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없는 76세 이상 고령에서 심혈관질환 예방·생존 혜택 등 나타나지 않아

스타틴은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관상동맥질환 또는 뇌혈관질환, 사망 사건 등을 줄일 수 있는 2차 예방약으로 임상에서 폭넓게 쓰인다.하지만 심혈관질환이 없는 모든 성인에게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해 스타틴을 투약해야 하는지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특히 심혈관질환이 없는 76세 이상의 고령자에서 스타틴의 임상적 혜택을 입증한 연구는 드물다.학계에서는 76세 이상 고령자에게도 스타틴을 심혈관질환 1차 예방약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그러나 최근 주요 연구에서 스타틴이 연거푸 쓴맛을 보면서, 심혈관질환이 없는 성인에게 스타틴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데 학계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USPSTF·ACC·AHA "심혈관질환 없는 고령자, 스타틴 복용 근거 불충분"미국 주요 가이드라인은 심혈관질환이 없는 76세 이상의 고령자가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해 스타틴을 복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심혈관질환이 없는 75세 이하에서는 스타틴을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76세 이상에서는 스타틴의 임상적 혜택 및 위험 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구체적으로 미국예방서비스테스크포스(USPSTF)와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는 심혈관질환이 없지만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으며 10년 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40~75세 성인이라면,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해 스타틴을 투약하도록 제시한다.반면 심혈관질환이 없는 76세 이상의 고령자가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스타틴을 복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물론 65세 이상에서 스타틴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약으로서의 가능성을 본 메타분석, 관찰연구 등이 있다. 하지만 연구에 76세 이상의 고령자가 많지 않았기에, 실질적으로 76세 이상의 고령자에서 스타틴의 임상적 혜택을 확인했다고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이차분석·코호트 연구 결과, 75세 이상 고령자 스타틴 1차 예방 효과 없어

학계에서는 스타틴을 나이에 상관없이 심혈관질환 1차 예방약으로 쓸 수 있을지를 본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임상에서 스타틴을 폭넓게 쓰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의견이 모이는 모습이다. 

6년간 추적관찰을 진행한 ALLHAT-LLT 이차분석 결과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이 없는 75세 이상의 고령자에서 심혈관질환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일반적인 치료군보다 감소하지 않았다. 게다가 통계적인 차이는 없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스타틴 복용 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JAMA Intern Med 2017;177(7):955-965).

이에 더해 BMJ 9월 5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스페인 회고적 코호트 연구도 ALLHAT-LLT 이차분석 결과에 힘을 실어준다(BMJ 2018;362:k3359). 연구에는 스페인 Database of the Catalan primary care system에서 확인된 심혈관질환이 없는 4만 7000여명의 데이터가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77세였고, 추적관찰은 5.6년(중앙값)간 진행됐다. 

먼저 당뇨병이 없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스타틴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를 평가한 결과, 75세 이상에서 스타틴 복용군과 비복용군은 죽상동맥경화심혈관질환(ASCVD) 및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에서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다. 

다만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스타틴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75~84세인 당뇨병 환자는 스타틴 복용 시 ASCVD 위험이 34%(HR 0.76; 95% CI 0.65~0.89),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16% 감소했다(HR 0.84; 95% CI 0.75~0.94). 하지만 85세 이상에서는 스타틴의 ASCVD 예방 또는 생존 혜택이 점차 감소했고, 90대의 경우 이러한 효과가 사라졌다. 

연구자들은 이 같은 결과를 근거로 심혈관질환이 없는 성인에게 광범위하게 스타틴을 투약하기보단, 환자에 따라 개별화된 치료를 적용해야 한다고 중지를 모은다. 

ALLHAT-LLT 연구를 주도한 미국 뉴욕대 랭곤 의대 Benjamin H Han 교수는 "심혈관질환이 없는 7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스타틴의 임상적 혜택이 크다는 근거는 없다"며 "임상에서는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건강상태, 다른 위험요인 등을 고려해 환자에 따라 개별화된 치료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페인 회고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한 스페인 IDIAP Jordi Gol의 Rafel Ramos 교수는 "심혈관질환과 제2형 당뇨병이 없다면, 미국 가이드라인에서 스타틴의 임상적 혜택이 있다고 명시한 75세를 포함해 그 이상에서 ASCVD 예방 및 생존 혜택이 의미 있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심혈관질환이 없는 고령자에게 스타틴을 1차 예방약으로 광범위하게 쓰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제2형 당뇨병 환자는 85세 이하라면 스타틴의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틴 효과 나타나는 시간 필요…고령자 기대여명 짧아"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스타틴의 2차 예방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명백하게 입증됐다. 하지만 심혈관질환이 없는 76세 이상 고령자에서 스타틴이 1차 예방약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고령자는 심혈관질환이 없더라도 다른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기대여명이 짧기 때문에 스타틴의 효과가 충분하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경상의대 정영훈 교수(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는 "고령자는 기대여명이 짧기 때문에 스타틴의 심혈관질환 예방 및 생존 혜택이 나타나기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며 "게다가 고령자는 스타틴 복용 시 이상반응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스타틴을 심혈관질환 1차 예방약으로서 모든 연령에 폭넓게 쓰기보다는,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스타틴 치료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주의대 김장영 교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는 "스타틴은 제대로 된 효과를 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면서 "그러나 76세 이상 고령자는 기대여명이 짧기에 스타틴의 임상적 혜택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스타틴이 76세 이상 고령자에게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가 없는 약이라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고령자는 노쇠할뿐더러 감염병, 암 등의 질환도 많이 동반한다. 또 혈관성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며 "고령자가 가진 여러 위험요인을 고려했을 때 스타틴의 효과에 문제가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