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오병희 원장

▲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오병희 원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2018년  고혈압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고혈압 환자는 1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할 점은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가 전체 고혈압 환자 2명 중 1명으로, 두 질환의 동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각 질환 위험을 10%만 낮춰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45%가량 낮출 수 있다고 보고되면서, 두 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인다. 이에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한 알로 조절할 수 있는 복합제 개발에 불이 붙은 상황.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국내 환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치료전략과 복합제의 역할 등에 대해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오병희 원장에게 물었다. 

-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통합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물론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각각 치료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질환을 모두 관리했을 때 심혈관질환 위험을 더 낮추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함께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두 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 어떤 치료전략을 먼저 권하나?

최근 적극적인 치료가 환자에게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어느 정도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초기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약물치료는 반드시 생활습관 교정과 병행해야 한다. 환자에게 권하는 약물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다. 진단 초기에 2기 이상의 고혈압 환자라면 일찍 고혈압 2제 복합제를 권한다.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했다면 항고혈압제와 지질저하제를 한 알로 합친 복합제를 복용하도록 한다.

과거에는 콜레스테롤이 밤에 생성된다는 점을 고려해 지질저하제를 저녁에, 항고혈압제를 아침에 각각 복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최근 작용 시간이 긴 지질저하제가 많이 개발돼 아침에 지질저하제를 복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약물을 따로 처방하기보단 복합제를 처방하는 것이 괜찮다고 본다. 

-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스타틴을 권고한다. 국내 환자의 스타틴 복약 순응도는 어떤가?

국내 환자의 스타틴 복약 순응도를 살펴본 객관적인 자료는 많지 않다. 다만 보통 1년이 지나면 약 50%만 스타틴을 복용하며, 5년간 제대로 복용한 환자는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 보고된다. 

스타틴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약물 복용에 따른 증상 완화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항고혈압제도 복약 순응도가 낮아 문제지만, 혈압을 자주 측정하면 혈압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지질혈증은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아야만 콜레스테롤 변화를 알 수 있다. 즉 환자가 스타틴 복용에 따른 증상 완화를 느낄 수 없어 복약 순응도가 낮은 것이다. 

이와 함께 당뇨병 등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복용하는 약의 수가 많은 점도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많은 제약사에서 스타틴과 항고혈압제 복합제를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오병희 원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스타틴의 파트너로서 최적의 항고혈압제가 있다면?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또는 칼슘 채널 차단제(CCB)와 스타틴을 합친 복합제가 많이 개발됐고, 각 복합제의 혈압 강하 효과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환자 특성과 의료진의 선택에 따라 항고혈압제/스타틴 복합제를 선택하게 된다. 

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소(NICE) 가이드라인에서는 55세 이상의 고령에게는 CCB를, 그 미만에게는 ARB 또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ACEI)를 우선 권하고 있다. 

ARB의 경우 약물의 작용 시간이 길고 장기 보호 효과가 있으며 당뇨병 환자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임상시험도 많다. 또 부종 등의 이상반응이 거의 없어 최근 국내 처방률이 높아지고 있다. 

-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ARB/스타틴 복합제의 효과를 살펴본 임상 연구가 있나?

과거 책임연구자로서 이르베사르탄/아토르바스타틴 임상3상을 진행했다. 결과는 SCI급 저널인 Clinical Therapeutics에 실렸다. 국내 환자 230명을 대상으로 8주간 이르베사르탄 300mg과 아토르바스타틴 40mg 또는 80mg의 병용 투여 효과를 평가한 결과, 좌완이완기혈압이 10.7mmHg 정도 떨어졌고, LDL 콜레스테롤(LDL-C)도 기저치 대비 48% 감소했다. 

특히 LDL-C 강하 효과는 단일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 즉 두 약물을 한 알에 합쳐도 각 약물의 효과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복합제 한 알로 혈압과 LDL-C을 충분히 낮춤으로써 앞서 언급한 통합치료 전략에 부합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복합제의 이상반응도 아주 경미하게 보고됐다. 복합제의 이상반응 발생률은 위약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고, 각각 약제를 복용한 경우와 비슷했다. 

- ARB/스타틴 복합제로 가장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는 환자는?

먼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은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모두 높아 두 가지를 동시에 조절해야 한다. 이와 함께 당뇨병 환자에게도 복합제가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는 고혈압을 동반한 경우가 많으며 신장기능이 악화되는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ARB가 당뇨병 환자의 신장기능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임상시험이 많기에, 이들에게 ARB/스타틴이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과거력이 있거나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들에게 스타틴을 복용해 콜레스테롤을 더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복합제를 통해 심부전 등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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