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김준명 교수 대한내과학회지 발표
질본 발표 뒤집어, 동성 및 양성 간 성 접촉 60.1%

국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주된 원인으로 그간 '이성 간 성 접촉’을 지목해왔던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의 발표와는 반대로 ‘동성 및 양성 간 성 접촉’이 HIV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세의대 김준명 교수(감염내과)가 8월 1일 대한내과학회지(The Korea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HIV 감염환자 중 동성 및 양성 간 성 접촉은 60.1%로 다른 요인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06~2018년까지 ‘한국 HIV/AIDS 코호트’에 등록된 HIV 감염자 1474명을 대상으로 감염경로를 분석했다. 이들은 전국 21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18세 이상의 HIV 감염자로서 총 1474명 중 남성은 1377명이었고, 여성은 97명이었다. 평균 연령은 41.4세였다.

분석 결과 전체 HIV 감염 경로는 동성 및 양성 간 성 접촉이 886명(60.1%)이었으며, 이성 간 성 접촉이 508명(34.6%)이었다. 혈액 및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5명, 0.3%), 마약 주사 공동사용 (1명, 0.0%)에 의한 감염은 매우 적었다.

특히 연령군에 따른 감염 경로를 비교해보면 젊은 연령군으로 갈수록 동성 및 양성 간 성 접촉에 의한 감염이 매우 증가했다. 18~29세의 젊은 연령군에서는 동성 및 양성 간 성 접촉이 71.5%로 나타났으며, 18~19세의 10대에서는 무려 92.9%가 동성 및 양성 간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HIV 주원인, ‘이성간 성 접촉’ 지목했던 질본 입장과 달라

이번 연구 결과는 그간 이성 간 성 접촉을 국내 HIV의 가장 주된 감염 경로로 지목했던 질본의 입장과는 상반된 결과다.

질본 연례보고에 따르면 매년 신규 감염자의 감염 경로에 대해 이성 간 성 접촉 비율은 2014~2016년까지 34.0%, 35.8%, 36.4%로, 동성 간 성 접촉(26.3%, 28.3%, 30.6%)과 비교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를 토대로 그간 질본은 그간 이성 간 성 접촉을 국내 HIV의 주된 감염 경로로 지목해왔다. 그러나 이번 김 교수의 연구 결과로 이를 뒤집은 것이다.

김 교수는 본 연구 결과와 질본의 보고가 다른 이유에 대해 감염 경로를 포함한 역학 자료 수집 방법의 차이 때문으로 추정했다.

질본의 조사는 HIV 감염자가 발생할 시 관할 지역 담당 보건소 직원이 감염자를 만나 역학 조사를 시작한다. 이때 감염자는 동성 간 성접촉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사회적 편견과 차별, 동성애자라는 낙인이 두려워 성 정체성을 솔직히 밝히지 못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2016년 조사에서도 무응답/모를 비율이 24.5%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반면 이번 ‘한국 HIV/AIDS 코호트’ 연구에서는 HIV 감염자와 주치의와의 신뢰 관계 속에서 환자가 솔직하게 감염 경로를 밝히는 경우가 많았고, 훈련된 전문 상담 간호사에 의해서 체계화된 역학 조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더 정확한 역학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 따라 “국내 HIV 감염을 줄이기 위한 보건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관리와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면서 “특히 청소년에게 HIV 감염의 위험성을 알리고, 그에 따른 효과적인 예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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