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2018] High-STEACS,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의심 환자서 심근경색·사망 발생률 비슷

혈액 속 미량의 트로포닌을 감지할 수 있도록 민감도를 높인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가 기존 트로포닌 검사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High-STEACS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으로 의심되는 환자는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로 심근손상을 확인했더라도 기존 검사로만 진단했을 경우와 비교해 1년째 예후가 다르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28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18)에서 베일을 벗었다. 동시에 Lancet 8월 2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는 기존 검사보다 민감도가 향상돼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발병 초기에 질환을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았다. 

2018년 보편적인 심근경색(Universal Definition of Myocardial Infarction. UDMI) 정의에서는 심근경색 진단 기준치를 트로포닌 농도가 건강인 참고집단의 99 백분위수를 초과할 경우로 제시하면서,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 결과에 따른 성별 특이적(sex-specific) 기준치를 적용하도록 명시했다(Circulation 2012;126:2020-2035).

그러나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가 기존 검사보다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으로 의심되는 환자의 예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영국 에든버러대학 Nicholas Mills 교수팀은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의 유용성을 검증하고자 High-STEACS 연구를 진행했다.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에 대한 첫 무작위 연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연구는 스코틀랜드 2차 또는 3차 의료기관 10곳에서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으로 의심돼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특정 제외 기준을 두지 않고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이 의심되는 환자 모두에게 기존 트로포닌 검사 및 고감도 트로포닌 I(hs-cTnI) 검사를 시행해 심근손상을 확인했다. 2013년 6월부터 2016년 3월 사이 4만 8282명 환자가 연구에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61세였고 여성이 47%였다.

고감도 트로포닌 검사를 환자 진료에 적용한 시기는 병원에 따라 차이를 뒀다.

구체적으로 모든 의료기관은 6개월간 기존 트로포닌 검사로 환자를 진단하면서 hs-cTnI 검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유효성 검사 단계(validation phase)'를 가졌다. 해당 단계에서 심근손상 진단 기준은 트로포닌 수치가 40ng/L 또는 50ng/L인 경우로 정의했다. 

6개월 후 5곳 의료기관이 먼저 hs-cTnI 검사로 환자들의 심근손상을 진단하는 '검사 적용 단계(implementation phase)'에 도입했다. 나머지 5곳은 추가로 6개월간 유효성 검사 단계를 거친 후 검사 적용 단계를 가졌다.

이어 모든 의료기관이 6~15개월 동안 hs-cTnI 검사를 심근손상 진단에 적용했고 이후 환자들의 1년 예후를 추적관찰했다. hs-cTnI 검사에 따른 심근손상 진단 기준은 남성 34ng/L, 여성 16ng/L로 설정했다.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의심 환자 중 1만 360명(21%)이 기존 트로포닌 검사 및 hs-cTnI 검사에서 심근손상이 확인됐다. 이 중 1771명(17%)은 기존 트로포닌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hs-cTnI 검사에서 심근손상이 발견됐다(재분류군). 심근손상이 나타난 환자 6명 중 1명이 hs-cTnI 검사로 확인된 셈이다. 시기별로는 유효성 검사 단계에 1051명, 검사 적용 단계에 720명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재분류군을 대상으로 각 단계에 따른 1년 내 심근경색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발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1년 내 사건 발생률은 유효성 검사 단계에서 12%(131명) 검사 적용 단계에서 15%(105명)로, hs-cTnI 검사를 진단에 활용한 시기에 따른 환자 예후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adjusted OR 1.10; 95% CI 0.75~1.61; P=0.620). 뿐만 아니라 hs-cTnI 검사로 심근손상을 진단받은 환자 3명 중 1명만이 1년 이내에 심근경색이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발표한 Mills 교수는 "hs-cTnI 검사로 심근손상이 확인된 환자들은 기존 트로포닌 검사와 비교해 1년 내 심근경색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발생률이 다르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심근경색 환자를 찾을 수 있는 최적 진단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건강인 참고집단으로부터 도출한 통계적 진단 기준치로 심근경색을 진단해야 할지 또는 정확도를 최적화한 진단법으로 접근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