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 기획특집
급성기 병상수 줄이는 묘수는?중소병원 기능개편 반드시 필요 vs 현장 모르는 탁상공론
박선재 기자  |  sunjaepark@mo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호] 승인 2018.10.11  06:00:5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300병상 이하 병상의 시장 진입을 막고, 현재의 100~300병상의 진료 기능을 평가하면 급성기 병상 수를 줄일 수 있을까?

정답은 아직 알 수 없다. 한쪽 주장과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 치열하게 부딪히고 있을 뿐이다. 이 주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이 화두를 던지고, 서울의대 김윤 교수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임준 교수 등이 이어받아 논쟁에 불을 지피는 상황이다. 

일명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실 출신 교수들이 던진 중소병원 기능재편을 바라보는 의사들의 반응은 차갑다. 진료하지 않는 의료관리학 교수들이 얘기하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계속 증가하는 급성기 병상 수  

이 논쟁의 시작점은 급성기 병상 수의 지속적인 증가다. 

2017년 OECD 건강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병원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0병상으로 OECD 평균(4.7병상)보다 2.6배 많다. 특히 지난 5년간 대부분의 OECD 국가 총 병원 병상 수가 줄어든 반면, 우리나라는 1.3배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인구 1000명당 급성기 의료 병원 병상 수는 7.1병상으로 OECD 회원국 평균 3.6병상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급성기 의료 병원 병상을 보유한 국가는 일본(7.8병상)이며,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이렇듯 급성기 병상이 계속 늘어나면 지금도 꽤 좋지 않은 의료전달체계는 더욱 망가질 수밖에 없다. 

김 이사장 등이 이에 대한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 중소병원 기능개편이다.
올해 초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임 교수는 전달체계 내에서 제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의료기관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현행 중소병원은 지역사회 거점 병원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충족하지 못해 동일 진료권에 소재한 중소형 비영리법인 병원 간 합병을 허용해야 한다"며 "따라서 종합병원 중 300병상 이하의 의료기관은 300병상 이상으로 확충하거나 퇴출하고, 급성기 역할을 하는 병원은 전문병원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4일 열린 '2018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연구' 심포지엄에서 김 교수는 사망률, 재입원율 등 수치를 갖고 가세했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병상이 2개 이상인 지역에서는 사망률이 25%, 재입원율이 24% 더 낮았다는 수치를 근거로 제시한 것. 또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의 '퇴원 후 30일 내 사망'을 100으로 했을 때 300병상·종합병원 병상이 2개 이상인 지역의 퇴원 후 30일 내 사망이 75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병상 규모별 역할을 따져본 결과 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은 입원 환자만 늘리는 형태로 작용했다. 따라서 "병상 수를 줄이려면 100~300병상 사이의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기능 재정립을 해야 한다"며 "취약지 종합병원은 지역 책임병원으로 육성하고, 일반 병원은 회복기병원 등으로 기능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상 모르는 의사들의 주장?

중소병원 기능 개편에 대해 현장의 의사들은 대부분 반대 입장이다. 

토론회가 열려도 중소병원협회 관계자들은 참여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냉소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역별 총액예산제를 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진료하는 의사들은 중소병원이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중소병원 기능개편은 진료하지 않는 사람들의 주장일 뿐이라 꼬집는다. 

지방의 한 중소병원 이사장은 "지역이나 상황 등이 모두 다른데 병상 수에 따라 기능을 개편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소규모 병원이라도 그 지역주민에게 중요한 기능을 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대형병원의 20~30%밖에 안 되는 가격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라며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하는 중소병원도 많다"고 말했다.

일각의 이런 의견에 대해 김 교수의 생각은 단호하다. 중소병원 증가로 불필요한 입원이 양산되면서 의료 과잉공급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고, 따라서 의료전달체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요다는 것이다. 

중소병원들 양가감정 느끼나?

중소병원의 기능 재편에 대해 양가감정도 있는 듯했다. 기능개편에 관해서는 반대하지만, 300병상 이하 병원이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는 찬성하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이 모 이사장은 "새로운 병원이 시장에 진입할 때 일정 규모를 갖도록 하는 것에는 찬성한다"며 "중소병원이 많아지면서 의료자원 사용에 왜곡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 여건 등에 따라 병원이 모두 다른데 단지 병상 수로 구별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소병원 고위 관계자도 "급성기병상수를 줄이려는 이론으로 300병상 이하 병원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옳다"며 "정책 목표는 옳지만, 굉장히 어렵고 난해한 문제다. 정부가 개인의 사적 재산을 어떻게 정책적 수단으로 삼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계 상황에 다다른 중소병원들의 '출구 전략'을 먼저 제시하고, 기능 재편을 주장하면 문제가 좀 더 쉽게 풀릴 수 있다고 제시한다. 

대한중소병원협회 한 관계자는 "지금은 병원들이 어려워져도 청산되거나 부도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만일 정부가 병원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출구를 만들어주고 기능재편 얘기를 하면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병원 한 관계자도 "최근 지방의 유명한 중소병원들이 인건비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고 있다. 만일 경영이 어려운 병원이 인수합병 등 출구가 있다면 중소병원의 급성기 병상 수 증가 문제는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이사장 등이 제시한 중소병원 기능개편 방안에 출구 전략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이 있기는 하다. 

중소형 비영리법인 병원 간 합병을 허용하고 지역거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익의료법인으로 출구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법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 병원 간 인수합병을 촉진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장기저리융자로 지원하거나, 공익의료법인으로 갈 경우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에 준한 지원을 모색한다는 내용도 있다.

정작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중소병원을 관리하려는 흐름에 100병상 미만 중소병원들이 하나로 뭉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9일 100병상 미만 병원들이 대한지역병원협의회를 구축한 것.  

협의회 이상운 공동회장은 "전국에 흩어진 중소병원들이 자발적으로 단합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출발했다"며 "100병상 미만 중소병원들의 단합된 목소리를 통해 어려움을 개선하고 성과를 낼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관련기사]

박선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