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제2형 당뇨병 치료제 급여문제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당뇨병 치료제의 계열 급여를 추진하려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 마련한 보험법제위원회 세션을 계기로 없었던 일로 하면서 최대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새로운 신약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의 병용 처방에 있다.

현재 허가받은 SGLT-2 억제제는 4종(급여는 3종), DPP-4 억제제는 9종이다. 허가기준에 따른 급여적용이 모두 다르다고 가정하면 36가지 급여기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간단하게 쓸 수 있도록 급여를 계열로 묶어보자는 학회 측 입장을 수렴해 복지부는 허가사항을 살짝(?) 무시하고 일괄 급여를 추진하려고 했으나 뜻하지 않게 학회 내부의 반발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란 것이다. 이에 따라 계열 간 급여 추진은 당분간 어렵게 됐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우리나라는 허가에 따른 보험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허가를 제쳐두고 일괄 계열로 묶는 행위는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근거중심의학(EBM)과도 맞지 않다. 알고 보면 미국과 유럽의 허가사항은 더 복잡하게 쓰여있다.

두번째는 계열 간 급여를 추진하는 학회와 별도로 아직 당뇨약의 계열효과를 인정하고 있는 의사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유럽당뇨병학회(EASD)서 CARMELINA라는 연구가 나왔다. 이 연구는 DPP-4 억제제의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한 네 번째 연구다. 이 연구가 나오면서 많은 교수에게 "이제 DPP-4 억제제는 동일한 안전성을 갖는가"라고 물어봤을 때 이를 인정하는 교수는 한 명도 없었다.

이처럼 많은 전문가가 계열효과는 인정하지 않는데 이를 무시한 계열급여 추진은 학회 차원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만난 한 교수는 "해당 논리라면 두개의 서로 다른 항암제가 급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계열의 항암신약도 임상 없이 급여해 줘야 한다"며 "만성 질환 약물이라고 해서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학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신중함을 강조했다.

따라서 원칙을 깰 수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답일까?

기본을 생각하면 의뢰로 간단할 수 있다. 일단 당뇨병학회가 제안한 조건부 급여도 좋은 방법이다. 급여를 해주돼 허가사항에 추가할 수 있는 근거를 일정 기간 내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다는 것이다.

반대로 허가를 빠르게 추가할 수 있도록 비교적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근거는 임상시험이고, 임상시험은 곧 돈과 직결된다. 비용을 주저하는 제약사들을 위해 최소환의 비용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추가할 수 있도록 허가기준을 다소 완화해주는 방법도 있다. 마지막으로 정보 활용이 높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결국은 식약처가 풀어야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EBM 하에서는 일차적으로 근거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학회 간, 학회 내부간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것도 결국 근거 유무에서 시작된다. 처방이 불편한 것은 잠시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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