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3D프린터·가상현실 등 체험하는 수업 개설 ... 최형진 교수, "새 세상을 여는 리더 됐으면"

▲ 12일 서울의대 본과 1~2학년 학생들이 4주 동안 진행된 수업을 듣고 팀별로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2048년. 집에 돌아와 뇌파를 측정하면 피로도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질병에 취약해졌는지를 파악해 약물이 프린팅된다. 이 약물은 여러 레이어로 돼 있어 한꺼번에 몸에 퍼지지 않고, 1시간 후 녹는 레이어 따로, 2시간 후 녹는 레이어 따로 구분돼 있다.20년 후 즉 2068년에는 꿈과 감정을 다운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는 브레인과 브레인 간의 인터렉션이 가능한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두개골 안에 칩을 심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발전하면 외부에 칩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예를 들어 탱고를 잘 추는 사람이 자신의 탱고를 3D로 녹화해 플랫폼에 올리면, 탱고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이식된 칩을 통해 다운받으면 탱고를 출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어려운 수술도 이 같은 원리로 플랫폼에서 다운받으면 자동으로 뇌에서 구현된다.서울의대 수업에서 학생들이 발표한 내용 중 하나를 발췌한 것이다.이 수업을 기획한 사람은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최형진 교수. 의대생들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받기보다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토론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것이 수업의 목표라고.
▲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최형진 교수

이 강의는 매 학기 총 8주 과정으로 20여 개 프로그램을 본과 1~2학년 학생들이 선택해 들고 있는데,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수업 주제는 메디칼이미징 개론, 3D 프린팅 모델과 가상현실, 3D 프린팅 기술과 의료, VR과 의학인데, 인공지능, 3D 프린팅, 가상현실 등이 키워드다. 

내과의사이면서 의사과학자이기도 한 최 교수가 이 수업을 개설한 이유는 학생들이 창의적인 세계적 리더가 됐으면 하는 스승으로서의 바람 때문이다.   

최 교수는 "학생들이 의대를 졸업한 후 수련받고 모두 개원하길 바라지 않는다. 이들이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새로운 길을 트는 의사가 됐으면 한다"며 "세계 최초로 증강현실을 이용한 심장수술을 한 사람이 서울의대에서 나올 수 있도록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내 수업은 의사 국가고시와는 관계 없는 과목들이다. 학생들이 정규 과정에서 들을 수 없는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는 것"이라며 "환자 치료법이나 정보를 배우는 게 아니라 미래에 있을 기술을 상상해보는 시간이다. 미래에 창업을 꿈꾸거나, 신기술 개발 등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가상현실이나 VR 등의 새로운 의료기술로 수업을 구성한 만큼 현재 진행되는 기술들도 수업에서 들을 수 있다.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과 오늘을 개척해 기술을 만든 두 시대가 만나는 순간인 것이다. 

▲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최형진 교수가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만나볼 수 있는 의대 선택교과 과목을 개설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수업에는 서울아산병원 김남국 교수를 비롯한 KIST 김영준 박사, 한국산업기술대 심진형 교수 등 내노라하는 이 분야 전문가들이 의대생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12일 진행된 수업에서는 VR을 이용해 백내장 수술을 하는 '서지칼 마인드' 김일 대표가 강의를 맡았다.  

서지컬마인드는 가상현실 기술을 안과에 접목한 헬스케어 기업으로, 학생이나 전공의들이 백내장 수술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실제 백내장 수술을 하는 것과 가장 유사하게 수술 트레이닝 솔류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는는 이비인후과 유양돌기절제술에도 적용하고, 더 나아가서는 미용성형 분야에서 약물을 삽입하는 훈련이나, 스텐트 삽입 훈련, 내시경 기기 조작 훈련 등에도 확장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 12일 수업에 참여한 서지컬 마임드 김인 대표

이어 "지금은 백내장 수술에 대한 훈련이지만 5년 후에는 미세의료 트레이닝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의사가 수술을 하는 모습을 동영상에 올리고 이것이 곧 소비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발표했다. 

의대생들의 반응은 강의가 끝난 후 방학 때 관련 업체를 찾아가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좋은 편이다.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본과 1학년 이건 학생은 "의대 커리큘럼 과정은 모두 시험을 봐야 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이 있어 환기가 되고,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우리가 의사로서 활동하게 되는 시대는 10년 정도 후인데 그때 준비하면 늦는다. 지금부터 준비하고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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