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연구팀 630만명 데이터 분석 결과, 다른 진통제·비복용군보다 MACE 위험 높아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NSAIDs)인 디클로페낙(diclofenac)이 심혈관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병원 Morten Schmidt 교수팀이 약 63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디클로페낙을 복용한 군이 다른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은 이들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디클로페낙은 전 세계에서 처방되는 치료제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근거로 디클로페낙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해선 안 되며 약물 포장지에도 잠재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에 대한 경고문을 추가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전언이다.

이번 연구는 BMJ 9월 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그동안 NSAIDs 약물간 또는 다른 진통제와의 심혈관 안전성을 비교한 대규모 무작위 연구는 없었다. 환자를 심혈관질환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비윤리적인 문제 등으로 무작위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1996~2016년 덴마크 전국 단위 대규모 코호트를 바탕으로 디클로페낙과 다른 NSAIDs 약물 또는 아세트아미노펜인 파라세타몰(paracetamol), 비복용군의 30일 내 심혈관질환 위험을 비교했다.

1996년 전 최소 1년간 처방 기록이 있는 덴마크 성인 630만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악성종양, 조현병, 치매,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간질환, 궤양병 등이 있는 환자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전체 성인 중 디클로페낙 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137만 832명이었다(디클로페낙 복용군). 다른 NSAIDs 약물로 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이부프로펜 387만 8454명(이부프로펜 복용군) △나프록센 29만 1490명(나프록센 복용군)이었다. 파라세타몰 복용군은 76만 4781명, 진통제 비복용군은 130만 3209명이었다. 이어 성향점수매칭 기법을 적용해 치료 시작 후 30일 내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발생 위험을 평가했다. 

그 결과 디클로페낙 복용군은 비복용군과 비교해 MACE 발생 위험이 1.5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RR 1.5; 95% CI 1.4~1.7). 이와 유사하게 다른 진통제와의 비교에서도 디클로페낙 복용군의 MACE 발생 위험은 파라세타몰 복용군 또는 이부프로펜 복용군 대비 모두 1.2배(RR 1.2; 95% CI 1.1~1.3), 나프록센 복용군 대비 1.3배 높았다(RR 1.3; 95% CI 1.1~1.5).

구체적인 디클로페낙 복용군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살펴보면, 비복용군보다 △심방세동/심방조동 1.2배(RR 1.2; 95% CI 1.1~1.4) △허혈성 뇌졸중 1.6배(RR 1.6; 95% CI 1.3~2.0) △심부전 1.7배(RR 1.7; 95% CI 1.4~2.0) △심근경색 1.9배(RR 1.9; 95% CI 1.6~2.2)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1.7배(RR 1.7; 95% CI 1.4~2.1) 상승했다. 이는 저용량 디클로페낙을 복용한 환자에서도 유의미했다.

심혈관질환 위험에 이어 디클로페낙 복용군에서 출혈 위험도 감지됐다. 

디클로페낙 복용군의 30일째 상부위장관 출혈 위험이 비복용군보다 4.5배, 이부프로펜 또는 파라세타몰 복용군보다 모두 2.5배 높았던 것. 다만 나프록센 복용군과의 상부위장관 출혈 위험은 유사했다. 

Schmidt 교수는 "일부 환자는 이러한 잠재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에도 불구하고 NSAIDs 약물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심혈관질환 및 위장관 출혈 위험 등을 고려했을 때 다른 NSAIDs보다 디클로페낙을 먼저 처방하기에는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찰연구로 진행됐기에 디클로페낙 복용 시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았던 원인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라는 점에서 임상에서 치료 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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