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무면허 의료행위 조장" vs 대한심장학회 "급여화 앞서 질관리 하겠다는 것"

▲ 한국심초음파학회 홈페이지 캡쳐.

'심초음파 검사 인증 제도' 확대를 두고 의료계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대한심장학회가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사가 아닌 이들에게 심초음파 검사 보조인력에 관한 인증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대한의원협회 등 개원가가 이를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의원협회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대한심장학회의 결정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협회는 "초음파는 실시간 진단을 위한 진단도구다. 환자의 임상적 상황을 감안해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하는 검사"라며 "학회가 나서서 의사가 아닌 자에게 초음파를 맡기겠다는 것은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초음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른 영상이 필요하거나 변화를 관찰해야 할 때가 있고 추가적인 측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전문적인 의학적 지식과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사에 의해 시행돼야 한다는 게 의원협회의 주장이다.

의원협회는 "심초음파는 다른 초음파와 달리 표준영상과 표준지표를 기계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니, 굳이 의사가 아닌 자가 시행해도 된다는 학회의 인식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의학적 지식과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사에 의해 시행돼야 함에도 이를 의사가 아닌 자들에게 맡긴다는 것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영업직원 대리수술과 같은 맥락이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비용 절감을 위해 비의사에게 심초음파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PA(Physician Assistant)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병원 경영자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학술적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학회는 전공의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의료의 질 저하를 유발하는 PA 제도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대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PA 제도 양성화를 주장하는 것은 교수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고 병원 경영자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또는 병원경영자 흉내를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 회는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심장학회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며, 불법 PA 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복지부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만약 복지부가 불법을 합법화시키려 하거나 제대로 된 처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15일 성명을 통해 심초음파 대리검사 및 대리진단 행위를 복지부가 나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PA에 의한 불법 심초음파 대리검사 및 대리진단 행위를 인증제를 통해 양성화하려는 심장학회의 뻔뻔함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명백한 의료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조치 및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는 복지부도 공모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병원의사협의회는 복지부에 간호사에 의한 불법적인 심초음파 대리진단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방조할 게 아니라 의료법 위반 행위와 환자에 대한 사기 청구행위 등으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적인 심초음파 대리진단 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행정지도를 요청하는 한편, 현재까지 이뤄진 의료법 위반 사항에 대해 면허정지, 의료비 환수, 영업정지 등 행정조치도 요구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복지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직접 고발 조치에 나서는 한편, 복지부의 직무유기에 대한 감사도 청구할 것"이라며 "복지부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심장학회의 인증 제도 확대가 자격기본법에 저촉된다는 입장이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의료인 또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국가가 부여하는 면허 취득을 통해 가능하다. 이는 현행 자격기본법에도 명시돼 있으며, 이에 따라 의료기사, 간호사에게 국가에서 자격과 업무 범위를 부여한다"며 "문제는 심장학회에서 인증을 통해 심초음파 검사 행위가 이들에게도 가능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는 자격기본법에 저촉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장학회 같은 민간에서 인증을 통해 이들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의협은 이 같은 자격기본법이 있다는 내용을 학회 측에 안내한 상태다"고 전했다.

대한심장학회 "논의 초점 잘못됐다"

이에 대해 대한심장학회는 "논의의 초점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심초음파 검사 인증 제도 확대는 심초음파 검사의 급여화에 앞서 검사 질 관리를 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이와 달리 현재 직역 간 싸움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장학회 A 관계자는 "심초음파 검사 인증 제도 확대 목적은 비급여였던 심초음파 검사가 급여화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남용 문제를 막고 정도 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의사가 심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도와주는 인력이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간호사라는 점은 논의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심초음파 검사가 비급여에서 급여로 전환되면서 직역 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를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심장내과 내에서도 심초음파는 이미 전문화된 분야다. 급여화 결정 전 심초음파 검사는 심장 전문의 중 심초음파를 전공한 일부 전문의만의 문제였는데 급여화된다고 하니 새로운 먹거리라고 판단해 너도나도 하려는 것 같다. 이런 차원에서 논의가 잘못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장학회는 앞으로 심초음파 검사 인증 제도 확대를 통해 심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는 의료기관 및 인적 요건 등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환자에게 심초음파 검사에 관한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학회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해왔고, 외국에서도 부러워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지금까지 심초음파 검사 인증의 및 지도 인증의를 관리해왔다면, 앞으로는 검사를 시행하는 기관의 자격 및 인적 요건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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