가 처해있는 환경과 운동실태 등을 파악해, 심혈관질환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AHA가 제시하는 질문목록에 따라 단 3분간의 생활습관에 대한 인터뷰 만으로도, 환자들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물론,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심혈관질환의 극복을 이뤄낼 수는 없다. 생활습관 개선요법이 심질환의 치유에 기여할 수 있음은 이를 뒷받침하는 혁신적 치료기술과 신약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역시 이같은 치료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한 상당수의 최신 임상연구들이 발표됐다. 칼슘길항제가 대동맥 혈압저하에 미치는 효과를 입증한 ▲`CAFE(Conduit Artery Function Study in ASCOT)`, 스타틴 고용량 집중요법의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규명한 ▲`IDEAL(Incremental Decrease in Clinical Endpoint Through Aggressive Lipid Lowering)`, 새로운 스텐트 기법으로 시술후 입원이 불필요함을 제시한 ▲`EASY(The Early Discharge after Trans-radial Stenting of Coronary Arteries)`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첨단 영상기술을 통해 동맥경화반(plaque)의 파열 가능성 여부를 사전파악할 수 있는 ▲`TR-LIFS(Time-resolved laser-induced fluorescence spectroscopy)` 기술, 피브레이트 요법이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개선효과를 밝힌 `FIELD(Fenofibrate Intervention and Event Lowering in Diabetes)` 연구 등도 주목할 만하다.
 본지는 독자들에게 폭넓고 자세한 학술대회 정보의 전달을 위해 이번호 부터 2회에 걸쳐 AHA에서 발표된 최신 임상연구 결과를 지상중계 한다.
 이와 함께,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현대의학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북미지역에서도 심혈관질환 환자중 상당수가 대체약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캐나다 토론토 미카엘병원 연구팀이 심혈관질환 환자 3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전체 응답자의 45%가 대체요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베스 아브람슨 교수는 "절반에 가까운 환자들이 대체약물을 사용하는 것과 함께 이중 상당수가 의사와의 상담을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처방약을 함께 병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 "대체약물이 처방의약품과 치명적인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례로 서양산사나무(hawthorne berries)가 처방약을 복용하는 심질환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점과 감초를 함유한 약물이 고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점, 염소풀로 불리는 St. John`s wart가 디곡신이나 와파린과 같은 심혈관 관련 약물을 저해하는 사례 등이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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