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출입기자모임 주최 '약가, 까놓고 얘기합시다' 토론회

약가, 까놓고 얘기합시다 토론회ⓒ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본지가 소속된 다국적 제약사 출입기자모임은 지난달, 서울 소공동 패럼홀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제도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정부와 제약계 간 이해의 간극을 좁히고자 비공개 토론회 '약가, 까놓고 얘기합시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정부측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과 송영진 사무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국희 치료재료등재부장(전 약제등재부장), 제약계에서는 △한국얀센 임경화 상무 △세엘진코리아 여동호 부장이 패널로 나서 약가제도 전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았으며 Market Access 담당자들을 포함해 15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에 앞서 송영진 사무관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보험약제 연간 검토계획' 도입 방안을 설명했다. 보험약제 연간 검토계획은 제약사들로부터 신규약제 급여 등재나 기존 약제의 급여기준 확대에 대한 연간 계획을 사전에 수렴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급여 등재 관련 수요를 사전에 파악하고 연간 검토 계획을 수립해 보험약제 업무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보험약제 업무의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면, 급여 등재에 소요되는 기간도 줄일 수 있어 제약사에도 득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상은 신규 등재 신약 및 급여 기준 확대 약제로 제네릭 약제는 제외되며, 분기별로 향후 1년간의 수요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선별급여 제도에 있어 사전 인하계획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쏟아졌다. 선별급여에 따른 사용량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고 그에 따른 사후 인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예측 불가능한 사전 인하까지 감내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기존 제도 중에서는 위험분담계약제(RSA) 확대 계획에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에서는 위험분담계약제와 경제성 평가 면제제도가 환자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는 정책적 효과를 거둔 만큼, 항암제나 희귀질환 이외의 약제까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보험약제 연간 검토계획과 △선별급여 △위험분담제(RSA) 등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질의응답식으로 정리했다. 

# 새롭게 시도하는 '보험약제 연간 검토계획'

▲ 복지부 송영진 사무관

송영진 복지부 사무관(이하 송영진): 회사에서는 제품 개발부터 가격 결정까지 큰 계획이 있고, 그 전략에 맞춰서 업무를 추진할 것이다. 제약사와 정부가 연결돼 있으면 정부가 관련 건에 대한 답변을 줄 수 있고, 제약사는 '예측 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제약사의 요청 전까지 기다리다가, 갑자기 요청이 들어오면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셈이었다. 이러한 일들이 누적되다 보니 업계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관련해 몇 가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가 진행하는 연간 수요조사가 완벽하지는 않겠으나 현재보다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협조와 의견 부탁한다.

임경화 한국얀센 상무(이하 임경화): 전체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제약사가 제출하는 자료가 오히려 향후 제약사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어느 수준까지 정리해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지 고민된다. 제출한 자료가 정부 예산이 크게 잡혀야 하는 경우라면 오히려 검토가 뒤로 밀리지 않을까 싶다. 또한 최근에는 비슷한 약제가 한꺼번에 나오는 트렌드를 보이는데, 이러한 경향을 따르다 보면 오히려 첫 번째로 제출한 약제가 오랜 기간 대기상태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송영진: 특정 시점에 비슷한 약제가 많이 신청될 것으로 예측된다면, 우리도 질환 정보 등 트렌드를 살피면서 미리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청된 이후 검토가 진행되는 것보다는 이전부터 준비하고 검토하다 시점에 맞춰 급여가 진행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이다. '검토가 뒤로 밀리지 않을까' 혹은 '미리 신청했던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이랬는데, 이제 와서 왜 그러세요?"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끔 하려고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큰 틀을 보고 싶은 것이다. 해당 제도는 현재 정부가 느끼는 부담을 덜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이므로 '어느 부분에 좀 더 힘을 실을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 세엘진코리아 여동호 부장

여동호 세일진코리아 부장(이하 여동호): 제약사가 우려하는 것은 실제 어떤 식으로 시행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제약사는 정부에 자료를 제출했지만 복지부의 어떤 계획 하에 자료 검토가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송영진: 제약사에서 자료를 제출하면 발목 잡히지 않을까 걱정한 것처럼, 정부도 고민이 있다. 정부가 제약사에 입장을 전달했을 때, 사측에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 의논을 하면서 정확한 의미를 맞춰야겠지만, 정부의 답변 중 제한사항 등이 있다면 본사에 충분히 전달해 달라. 

김국희 심평원 부장: 정부뿐 아니라 제약업계 모두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미리 준비하고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 상호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하지만 결정 신청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까지 될 것인지 담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전 대비가 있는 상태라면 일정이 더 당겨진다면 몰라도 늦춰지진 않을 것 같다. 우선 상황 파악은 될 것이고, 만일 규정이 미비해 보인다면 이 또한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 질의: 만일 연 단위로 자료를 받으면, 동일 질환에 대한 약제 신청을 정부는 알고 약가 협상에 나설 것인데 정보의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겠나. 

