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의대 최성훈 교수 "같은 항고혈압제 투약 시 여성에서 이상반응 빈번하게 발생"

▲ 한림의대 최성훈 교수는 11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제62차 추계학술대회에서 'Antihypertensive Drug Therapy in Women: Do We Really Need to Consider the Gender?' 주제로 발표했다.

성별에 따라 선택하는 항고혈압제가 달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같은 항고혈압제를 투약하더라도 남성보다 여성에서 이상반응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보고되기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성별에 따른 치료를 다르게 권고하고 있지 않기에, 성별이 구분된 항고혈압제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더 쌓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림의대 최성훈 교수(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순환기내과)는 11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제62차 추계학술대회에서 '여성에서 항고혈압제 치료'를 주제로 발표했다.

최 교수가 제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고혈압제와 관련된 이상반응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 2배 더 흔하게 발생했다(arch intern med 1996;156:377~385).

항고혈압제 계열에 따른 이상반응도 달랐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복용 후 기침 등 부작용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많이 보고됐다(Pharmacogenet Genomics 2011;21(9):531~538). 또 칼슘채널차단제(CCB) 복용 시 주의해야 할 부종(edema) 발생률도 여성이 더 높아(Am J Cardiol 1996;77(9):713~722) 성별 간 특이적 차이를 보였다. 

아울러 이뇨제 치료를 받은 여성에서 저칼륨혈증, 저나트륨혈증 등이 남성보다 더 많이 발병했으며(J Clin Hypertens (Greenwich) 2008;10(5):406~410), 항고혈압제 복용에 따른 성기능장애도 중년 여성에서 일반적으로 부작용으로 보고됐다(Curr Hypertens Rep 2012;14(4):285-292).

다만 항고혈압제의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예방 효과는 성별에 따라 다르지 않았다.

31가지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 포함된 약 10만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모든 항고혈압제의 MACE 예방 효과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없었고 성별 간 심혈관질환 위험 차이가 항고혈압제의 효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최 교수는 "주요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 항고혈압제의 혈압 강하 및 장기간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효과는 남녀가 유사했다"면서 "그러나 전체적으로 같은 항고혈압제를 복용하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이상반응이 흔하게 보고돼 더 불리했다. 이상반응을 고려했을 때 여성은 항고혈압제 복용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도 성별에 따라 항고혈압제 치료를 다르게 권고하지 않는다. 남녀 간 항고혈압제 치료 효과 차이가 없으며, 성별 간 목표혈압과 치료전략을 다르게 제시해야 한다는 근거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최 교수는 "현재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 기준 및 치료에 대해 성별 차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성별에 따라 다르게 제시해야 한다는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 이라며 "하지만 임상에서는 여성 고혈압 환자를 치료하기 전 생활주기와 병태생리학적 특징을 인지해야 한다. 아직 성별에 따라 치료가 달라야 한다는 근거가 부족하지만 앞으로 이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많은 임상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여성심장질환연구회 회장인 서울의대 김명아 교수(서울시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남녀의 특징 차이를 인정하고 있지만 성별에 따라 어떤 약을 투약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시하고 있지 않다"면서 "향후 발표되는 연구 결과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직 여성에서는 항고혈압제 복용 시 이상반응이 많이 나타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점을 가이드라인에 서술(description)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심장학회는 여성 심혈관질환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치료하고자 중·장기적으로 성별이 구분된 치료 가이드라인 만들겠다고 지난 6월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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