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 훈풍 분다
유방암 치료 훈풍 분다
  • 박상준 기자
  • 승인 2018.08.16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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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연구 활발 환자 치료법 대거 변화 예고...약물 치료 최소화에 치료기간까지 단축
 

유방암 치료가 외과 영역에 이어 내과 영역에서도 환자부담을 줄이는 최소 치료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환자가 수술 치료 후 항암치료와 호르몬치료를 받는 것이 정론이었다면 이제는 일부 약제만 사용하는 것은 물론 치료 기간도 줄고 있다.

사실 유방암은 정기검진 인식 확대로 초기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외과가 담당하는 수술 전략은 큰 변화가 이뤄진 지 오래다. 수술을 해도 전절제보다는 부분절제가 많다. 최근에는 미용을 고려해 절제 부위도 최소화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을 이어받아 내과치료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항암약물 치료법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가설이 임상연구를 통해 속속 확인되면서 현재는 모든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는 것이 아닌 환자 특성에 따라 맞춤 전략이 적용되고 있다.

유전자 진단 기술 발달로 항암치료 결정

대표적인 것이 유전자 진단 기술을 적용한 약물 선택이다. '21-gene expression assay'라는 유전자 진단툴을 이용하면 환자가 호르몬요법을 해야할지, 아니면 항암요법을 해야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재발 점수(Recurrence Score)가 11점 미만으로 나오면 재발율이 낮다는 의미로 이때는 호르몬 치료만 받으면 된다. 반대로 재발 점수가 25점 초과이면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화학호르몬요법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재발점수가 11~25점인 중간 위험군 환자들에 대한 대안까지 나오면서 치료 기준이 더 명확해졌다. 이를 확인한 연구가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되고 연이어 NEJM에 실렸던 TAILORx이다.

호르몬 양성, HER2 음성, 림프노드 음성인 환자 중 재발점수가 11~25점인 1만여 명 환자를 무작위로 나눠 호르몬 단독요법과 화학호르몬요법으로 나눠 1차 종료점으로 5년 무질병 생존율을 관찰했는데 두 군이 유사했다(92.8% vs. 93.1%). 5년 생존율도 차이가 없었다(98.0% vs. 98,1%).

결과적으로 유전자 재발점수가 25점 이하인 환자들은 호르몬요법 치료만해도 괜찮다는 의미다. 항암요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두려워했던 환자들에게는 큰 희망이 아닌 수 없다.

연세의대 최혜진 교수(종양내과)는 "TAILORx 임상 결과, 호르몬양성, HER2 음성,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 음성 유방암 환자 중 유전자 분석을 통해 중간위험군 환자는 호르몬치료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며 "이 같은 임상 결과는 향후 유방암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계는 비용이다. 현재 21-gene expression assay를 이용해 재발점수를 확인하려면 조직을 미국에 보내야 한다. 여기에 드는 비용만도 500만원 정도. 아직까지 보험외 영역이라서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현재 이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국내 유방암 환자는 1000명 정도다. 전문가들은 항암투약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항암제 투약기간도 절반으로 줄어

이와 함께 표적항암요법 투여 기간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HER2 양성인 유방암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표적 치료제 트라스트주맙(제품명 허셉틴)은 12개월간 투여하는 것이 표준이지만 최근 6개월만 투여해도 동일한 항암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변화가 서서히 반영되고 있다.

올해 ASCO에서 발표된 PERSEPHONE 연구에 따르면,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4089명을 대상으로 보조요법으로서 트라스트주맙을 6개월간 투여군과 12개월 투여군 간 무질병 생존율에는 변화가 없었다.

특히 트라스트주맙은 심장독성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장기투여가 큰 부담으로 작용해왔는데 이번 연구에서 심장관련 부작용도 절반이나 줄이는 것으로 나오면서 환자입장에서는 부작용 우려도 덜었다.

또 폐경 전 젊은 유방암 환자를 위해 사용하는 난소억제제 투여기간도 짧아졌다. 폐경 전 유방암 환자는 재발과 이차성 종양, 사망위험을 줄이기 위해 호르몬과 함께 난소기능억제 약물을 추가해야 하지만 이 또한 장기투여가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현재 기준은 앞서 나왔던 SOFT 연구를 근거로 5년. 하지만 난소억제제를 2년만 써도 좋다는 국내 ASTRRA 연구 결과(원자력 의학원 노우철 박사팀)가 최근 나오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노 박사는 "난소기능억제제를 기존보다 더 줄여도 생존율에는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을 입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국내 연구자주도 임상인데다 SOFT 연구를 지지하는 두번째 연구라서 의미가 있고, 임상에서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홍보위원장인 연세의대 손주혁 교수(종양내과)는 "젊은 유방암 환자에게 난소억제제를 5년 동안 쓰면 폐경이 일찍와서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있다. 특히 심장기능 저하, 골다공증 위험 증가로 실질적으로 쓰는게 쉽지 않았지만 새로운 연구가 나오면서 2년만 사용해도 좋을 것이라는 근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환자들에게도 희소식이다. 대수의 유방암 전문의들은 "유방암 환자들은 여성상징성을 잃는다는 점에서 다른 암종보다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이 받는다. 따라서 치료과정이 빨라야하는데 한 단계만 줄어들어도 매우 기뻐한다"며 환자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학계는 연구를 통해 확인했듯 근거가 쌓이면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약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면서 임상연구 지원, 유전자 진단기술 적용 확대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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