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허구'
아스피린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허구'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8.09.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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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질환 중간 위험도·고령 환자 대상 1차 예방 효과 본 연구 줄줄이 실패

심혈관질환 예방약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스피린에 암운이 감돌고 있다. 

지금까지 아스피린은 심혈관질환 예방에 가장 경제적인 약제 이미지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두 달 사이 연이어 발표된 대규모 무작위 연구에서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가 없다'는 일관된 결론이 나오면서 그 이미지가 허구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 아스피린의 유용성은 근거에 입각해 심혈관질환 2차 예방에 한한다. 이러한 효과를 바탕으로 1차 예방에도 적잖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연구를 통해 아스피린이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 만큼, 의료진은 아스피린 처방 시 환자와 아스피린의 혜택 및 위험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치료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SCEND·ARRIVE 연구, 아스피린 '출혈 위험>심혈관질환 예방 효과'

지난 8월에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18)에서는 심혈관질환 1차 예방에 있어 아스피린 '무용론'을 제기한 두 편의 연구가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의 유용성을 본 ASCEND 연구에서는 아스피린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약 12% 낮추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아스피린 복용 시 출혈 위험이 29% 상승해,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출혈 위험이 상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소화기계 출혈, 두개내출혈, 안구 출혈 등 심각한 출혈이 보고돼 아스피린의 혜택보단 위험에 무게가 실렸다.

이어 발표된 ARRIVE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중등도 위험군은 아스피린을 복용하더라도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없었다. 위장관 출혈 발생률은 아스피린 복용군과 위약군 모두 1% 미만이었으나, 그 위험은 아스피린 복용군에서 2배가량 높았다.

이에 학계에서는 아스피린의 혜택과 출혈 위험을 저울질했을 때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처방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었다. 

ASPREE 연구, 아스피린 '무용론'에 쐐기 박아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베일을 벗은 ASPREE(Aspirin in Reducing Events in the Elderly) 연구는 아스피린 무용론에 쐐기를 박는다. 

호주 모내시대학 John J. McNeil 교수팀은 심혈관질환, 치매, 장애 등을 동반하지 않은 건강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아스피린의 유용성을 평가한 ASPREE 연구 시리즈 세 편을 NEJM 9월 16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 

무작위 대규모 연구로 디자인된 이번 연구에는 호주와 미국에 거주 중인 70세 이상 고령 또는 미국 내 65세 이상의 흑인 및 히스패닉계 2만여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저용량 아스피린 100mg 복용군(아스피린군) 또는 위약군에 1:1 비율로 무작위 분류됐다. 추적관찰(중앙값)은 4.7년간 이뤄졌다.

1차 종료점으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치매, 영구적인 신체장애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했으며, 2차 종료점으로 주요 출혈 및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심혈관질환은 치명적 관상동맥 심장질환, 비치명적 심근경색, 치명적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 심부전에 대한 입원 등으로 정의했다. 

아스피린,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 없어…주요 출혈 위험 1.38배 ↑

최종 결과 심혈관질환 발생률은 1000인년(person-years) 당 아스피린군 10.7명, 위약군 11.3명으로 두 군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차이가 없었다(HR 0.95; 95% CI 0.83~1.08).

앞선 연구와 마찬가지로 이번 연구에서도 출혈 위험은 아스피린의 발목을 잡았다. 주요 출혈 발생률은 아스피린군이 1000인년 당 8.6건으로, 그 위험은 위약군(6.2건) 대비 1.38배(HR 1.38; 95% CI 1.18~1.62) 높았다. 두개내출혈 위험도 아스피린군이 위약군보다 1.5배(HR 1.5; 95% CI 1.11~2.02)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아스피린군이 위약군보다 1.14배 높았으며(HR 1.14; 95% CI 1.01~1.29), 특히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컸다(HR 1.31; 95% CI 1.10~1.56).

아울러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치매, 영구적인 신체장애 등을 종합적으로 본 1차 종료점 발생률은 1000인년 당 아스피린군 21.5명, 위약군 21.2명으로 두 군간 유의미한 위험 차이가 없었다(HR 1.01; 95% CI 0.92~1.11).

McNeil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심혈관질환이 없는 고령자는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더라도 혜택이 없었고 오히려 출혈 위험이 컸다. 이들에게 아스피린이 위험할 수 있다"며 "아스피린은 장애가 없는 건강한 고령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한 예방약으로서 가치가 거의 없다"고 피력했다.

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 백상홍 회장(가톨릭의대 순환기내과)은 "이러한 연구를 계기로 아스피린 역할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바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임상적으로 아스피린은 심혈관질환 1차 예방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복용을 원할 경우 아스피린의 혜택과 위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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