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회자되는 것은 어느 병원의 어떤 의사가 얼마의 리베이트를 받았냐는 것이다. 더불어 놀라는 포인트가 있다. 바로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영업 방법이다. ‘감성 영업’이라는 말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머슴’ 수준이다.

병원 근무자들의 간식 배달은 물론 의사의 출퇴근 또는 의사 자녀의 등하교를 책임지는 운전기사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의사 대신 예비군 훈련에 출석했다 적발된 영업사원도 있다.

끊이지 않는 리베이트 적발 소식이 들릴 때마다 동병상련 입장인 영업사원들은 자괴감이 들 것이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의미에서 영업사원들이 낯뜨거워 할 일들이 벌어졌다. 발암 가능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 사태 때문이다. 영업맨은 회사가 생산한 약을 믿고 거래처에 가서 처방을 유도한 죄(?)로 사태 수습까지 맡아야 했다.

화이자는 발사르탄 제제가 1차 판매 중지된 이후 '노바스크브이'의 안전성을 강조한 브로셔를 제작해 의료기관에 배포했다. 글로벌 품질 기준을 언급하며 처방 변경을 유도한 것이다. 어이없게도 노바스크브이는 2차 판매중지 품목에 이름이 올랐다. 처방 증대를 꾀하려던 회사의 전략은 자충수였고 거래처를 찾아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결국 영업사원의 몫이 됐다.

판매 중지 고혈압 치료제를 보유한 한 국내 제약사는 발사르탄 사태 이후 다른 사르탄 계열 고혈압약으로 처방을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제약사 영업사원은 "이미 회사가 신뢰를 잃은 상황인데 당장 다른 계열의 고혈압약으로 처방을 변경하라는 지침은 이해할 수 없다"며 "거래처 방문을 앞두고 수십번 고민하는 영업사원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덧붙여 오너 리스크 문제도 있다. 국내 제약사를 대표하는 장수기업들의 오너가 갑질 논란과 욕설 파문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들은 사과 후 자숙 의사를 밝혔지만 오너 리스크는 거래처를 향하는 영업사원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영업은 회사의 꽃이라는 말이 있다. 최일선에서 회사 매출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은 영업사원들을 기운 빠지게 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적어도 영업맨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로 자괴감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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