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 번째다.

지난 1일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에 일본 쿄토대 혼조 다스쿠 명예교수가 수상자로 발표되면서 일본에서 또 다시 수상자가 배출됐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에서도 첫 수상자가 나왔다. 

1901년 노벨생리의학상이 제정된 이후 올해까지 216명의 수상자가 배출됐다. 

안타깝게도 한국인 수상자는 나오지 못했고, 앞으로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간 일본과 중국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업적과 면면을 보면 한국 과학계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2012년 수상자인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는 성숙하고 특화된 세포들이 인체의 세포 조직에서 자라날 수 있는 미성숙 세포로 재프로그램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고, 2015년 수상자인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와 중국의 투유유는 기생충 감염 연구와 혁신적인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2016년에 수상자인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는 오토파지(자가소화작용)의 메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고, 올해 수상자인 혼조 다스쿠는 면역조절항암제 발견과 이를 암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규명해냈다.

그동안 네 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2009년부터 30명의 연구자를 선정해 5년 동안 20~50억엔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그 수혜자 중 한 명이 야마나카 교수다. 

야마나카 교수는 당시 수상 소감을 통해 "대지진과 불황에도 불구하고 50억엔의 지원을 받았다"며 "내가 아니라 일본이 노벨상을 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상자들의 업적을 살펴보면 가뜩이나 기초의학 연구 인프라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넘볼 수 없는 분야인 것은 확실해보인다. 

기초의학은 임상의학과 생명과학의 뿌리이지만, 한국의 기초의학은 예전부터 암흑기였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벨생리의학상은 고사하고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의사출신 연구자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기초의학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건 미미한 국가 지원이 한 몫 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기초의학계에서 의사 출신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기생충학자인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서민 교수는 '집 나간 책'이라는 자신의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노벨생리의학상은 글렀다"고 말했다. 

의학 연구 인프라도 없으면서 연구를 하도록 만드는 유인책도 없는 나라. 우리나라에서 노벨생리의학상을 타는 의사가 향후 10년, 아니 20년 내에도 나올 것 같지 않다는 게 이유다. 

진짜 서 교수의 말처럼 그럴 것 같다. 비정규직 연구원을 방치하는 국가에서 노벨생리의학상은 '언감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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