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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의사 행정처분 유보, 그 다음은요?
고신정 기자  |  ksj8855@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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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승인 2018.08.30  05: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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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점이다. 낙태 의사 처벌 논란에 대한 얘기다.

보건복지부는 29일 "헌법재판소 위헌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낙태수술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낙태를 비도덕 진료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이를 시행한 의사에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다는 정부의 개정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이 시행된 지 2주만이다.

그 사이 의료계 안팎에서는 큰 혼란이 일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정부 조치에 반발해 현행법상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모든 인공임신중절술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이것은 다시 범사회적 낙태죄 찬반논란으로 확산됐다.

의료계와 여성계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행정처분 유보를 선언하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여기서 잠시 시계를 되돌려보자. 2016년 가을의 어느 날이다.

당시 정부는 의료인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 비도덕 진료행위에 낙태죄를 포함하고, 그에 대한 처벌을 기존 자격정지 1개월에서 12개월로 상향하는 규칙 개정안을 내놨다, 산부인과 의사들과 여성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현행 법률이 인공임신중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위반한 사례를 모두 불법 낙태로 규정해 수술의사를 일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당시 산부인과와 여성계의 주장이었다.

이는 다시 낙태죄 찬반논쟁으로 이어졌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낙태죄 유지를 주장하는 쪽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맞섰다.

논란의 한 가운데 있던 복지부가 낙태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 강화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상황이 정리되기는 했지만, 불씨는 그대로 남았다 2018년 지금 다시 거대한 불길로 살아났다.

논란의 핵심으로 꼽혔던 '법과 현실과의 괴리'를 그 사이 그 누구도 돌아보거나 정리하지 않은 탓이다.

복지부가 쏘아올린 낙태죄 찬반논쟁은 당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한국판 검은 시위, 그리고 낙태 합법화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이 청원은 한달 만에 무려 23만 여명의 지지를 얻으며 소년법 폐지에 이어 문재인 정부 2번째 국민청원으로 채택돼, 청와대의 직접 답변 대상이 됐다.

답변에 나선 조국 민정수석은 "임신중절 시술로 인해 생명권이 박탈된 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처벌강화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불법 시술, 해외 원정시술 등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특히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정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 이제는 태아 대 여성, 전면금지 대 전면허용 이런 식의 대립 구도 넘어서 사회적 논의 필요한 단계"라고 강조하고, 정부가 2018년 임신중절 현황과 사유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추진키로 했다고 알렸다.

낙태죄 논란의 핵심이 법과 현실의 괴리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의 해결을 위한 국가와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를 갖고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장 29일 복지부의 입장발표에도 의사 행정처분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상황 정리가 있을 뿐, 그 후속대책이나 사회적 논의구조 마련을 위한 노력은 담겨 있지 않다.

낙태죄 폐지 논란은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헌재 판단의 근거가 될 실태조사, 현황파악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여론 조성은 헌법재판소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국가와 정부의 몫이다.

인공임신중절술을 선택하는 배경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띄는 만큼 의학적 사유와 윤리적, 사회경제적 사유 등 다양한 관점에서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법과 현실을 잇는 고리는 정부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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