송영진: 정부가 그 정도의 무기는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부가 항상 수세에 몰리고 방어만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 분명히 제약사에서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나 사실상 협상 단계에 들어갔을 경우 이미 등재신청까지 마무리된 것이며, 관련 상황이 어느 정도 공유됐기 때문에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는 정보의 불균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업계, 선별급여 위한 사전 인하 불만...정부 "동의 어렵다"

▲ 한국얀센 임경화 상무

임경화: 선별급여가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은 동의한다. 그러나 환자 접근성을 두고 완전 비급여 대신 어느 정도 급여를 준다는 부분에서 약가 인하를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비용효과성을 증명할 수 없는 약제도 들어올 텐데, 환자에게 얼마나 배려가 될 것인지 예측이 잘 안 되는 상황이다. 이미 심평원과 공단도 시각이 다른데, 더욱 불투명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선별급여를 하면서 약가인하까지 시행하면 굉장히 많은 잡음이 있을 것이다.

곽명섭 복지부 과장(이하 곽명섭): 기본적으로 사전약가인하 제도에서 선별급여가 도입돼 문제가 된다는 것은 솔직히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 사전약가인하제도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론 논의하는 단계가 아니다. 기준비급여 해소단계에서는 현행 기준과 관련된 처리 절차에 따라 갈 수밖에 없는데, 정부의 시각에서 볼 때 본인부담율이 5%에서 30%로 변경되면 공단 부담률이 90%에서 75%로, 95%에서 70%로 변경될 뿐 제약사 몫은 기존 시스템과 동일하다.
다만 재정영향분석을 할 때 신규 환자 증가폭을 가늠하는 부분에서는 고민이 있다. 본인부담률 5%일 때와 30%일 때의 환자 진입권이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현재 명확한 기준이 없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검토할 것이다. 몇 가지 사례가 쌓이면 본인부담률 5% 약제와 30% 약제에서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정형화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여동호: 기존 자료를 보면 약제들의 비급여 사례가 모두 다르고, 당시의 시장 상황과 현재가 또 다르다. 전체적인 재정의 경우 회사가 가져가는 부분이 동일하다는 얘기는 맞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툴을 사용해 제약사가 예측한 재정의 크기가 실제와 달라지면 회사가 약가를 더 많이 깎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 재정과 추계치에서 차이가 있을 때 과연 어느 쪽의 의견을 신뢰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10억원 정도로 추정했는데 실제로 심평원이나 복지부에서는 30억원을 쓴다면 인하액이 달라진다. 유형화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모든 것이 이뤄진다. 사전약가 인하를 못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약사의 추정치와 정부의 추계치 간의 합의점이 필요한데 관련해서 신뢰도가 많이 낮은 것 같다. 실무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 

# 위험분담제에 대한 엇갈린 평가

▲ 복지부 곽명섭 과장

곽명섭: 위험분담제(RSA)에서 대상 확대를 많이 요구하는데, 현재도 항암제나 희귀질환 외에도 예외 근거 규정이 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대부분 항암제나 희귀, 난치 치료제가 대상이다. 관련 규정이 없는 국가도 있지만 실제 운영 형태를 살펴보면 국내와 다른 국가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RSA 기준이 대체 약제가 없는 치료제다 보니, 한 치료군에서 특정 제품이 RSA 급여권에 먼저 들어왔을 때 동일 치료군에서 다른 제품은 RSA 급여를 받지 못해 먼저 들어온 약이 독점 시장을 갖게 되는 구조다. 치료제 독점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개편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현장질의: RSA는 영국에서 환자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최초로 도입된 제도며 희귀약이나 항암제, 만성질환 치료제도 포함하고 있다. 

곽명섭: RSA가 궁극적으로 환자를 위한 제도라는데, 실질적으로 제약사에게 유리한 제도다. 이 제도는 전 세계에서 실제 가격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영업전략의 일환이지 않나. 시민사회가 약가의 불투명성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나름 정당성이 있다. 해당 부분은 단일적인 논의사항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어떤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진행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분명히 다른 입장도 존재하며, 이를 정부가 무시할 수 없다. 한 쪽만 보고 정책을 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은 RSA와 경평 면제 제외된 측면에서는 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약가 분석을 해보면 만성질환 약제 중 일부는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 때문에 개별 약제가 아닌 만성질환 약제 전체 시장을 볼 때 차별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재정 부담과 위험이 큰 항목 위주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 위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또한 상대적으로 큰 경제적 부담을 얻는 환자들에서 제도를 통해 부담을 완화시켰다는 측면에서 보험이 제대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어느 나라나 어쩔 수 없는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현장 질의: RSA 규정상 항암제, 희귀질환 외에도 사회적 영향 등을 고려해 대상을 선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다른 약제에 대해 실무진에서 평가해 본 경험이 있나? 

곽명섭: 현재까지 해당 조항을 이용해 신청한 약제는 없었다. 해당 약제를 회사에서 신청해, 직접 검토 과정을 밟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 같다. 다만 유사한 사례로는 희귀질환 치료제는 아니지만 환자 수가 적고, 고가인 약제가 있었는데, 약간 보완을 하자는 정도로 논의된 경우가 있었다. 외부에서 볼 때 '약평위가 인정하는'이라고 표현된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세부적 기준을 세울 수 있는지 심평원과 논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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