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지 평가요인으로 구성된 'H2FPEF 점수' 개발…HFpEF 진단 정확도 높아
심부전 바이오마커 'NT-proBNP'제외…과잉진단 가능성 우려

심부전은 심혈관질환 중 가장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그러나 대다수가 심부전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노화의 증상'으로만 여기면서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특히 호흡 곤란을 느껴 내원했지만 심장초음파 상 심장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Heart Failure with Preserved Ejection Fraction, HFpEF)' 환자를 진단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이에 미국에서는 호흡 곤란이 있으나 정상혈량성(euvolemic)인 HFpEF 환자를 몇 가지 임상적 특징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평가도구인 'H2FPEF 점수'가 등장했다(Circulation 2018;138:861~870).임상에서 쉽게 확인 가능한 나이, 비만도, 동반질환 등의 지표를 통해 HFpEF 정밀 검사가 필요한 환자군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게 주요 특징이다. 게다가 진단 정확도 역시 합격점을 받았다.하지만 HFpEF 환자를 놓치지 않겠다는 개발 목적과 달리 오히려 호흡 곤란을 느끼는 대부분 환자가 HFpEF로 추정돼 과잉진단(overdiagnosis)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H2FPEF 점수의 유용성과 한계점 등을 조명했다.'ESC 심부전 진단 알고리듬' 이용해 HFpEF 진단HFpEF는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상으로 심장이 잘 뛰지만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의미한다. 심장초음파 상에서 정상인과 심장기능에 차이가 없으며, 호흡 곤란이 있다면 그 원인이 심장인지 또는 심장 외 원인인지 구별되지 않는다.현재 임상에서는 심부전 진단 알고리듬을 바탕으로 HFpEF가 의심되는 환자를 판단하고 있다.2016년 유럽심장학회(ESC) 만성 심부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심부전이 의심될 경우 심근경색, 혈관재생술 과거력, 이뇨제 복용, 신체적 검진 등으로 심부전 환자를 구분한다(European Heart Journal 2016;37:2129~2200).임상적으로 한 가지 이상 문제가 있다면 심부전 진단에 활용하는 바이오마커인 BNP(B-type natriuretic peptide)와 NT-proBNP(N-terminal pro BNP) 수치를 확인하고, 이상이 감지될 경우 심전도검사를 진행해 심부전을 진단한다.그러나 이 같은 진단 알고리듬만으로 놓치는 HFpEF 환자가 있을 수 있다. 움직이지 않으면 심장 기능에 문제가 없지만 운동하면 호흡 곤란이 나타나는 환자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초기 단계라면 진단 과정에서 정상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정확한 진단을 위해 카테터를 혈관을 통해 심장에 삽입한 후 심장 압력을 직접 측정하는 '침습적 혈역학 운동검사(invasive hemodynamic exercise testing)'가 있지만, 검사에 대해 환자가 느끼는 부담감이 상당하며 정기적인 검사로 시행하기엔 비실용적이라는 한계점이 있다.H2FPEF 점수 6~9점이면 HFpEF 가능성 '90%'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평가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메이오클리닉 Yogesh N.V. Reddy 교수팀은 호흡 곤란이 나타난 HFpEF 환자의 임상적 특징을 확인했다.

침습적 혈역학 운동검사를 받은 414명을 후향적으로 평가한 결과, 최종 HFpEF를 진단받은 환자(267명)는 진단받지 않은(대조군, 147명) 이들보다 고령이면서 체질량지수(BMI)가 높고 고혈압, 심방세동, NT-proBNP 수치 증가, 신기능 장애 등이 더 많이 보고됐다.

이어 HFpEF 환자에서 확인된 위험요인들을 다변량 분석했고, 최종적으로 △비만(Heavy, BMI>30kg/㎡) 2점 △고혈압(Hypertension, 항고혈압제 2가지 이상 복용) 1점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3점 △폐동맥 고혈압(Pulmonary hypertension, 심초음파 상 폐동맥 수축기압>35mmHg) 1점 △고령(Elder, 60세 이상) 1점 △충만압(Filling Pressure, 심초음파 상 E/e'>9) 1점 등으로 구성된 H2FPEF 점수를 개발했다.

H2FPEF 점수는 총 9점으로, 1점이 높아질수록 HFpEF 위험이 2배가량 상승했다(OR 1.98; 95% CI 1.74~2.30; P<0.0001). 이를 근거로 0~1점이라면 HFpEF 가능성이 작으며 2~5점이라면 중등도 위험 수준이기에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6~9점이라면 HFpEF 가능성이 90% 이상인 고위험군으로 파악됐다. 

이를 토대로 평가한 HFpEF 진단 정확도도 우수했다. 2016년 ESC 만성 심부전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진단 알고리듬의 곡면하면적(Area Under the Curve, AUC)은 0.672였으나 H2FPEF 점수는 이보다 0.169 더 높은 0.841이었다(95% CI 0.120~0.217). AUC는 1에 가까울수록 진단 정확도가 높다고 판단한다. 

Reddy 교수는 "간단한 H2FPEF 점수로 호흡 곤란을 겪는 환자에서 HFpEF 환자를 구분할 수 있다"며 "H2FPEF 점수는 임상에서 HFpEF 확진을 위해 추가 검사가 필요한 환자를 결정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T-proBNP 제외…대부분 고위험군에 해당돼 '과잉진단' 가능성 있어

그러나 H2FPEF 점수의 진단 정확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먼저 평가요인에 NT-proBNP가 제외된 점이다. NT-proBNP는 심부전 진단에 활용하는 중요한 바이오마커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NT-proBNP가 심부전 진단에 유용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 평가요인에 포함되지 않았다. 

고려의대 나진오 교수(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분석에 포함된 환자들이 운동할 때만 심부전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는 초기 단계여서 NT-proBNP 수치가 증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또 전체 환자군 중 24%가 NT-proBNP 검사를 받지 않았다. 즉 NT-proBNP 수치 관련 데이터가 결측돼 평가요인에서 제외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다수 환자가 H2FPEF 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HFpEF 정밀 검사가 필요한 군으로 분류되면서 오히려 과잉진단될 문제도 있다.

나 교수는 "심부전 환자는 대다수가 고령이며 고혈압 환자도 많다. 게다가 임상에서 심초음파 상 충만압이 상승한 환자도 80~90%다"면서 "위험요인에 따라 점수를 책정하면 대다수 환자가 고위험군에 해당된다. 이들이 모두 정밀 검사를 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HFpEF를 예측할 수 있는 H2FPEF 점수가 개발된 점은 의미가 있지만, 진료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문제가 있다"면서 "이를 무조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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