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쇠 관리 대책 ‘눈길’ 비용 적게 들고 효과는 높아 ... 국내에서도 노인 노쇠 관리 필요 목소리 높아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들이 건강하게 노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절실한 숙제가 됐다. 

지난달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65살 이상 노인(내국인)은 712만명으로 2016년보다 34만명 늘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6%에서 14.2%로 커져, 고령사회 진입이 확정됐다.

걱정스러운 것은 속도다. 고령화 사회의 대표 격인 일본이 1970년 7%에서 1994년 14%로 고령 인구 비중이 늘어나는 데 24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17년 만에 고령사회에 접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초고령화 사회로 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노인들이 요양병원이나 병원에서 노후를 마감하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쇠관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28일 건국대 의생명연구원에서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이 개최한 '장기요양과 치매 예방을 위한 노쇠관리 중요성' 세미나가 열렸다. 

▲ 지난 28일 한국노인노쇠코호트 및 중재연구 사업단이 세미나를 개최했다.

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 원장원 단장(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은 "노쇠는 건강과 장애의 중간 정도에 있는 단계로 65세 노인 80%가 노쇠, 50%가 노쇠의 전단계"라며 "노쇠한 노인을 관리하지 않으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노쇠하면 치매가 발생한다는 연구도 많다"고 말했다.  

노인의 건강을 관리해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됐음에도 우리 정부는 아직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과 보건소 등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전부일 정도다.  

보건사회연구원 김남순 연구원은 "노쇠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정책임에도 현재는 보건소, 1차의료기관 등이 각각 진행하고 있다"며 "보건소가 컨트롤타워가 돼 제대로 된 정책을 갖고 노쇠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대규모 노쇠 코호트 'KASHIWA study' 진행

우리나라가 노쇠관리를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한 반면 일본은 연구를 통해 근거를 갖춘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운동기능뿐만 아니라 사회참여, 가정생활, 질병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날 세미나 발표자로 나선 일본 동경대 노화연구소 Iijima Katsuya 교수에 따르면 현재 일본 후생성은 노인을 관리하기 위해 자택의료케어시스템과 노쇠관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일본이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손가락 링 테스트

특히 노인들이 노쇠하지 않도록 일본 6개 지역에서 대규모 종단코호트연구(KASHIWA study)를 진행 중이다. Iijima 교수의 발표가 눈길을 끈 이유는 일본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간단하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KASHIWA study는 크게 Yubi-Wakka test(손가락 링 테스트), Oral frailty, Social frailty 등으로 구성돼 있다. 

Iijima 교수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종아리 둘레를 체크하는 테스트는 노인의 근육량 감소를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라며 "연구 결과 종아리 근육이 적은 노인이 혼자 식사하거나 소식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사망률에서도 차이가 났다. 손가락 링보다 종아리 둘레가 큰 노인과 적은 노인의 사망률이 3배 정도 차이가 났다"고 발표했다. 

손가락 링 테스트가 일본에서는 노인의 노쇠 정도를 체크하는 중요한 검사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 이유에 대해 Iijima 교수는 "손가락 링 테스트는 1원도 들지 않고, 5초 내에 할 수 있다. 종아리 근육이 큰 것이 살찐 게 아니라 건강의 증표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구강 상태 6개 지표로 확인

일본 정부는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구강 상태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치아 개수 △저작기능 저하 △'타(ta)' 발음을 5초간 30번 할 수 있는가 혹은 느리게 할 수 있는가 여부 △혀를 입천장에 댔을 때 힘 △딱딱한 음식을 먹기 힘든가 △죽이나 수프 등을 마셨을 때 목에 걸리지 않는다 등 6개 항목이 노인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Iijima 교수는 "6가지 항목에 맞춰 검사를 진행한다. 또 6가지 중 3가지에서 문제가 생기면 구강노쇠로 평가했다"며 "4년 동안 추적한 결과, 구강에 문제가 있으면 사망률도 두 배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사회활동 참여 장려…문화·봉사활동 할수록 노쇠 더뎌

일본 정부는 노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성(사회참여)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대규모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는 4만 9238명 노인을 대상으로 △혼자 식사하는 노인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노인 △혼자 사는 노인 △가족과 함께 살지만 혼자 식사하는 노인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가족과 함께 살면서도 혼자 식사하는 노인이 우울증, 영양결핍 등이 가장 심했다.

또 다른 연구는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노인 △문화 활동을 하는 노인(특히 바둑) △ 봉사활동을 하는 노인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3가지를 모두 하는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의 노쇠는 16배나 차이가 났다.

Iijima 교수는 "눈여겨볼 만한 점은 운동하지 않고, 문화활동과 봉사활동만 하는 노인이 노쇠가 훨씬 덜 했다. 결국 노인들의 인간관계 형성고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 정부는 노쇠관리를 위해 대학, 지자체, 정부, 시민, 민간기업 등이 모두 연계해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노쇠관리프로그램이 힘을 갖는 기저에는 서포터즈들의 활동이 있다. 정부가 서포터즈들을 교육하고, 이들이 노인의 노쇠관리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 서포터즈들이 사용하는 체크리스트도 간단한 것에서부터 세밀한 것까지 다양하다. 교육은 6개월에 한 번 정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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