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이소희 교수 "생존학생, 대입 후 불안 호소…유가족, 대조군보다 우울 등 느껴"

▲ 국립중앙의료원 이소희 교수는 1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대한불안의학회 PTSD연구회 1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세월호 생존학생과 유가족들의 정신건강을 추적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약 4년 반이 지났지만 세월호 생존학생과 유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은 여전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소희 교수(정신건강의학과)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생존학생은 대학교 입학 후에도 불안 등을 호소했고 유가족은 생존자 가족이나 대조군보다 모든 정신건강 문제가 많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세월호 생존학생과 유가족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추적관찰이 장기간 진행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교수는 1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대한불안의학회 PTSD연구회 1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현재까지 세월호 생존학생과 유가족들의 정신건강을 추적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이 교수는 세월호 생존학생을 대상으로 세월호 참사 2년 후인 대학교 1학년 때 여름과 올해(대학교 3학년) 여름의 정신건강 변화 추이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생존학생은 1학년 때보다 3학년 때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마음이 힘든 것이 몸으로 나타나는 신체화 등을 의미 있게 더 호소했다(모두 P<0.05).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으나 우울, 복합성애도, 불면증 등도 3학년 때 더 많이 나타났다.

이와 함께 올해 여름 세월호 생존학생들이 겪고 있는 중등도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확인한 결과, 4명 중 1명은 우울을 호소했고(25%) 3명 중 1명은 신체화가 확인됐다(31.3%). 불안, PTSD, 복합성애도, 불면증을 앓고 있는 생존학생은 모두 14.6%였다. 

이 교수는 "세월호 생존학생들이 대학교 입학 후 뿔뿔이 흩어지면서 사고를 생각나게 하는 것이 없어져 정신건강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더 악화되는 추세를 보였다"며 "무작정 정신건강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기에, 그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여기서 추적관찰을 끝낼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적관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2015~2017년 세월호 유가족들의 정신건강을 매년 평가한 결과, 비교적 좋아지는 경향을 보였으나 여전히 생존자 가족이나 대조군보다 우울과 불안 등을 더 많이 호소했다. 

우울, PTSD, 외상 후 울분장애(PTED) 등은 2017년에 유의한 호전을 보였는데, 이는 정권이 바뀌면서 새로운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세월호 유가족의 정신건강은 2017년에 호전되는 추세였지만, 척도 평균값이 절단점(cut-off) 이상으로 높았다"며 "여전히 생존자 가족이나 대조군보다 모든 정신건강 문제가 높기에 유가족에 대한 지속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향후 이들을 장기간 추적관찰해 정신건강 변화를 분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가가 세월호 생존학생 및 유가족에 대한 정신건강 추적조사에 지원하는 기간은 4년으로, 올해가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PTSD연구회 고문인 가톨릭의대 채정호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후 지금까지 세월호 생존학생과 유가족을 추적관찰하고 있지만 올해가 연구비 지원을 받는 마지막 연차다"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면서 이제 본 연구에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이 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끊어지게 될까봐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911 테러 후 생존자들이 사망할 때까지 정신건강 추적관찰 연구를 하기로 돼 있다. 또 일본에서는 2011년 쓰나미 피해 후 5년이 지났을 때부터 자살자가 크게 늘었다. 피해 후에는 경향 없이 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들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세월호 생존학생과 유가족의 정신건강을 추적관찰하는 것은 우리가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가 정말 시작인데 우리나라는 장기간 추적관찰을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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