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말기암, EMR·논문·리얼월드 데이터 재구성해 위약대조군 역할
임상연구 딜레마 ‘비윤리성’ 해소...진행 지속 여부 결정도 유용

 

#. 국내 굴지의 제약사인 A제약사는 희귀암 신약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임상시험에서 무작위대조군연구를 고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신약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을 추진했지만, 말기 암환자들을 대조군으로 참여시키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 국내 B제약사도 같은 고민이다. 희귀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호기롭게 임상 1상까지 마쳤지만, 연구 결과가 좋지 않았다. 임상시험을 다시 설계해 진행하자니 금전적 리스크가 크고, 그렇다고 개발을 포기하자니 아까웠다.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자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지만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이처럼 희귀질환치료제·항암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단계에서 한계가 드러나면서 '합성대조군'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합성대조군 데이터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미래를 바꿀 주인공으로 등극할지는 미지수다. 

희귀질환·말기암 환자 대상 RCT 연구의 대안 ‘합성대조군’

임상시험의 골든 스탠다드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을 두 개 이상의 피험자군에 무작위로 배정하는 설계인 무작위대조군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다. 

무작위대조군연구는 위약 또는 기존 치료약물을 투여받은 하나의 피험자군 결과와 임상시험 단계의 시험 약물을 투여받은 다른 피험자군의 결과를 대조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무작위대조군이 아닐 경우 편향된 결과가 도출될 위험이 있어 기본적으로 무작위대조군연구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새로운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를 개발할 때 무작위대조군연구를 고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희귀질환의 경우 환자 수 자체가 적어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이 어렵고, 항암 신약의 경우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발생하거나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말기 암환자를 대조군으로 이용하는 건 윤리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희귀질환, 항암 신약 등 무작위대조군연구 설계가 어려울 때 합성대조군이 사용된다. 리얼월드 데이터,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등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임상시험 목적과 조건에 맞도록 환자 데이터를 재구성한 게 합성대조군이다. 

합성대조군을 활용한 임상시험은 희귀질환처럼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등 비윤리적 판단이 드는 경우 동일한 조건의 가상 대조군을 모집,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된다.  

이런 합성대조군은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초기 임상에서 다음 단계로 진행할지, 임상을 중단할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아울러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한 역학연구나 사후문헌조사, 안전성 연구에도 사용된다. 

빅데이터 힘입어 임상시험 트렌드 변화 예고

빅데이터라는 대세에 따라 등장한 합성대조군은 향후 임상시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장단점 역시 명확하다.

우선 장점으로는 임상시험 설계가 어려운 환경에서 합성대조군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일례로 합성대조군을 이용한 임상시험은 무작위대조군연구를 설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선 대조군 없이 단일시험군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EMR 자료를 이용하거나 리얼월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한 합성대조군과 그 결과를 비교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3기 또는 4기 단계의 말기 암환자들에게 임상시험을 이유로 조직생검 등 추가적인 검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런 이유로 합성대조군 활용은 제약업계의 R&D 추세 변화를 볼 때 필연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사의 의사결정에도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합성대조군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디데이터 한 관계자는 "합성대조군은 제약사에서 임상시험 진행 여부를 결정할 때, 특히 각 단계별 임상시험 진행 여부를 판단할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제약사의 임상시험 비용 절감은 물론 향후 합성대조군을 활용하는 게 보편화된다면 임상시험 패러다임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신뢰성 담보할 수 있나” 한계 지적도

반면 합성대조군을 구성하는 데이터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임상 연구를 위해 사용된 동일한 코호트의 데이터가 아닌 만큼 외부 데이터에 근거한 합성대조군 데이터는 환자 집단의 이질성을 가져올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둘 간의 직접 비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CRO 기업 LSK Global PS 관계자는 "합성대조군을 활용한 임상시험은 '신뢰성'이라는 단점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활용한 임상 연구에서 신뢰성 이슈는 계속될 것"이라며 "아울러 유사한 임상시험을 진행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합성대조군은 데이터 공유 시 저작권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반신반의 "시기상조" vs "한번 해볼까"

임상시험의 한 방법으로 자리잡은 합성대조군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 생소한 모습이다. 

일부 국내 제약기업에서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를 위한 부서를 운영 중이지만, 이들조차도 관련 부서, 자체 연구소 등에서도 합성대조군이라는 개념은 생소하다고 말한다. 

A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데이터 등을 관리하는 부서는 있지만 합성대조군에 대한 업무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연구소에서도 합성대조군을 활용한 임상시험은 개념도 생소해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B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항암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합성대조군이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무작위대조군연구처럼 명확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나 근거를 확보하지 못하지 않았나"라며 "이 때문에 합성대조군을 기반으로 설계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같은 암종이라도 발현 배경이 같을 수 없다"며 "합성대조군 활용에 앞서 종양 진행 단계,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 등 일련의 검증 과정은 필수"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은 합성대조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초기 단계에서 임상시험을 계속 진행할지를 판단하기 위한 도구로 합성대조군이 역할을 할 것 같아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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