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이 재범 부채질

특허·상표·약사법 위반에도 가벼운 약사법 적용
가짜약 범람 국가신인도까지 떨어뜨릴 것

 가짜 항암제, 가짜 빈혈약 등이 우리나라에 상륙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들을 사지(死地)로 내몰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난치병을 앓다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아마 대다수는 "가짜약으로 목숨을 잃지 않았을까"란 의심 조차 품지 못할 것이다. 결국 가짜약은 망자의 `인권`과도 직결되는 일이다. 지금 당장 가짜약을 뿌리뽑을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약 먹기가 `러시안 룰렛`보다도 무모하고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짜약으로 인해 잘못됐는지 알 수 없다. 가짜약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의심될지라도 가짜약으로 인한 것인지 판명하기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불법약 추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이미 복용된 약에 대해서는 정품유무를 판별할 수 없고, 가짜약에 함유된 일부 정품의 유효성분으로 인해 부검시에도 정품의 유효성분이 검출 될 수 있기 때문에 가짜약 여부를 가려내기 힘들어 유해성은 현실보다 더 심각하다.
 가짜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전환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겠지만, 강력한 처벌로 재범을 막고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홍보도 병행해야 한다.
 현재 가짜약을 생산, 밀수, 유통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기준은 특허법과 상표법, 약사법에 명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가짜 비아그라를 유통하다 적발된 경우, 세 가지 법 모두를 위반하는 격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 세 가지 법에 대해 모두 기소하지 않고 약사법 위반만 적용해 처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화이자의 불법의약품 관련 프로젝트 매니저인 허정선 주임은 "작년에 가짜 비아그라 360만정을 밀수하다 적발된 사람의 경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보따리상의 경우 200만원 이하 벌금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솜방망이 처벌이 결국 재범률을 높여 가짜약 근절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화이자는 얼마전 가짜 비아그라를 판매하다 적발된 21명의 약사의 처벌 수위에 대해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보통 초범인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 혹은 영업정지 15일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진다. 시장에서 적발된 상인들의 경우도 생계형 범죄에다 약사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을 감안해 훈방하거나 가벼운 벌금형에 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편 특허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가짜약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전제로 "특허법, 상표법 등에 저촉될 경우 7년 이하 징역, 1억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만큼 벌칙은 강한 편이다. 각 지방검찰청 별로 지적재산권 전담검사도 한 명씩 있다.
 하지만 특허관련 형사고발은 친고죄이고, 상표권의 경우 특허청이 사법경찰권이 없어 효과적인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상표권과 관련한 사법경찰권을 요청한 상태다.
 저작권 문제는 생명의 문제와 또 다른 문제다. 2004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통상법 제 182조(수퍼 301조)에 따라 우리나라를 음반제작자에 대한 권리 보호 미흡 등을 이유로 우선감시대상국에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우선 감시대상국이란 오명은 지적재산권 뿐만 아니라 가짜약을 포함한 위조제품에 대해 폭 넓게 적용될 수 있어 국가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허청의 임해영 사무관은 "상표권,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 문제가 잘 관리되지 않으면 대외 신인도가 떨어져 결국 국가경쟁력 하락의 요인이 된다. 특히 의약품과 같이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며 특허청은 현재 다른 유관단체와 연계해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지난 2003년 위조약품 전담반을 구성했고, 기타 정부기관 및 민간부분에 대한 권고사항을 제정한 바 있다.
 또한 작년부터는 제약회사와 연계해 가짜약의 모델이 되는 주요 의약품에 무선 주파수 식별 태그를 부착해 실험실에서 약국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을 추진하고있는 등 가짜약 추방을 위한 고단위 처방을 내놓고있다.
 지난 3월 파리에서의 제2회 세계가짜약근절 포럼에는 각 정부의 대표자, 약품단속기관, 법 집행기구, 의약품 기관, 비정부 조직 및 정부간 조직, 가짜약 근절조직 뿐만 아니라 환자단체를 처음으로 동원해 불법약 추방운동에 앞장 서도록 했다.
 2002년 제네바에서 열린 제 1회 포럼이 가짜약 추방의 선언적 의미에 그쳤다면 2회는 "맞서 싸우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을만큼 이제 가짜약 문제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우리집 불끄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본지는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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