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축소 계획 알려져…의료계 "정부 지원금 줄어든다면 사업 중단으로 이어질 것"

▲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운영협의체는 24일 서울대병원에서 '국가 심뇌혈관질환 관리 체계, 어디로 가야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10년째로 접어든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사업'이 정부의 예산 지원 삭감으로 존립 위기에 봉착하면서 의료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사업 시작 후 정부의 운영비 지원이 점차 줄어 지난해 30%만 지원받았는데, 최근 정부가 예산 지원을 더 삭감할 계획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선 병원 자체 예산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 결국 병원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내부적으로 센터 사업을 축소하는 방법을 찾게 되고 이로 인해 사업 중단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운영협의체는 24일 서울대병원에서 '국가 심뇌혈관질환 관리 체계, 어디로 가야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예산 지원 삭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는 2008년 △강원대 △경북대 △제주대를 시작으로 2009년 △경상대 △전남대 △충북대 2010년 △동아대 △원광대 △충남대, 2012년 △인하대 △분당서울대 등 총 11곳의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선정해 운영 중이다. 

사업을 통해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응급실 도착 후 관상동맥중재술까지 소요 시간이 2008~2010년 185분에서 2012년 81분으로 줄었다. 급성 뇌졸중 환자의 응급실 도착 후 뇌경색 약제 투여까지 걸린 시간도 2008~2010년 51분에서 2012년 39분으로 개선됐다.

의료계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사업으로 이 같은 성과를 거뒀지만, 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이 줄어든다면 다시 10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충북대병원 배장환 교수(심장내과)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사업을 통해 앞으로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야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 그런데 정부의 예산 지원 삭감으로 사업이 중단된다면 그동안 마련한 근거도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사업 중단에 따른 희생자는 국민이다. 결국 10년 전으로 돌아가자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내년부터 전문의 상주당직비 등에 대한 대폭 삭감이 이뤄지는 점을 강하게 우려했다. 

▲ 동아대병원 차재관 교수(신경과)가 '권역심뇌혈관센터 얼마나 필요할까?'를 주제로 발표했다.

동아대병원 차재관 교수(신경과)는 "상주당직비가 삭감돼 병원 자체 예산이 필요하다면 병원에서는 당직 근무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될 것"면서 "이로 인해 당직 근무자가 없어질 경우,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119 구급대원은 어디에 연락해 이송지를 물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병원 밖 환자를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계는 정부의 예산 지원 삭감이 아닌,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왔다면, 이제는 촘촘한 심뇌혈관질환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대병원 이혜진 교수(예방의학과)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생명을 살리는 세계 최고의 심뇌혈관질환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예산 지원이 줄어든다면 지금까지 사업을 통해 만든 환자 중심의 통합관리 체계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사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단계가 아니라, 앞으로 사업에 어떤 부분을 더 투자해야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희영 교수(신경과)는 "사업 시작 후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와 함께할 싱크탱크로서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부가 예산 지원을 줄이겠다고 해 이 사업의 존폐를 논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사업을 통해 권역 간 네트워킹하며 (심뇌혈관질환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작업 등을 실제로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사업에 대한 정부 투자가 더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장환 교수는 "과거에는 예방사업을 가볍게 여겼지만, 지금은 병원 밖 환자들이 최대한 빨리 병원에 올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 필요하다. 때문에 현재로서 정부 지원이 처음 사업을 시작하던 상태로 돌아가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서울과 지방의 심뇌혈관질환 환자 사망률 차이가 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이제 와서 국가가 지원을 축소해 사업이 중단된다면 (지역간 의료서비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업 취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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