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항암제·빈혈약 상륙도 불보듯

`해피드럭`은 주류일뿐…"국내시장 규모 상상 넘을 것"

 목숨을 사고 파는 시장, 독버섯처럼 번지는 `의약품 블랙마켓`의 장세가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국민 건강을 크게 위협,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가짜약의 발본색원을 위한 국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유명제약사 유명약품의 제품명을 도용하고 포장과 제조원료 등을 불법적으로 위조해 환자들로 하여금 정품으로 오인케 해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가짜약의 시장 규모는 한 마디로 `측정불가`다. 국내에 밀반입돼 약국, 시장, 인터넷, 성인용품점, 길거리 가판, 심지어 중앙일간지 명함광고에 이르기까지 추적이 어려운 경로로 유통되는데다 식약청과 관세청, 경찰청 등 유관기관의 단속도 업무중복과 인력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천세관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여행객의 10%정도만 신변검색을 실시하고 있어 실제 적발도 전체 규모의 10% 수준 밖에 안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처럼 블랙마켓의 시장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자료는 많다.
 언론에서 작년 가짜약 적발을 보도한 것만도 23건에 이른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또한 관세청에서 발표한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한국화이자)의 가짜약 밀수입 적발실적에 따르면 작년 272건 적발에 압수한 양은 651,069정이었지만, 올해는 7월까지만해도 적발건수는 208건을 넘고, 10월 현재 압수한 것만도 120만정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로 환산하면 약 120억원에 이른다. 릴리 시알리스의 경우는 비아그라 적발건의 약 20% 수준인 것으로 전했다.
 세계적으로도 이같은 가짜약 문제는 심각한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2003년 IFPMA(국제제약회사연맹)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거래되고 있는 약의 7%가,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10% 이상, 개발도상국은 25% 이상이 가짜약이며 연간 전체 가짜약 시장규모는 우리 돈으로 46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아시아의 경우 정품시장보다 가짜약 시장이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과 교류가 활발한 나라일수록 의약품 블랙마켓은 활성화 되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가짜약 시장은 어느 정도 진정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노동력이 싸고 감시체계가 허술한 동남아와 중국 등지에서 대량으로 가짜약을 만들어 유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 불법 제조 시설은 적발되지 않았지만, 덕용포장된 가짜약을 들여와 소분 포장하는 시설은 적발된 바 있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가짜약은 발기부전치료제와 비만치료제 등 소위 `해피드럭`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가짜약의 세계적 추세는 결코 해피드럭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한다. 국내에서 이미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와 위궤양치료제 잔탁, 무좀약인 스포라녹스 캅셀, 비만치료제 제니칼 등의 가짜약 적발 사례가 있었고, 해외에서는 항암제와 빈혈약, 고지혈증 치료제 등의 블랙마켓이 형성되어 있어 곧 국내에 상륙할 것이 예상된다.
 해외에서 보고된 가짜약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는 가히 충격적이다. 1995년 니제르에서 수막염이 퍼졌을때 가짜 백신을 접종받은 2,500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 GPHF(독일 약품 연방 기금)에서 발표한 자료에도 나이지리아의 경우 전체의약품의 60%가 가짜약이며, 중국에서는 2001년에 가짜약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100,000명이 넘는다고 보고됐다.
 한국화이자의 의약품블랙마켓 근절 프로젝트매니저 허정선 주임은 "블랙마켓을 근절하지 못한다면 약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정품과 가짜약의 구분조차 사라져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랙마켓 근절을 위해 식약청은 2005년 중점추진 과제로 발기부전치료제 등 부정의약품의 불법유통의 근절을 채택하고, 기동단속반을 편성하고 있고 대한약사회도 올 하반기 불법약 추방 캠페인을 통해 가짜약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한국화이자는 올초부터 국내에선 최초로 블랙마켓 근절을 위해 정부기관 및 약사회 교육, 가짜약 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고, 한국릴리도 시알리스의 가짜약 유통 증가에 따라 약사회를 중심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세관의 김연종 홍보관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발실적이 매우 우수하다"며 교육을 통해 가짜약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유관단체가 가짜의약품 근절을 위해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다. 한국화이자가 올해 처방전 없이 가짜약을 구입해 본 남성 100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이들의 성향은 가짜약인 줄 의심은 하면서도 기회만 되면 구입해 복용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의 광고 규제가 있어 힘들다며, 전문약 광고 규제가 블랙마켓 근절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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