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사망률 1/3은 심혈관질환…남북한이 질환 관리 모델 공동 구축해야

남북한 통일에 앞서 심혈관질환 등과 같은 비감염성 질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까지 기생충, 바이러스 등 감염성 질환 관리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제언이 주를 이뤘다는 점에서 새로운 고찰이다.

북한 전체 사망 1/3은 심혈관질환

최근 열린 통일보건의료학회에 따르면, 북한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병은 영양부족이나 감염성 질환이 아닌 심혈관질환이다. 이는 북한 전체 사망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학회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통일보건의료학회 학술이사)는 그 이유를 개발도상국의 질병 부담을 설명하는 소위 '이중 부담'이론에서 찾았다. 생애 초기에 영양 공급이 결핍된 아이는 이후 전 생애에 걸쳐 영양 과잉 관련 질환에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는 것. 주로 당뇨병, 고지혈증 등 내분비 대사질환과 고혈압 등과 같은 만성질환이다.

실제 북한의 장애보정생존연수(DALY)를 보면 1990년도에는 심혈관질환이 1순위, 암, 신생아 질환, 설사/하기도감염이 뒤를 이었다. 2000년도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영양결핍이 1순위, 심혈관질환, 암 신생아 질환 순으로 이어졌다. 2016년에는 다시 심혈관질환이 1순위를 차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90년대 후반에 최악의 영양적 박탈을 경험한 국가다. 통일 이후 사회경제적 풍요를 경험하면 만성질환 같은 비감염성 질환에 특히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탈북주민·사회주의체제전환국, 비감염성 질환 위험 높아

북한 이탈주민의 건강에서도 비감염성 질환의 위험은 여실히 드러난다.

김 교수가 2008년 10월부터 북한이탈주민의 건강 상태를 추적한 NORNS 연구에 따르면 30대 북한이탈주민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남한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남한 입국 당시 정상 체중이던 북한 이탈주민 중 4분의 3 정도가 체중이 증가했고, 정착 후 8년이 지나면 남한 주민들과 비슷한 비만율을 보였다. 체중이 5% 증가한 사람은 체중증가가 없었던 사람에 비해 대사증후군 위험이 10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은 소위 '마른 비만' 양상을 보이며, 이들이 남한에 정착해 살아갈수록 대사성질환 위험은 기존 남한 주민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탈주민 코호트는 통일 과도기에 비감염성 질환 관리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소중한 코호트인 만큼 관련 연구가 더욱 활발해져야한다"고 제언했다.

소련 등 사회주의체제 전환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비감염성 질환의 위험에 대한 경고는 맥을 같이 한다.

국영 의료체제로부터 급격한 민영화 과정을 거친 구 소련국가와 동유럽 국가는 체제전환 이후 격차가 크게 벌어져 1980년대 후반, 사망률이 급증하고 기대수명 역시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한 성인 남성의 사망률, 특히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통일 한반도, 비감염성질환 관리 전략은?

김 교수는 북한 비감염성 질환을 관리하려면 경색완화기(1기), 교류협력 확대기(2기), 통합 과도기(3기)로 전략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색 완화기에는 거점 중심의 교류협력 모델 창출과 남북한 공동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한 상급종합병원 및 국공립병원과 북한의 거점 의료기관과의 결연으로 상호협력하며, 비감염성 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도적인 치료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다. 특히 뇌졸중 발병 등 중증 비감염성 질환의 급성기 관리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교류협력 확대기에는 지역별 거점병원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비감염성 질환 유병자를 발굴, 관리할 것을 제언했다.

또한 △지역 진료소 기반 생활습관병 예방 시범사업 △남북 만성질환 공동관리위원회 설립 △남북한 질병관리본부로 확대 발전 등을 언급했다.

통합 과도기에는 남북한 전역에 대한 공동영양조사와 한반도 만성질환 지도 작성을 제언했다. 또한 △일반 인구집단으로 생활습관 중재를 확대 △고위험군 대상 맞춤형 생활습관 관리 서비스를 제공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남북한 간 보건의료체계, 의료문화와 수준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남한 주도 하에 관리하겠다고 하면 큰 난관에 봉착할 위험이 있다"며 "통일 과정에서 비감염성 질환 관리 모델을 구축하는 데 있어 남북한 보건의료인들이 만성질환의 발병 양상, 병인, 치료 등에 대한 연구와 관리전략을 공동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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