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침 쇼크 환자 도운 의사, 민사소송에 비판..."고의 없다면 면책해야"

대한의사협회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착한 사마리아인법을 담은 응급의료법 개정을 촉구했다.

한의사에게 봉침 시술을 받고 쇼크로 사망한 환자를 도운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민사소송이 제기되자, 의료계가 착한 사마리아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29일 의협 임시회관에서 '의료기관외 응급의료에 대한 소송제기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주장했다. 

지난 6월 초등학교 교사 A씨는 부천 모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인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했다. 

당시 해당 한의사는 환자 상태가 나빠지자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의원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가정의학과 의사는 119가 올 때까지 에피네프린 투여,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한의사를 고소하며 응급처치를 도왔던 가정의학과 의사도 함께 고소했다. 

유족 측은 CCTV 영상을 보면 가정의학과 의사가 응급상황에서 에피네프린을 들고 가는 게 늦어, 치료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유족 측은 "처음부터 현장에 오지 않았다면 몰라도 응급상황이라면 보증인적 지위가 있다"며 "직접적인 불법 행위자가 아니라도 한의사를 도와주러 갔다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의협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리가 적용된 현행 응급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응급의료가 필요한 상황은 불특정한 장소에서, 불특정한 다수에게 발생할 수 있고 그 결과가 부정적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면책 조항이 응급의사를 한 의사가 과실이 없다는 걸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못한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상황에서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수행한 선의의 응급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면책성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면책의 범위는 완전한 면책이 아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한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고 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생명구조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한 의료활동에 과실 여부를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응급구조를 위한 의료활동에 대해서는 고의가 없을 경우 그 책임을 면제받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행법으로 인해 선의를 가진 의사의 응급의료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최 회장은 "형법상 중대한 과실은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는데 고의가 아닌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만 면책 규정이 적용된다는 건 응급의료행위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특히 응급의료는 환자가 사상에 이르는 경우가 불가피하게 발생하기에 형벌 감경은 필요적 면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행위 자체를 문제 삼은 현 소송은 비합적이고 부당한 만큼 즉시 취하돼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의협은 향후 결과에 따라 강도 높은 대응도 고려 중이다. 

최 회장은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이번 소송처럼 유사한 사례의 민·형사상 소송이 이뤄지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강도 높은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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