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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심장 살리는 '에피네프린'…뇌에는 독(毒)?PARAMEDIC2 결과, 에피네프린 투여한 병원밖 심정지 생존자에서 중증 신경학적 장애
박선혜 기자  |  sh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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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승인 2018.08.09  0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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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환자에게 투여하는 응급약물인 '에피네프린(epinephrine)'이 유용성 논란에 휩싸였다. 

대규모 무작위 대조군 연구 결과, 병원밖 심정지 환자에게 에피네프린 투여하면 생존율은 개선됐지만 생존자에서 중증 신경학적 장애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로 에피네프린이 병원밖 심정지 환자를 살리는 약물임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신경학적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생존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PARAMEDIC2로 명명된 이번 연구 결과는 NEJM 지난달 1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에피네프린, 신경학적 예후 양호하게 생존율 높이나?…학계 논란 이어져

에피네프린은 심정지 환자에게 투여하는 1차 치료제로,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 저하를 막고 기관지 확장 작용으로 호흡곤란을 완화시킨다.

국내외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서는 심정지 환자에게 에피네프린을 투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권고 등급이 약하거나 안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꼬리표가 붙는다. 

2015년 심폐소생술 국제연락위원회(ILCOR)는 심정지 환자에게 에피네프린 1mg을 투여해야 한다고 제시했으나, 이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약하게 권고했다. 

대한응급의학회지에 실린 '2015년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에피네프린을 포함한 혈관수축제는 심정지 환자의 자발 순환 회복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에피네프린이 심근 부하를 증가시키고 심내막하 관류를 낮추기에 그 가치와 안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에피네프린이 신경학적 예후가 양호하게 병원밖 심정지 환자의 장기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지다. 문제는 메타분석, 관찰연구에서 병원밖 심정지 환자가 에피네프린 치료를 받으면 신경학적 예후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불거졌다. 

약 65만명의 병원밖 심정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14가지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에피네프린 투여 시 환자의 자발 순환 회복률은 높아졌지만 퇴원 시 신경학적 예후는 악화됐다(J Crit Care 2015;30(6):1376-1381).

일본 규슈대학 Akihito Hagihara 교수팀이 병원밖 심정지 환자를 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에피네프린이 자발 순환을 회복시켰지만 신경학적 예후가 양호한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JAMA 2012;307(11):1161-1168).

그러나 이 같은 연구들은 보정하지 못한 잠재적 교란요인이 존재할 수 있어 해석에 주의가 필요했다. 이에 ILCOR 및 심폐소생술 관련 주요 학회에서는 병원밖 심정지 환자를 대상으로 에피네프린의 혜택과 안전성을 본 위약 대조군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위약 대비 생존 혜택 입증…mRS 4~5점 생존자 2배 더 많아

영국 워릭대학 Gavin D. Perkins 교수팀은 에피네프린이 병원밖 심정지 환자에게 유용한지에 대한 답을 내놓고자 병원밖 심정지 환자 8014명을 대상으로 PARAMEDIC2 연구를 시작했다. 에피네프린과 위약을 비교한 첫 무작위 대조군 연구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병원밖 심정지 환자는 매 3~5분마다 에피네프린 1mg을 투여한 군(에피네프린군, 4415명) 또는 염류용액을 투여한 군(위약군, 3999명)에 무작위 분류됐다. 응급구조사가 도착해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걸린 시간(중앙값)은 각각 6.7분과 6.6분으로 비슷했다. 

1차 종료점은 30일째 생존율, 2차 종료점은 퇴원까지 생존율을 포함한 신경학적 예후로 설정했다. 신경학적 예후는 장애 예후 평가지표인 mRS(modified Rankin Scale)를 활용했다. mRS 점수가 높을수록 장애가 심각하며, 최대 점수인 6점은 사망을 의미한다. 

그 결과 30일째 생존율이 에피네프린군이 3.2%(130명), 위약군이 2.4%(94명)로, 생존 혜택은 에피네프린군이 위약군보다 1.39배 더 컸다(unadjusted OR 1.39; 95% CI 1.06~1.83).

그러나 퇴원 당시 mRS 점수가 3점 이하로 신경학적 예후가 양호한 생존자 비율은 에피네프린군과 위약군이 각각 2.2%와 1.9%로 두 군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unadjusted OR 1.18; 95% CI 0.86~1.61).

이는 mRS 점수가 4~5점으로 중증 신경학적 장애가 나타난 생존자가 에피네프린군이 31%로 17.8%인 위약군보다 2배가량 많았기 때문이다. 

Perkins 교수는 "에피네프린군에서 30일째 생존율은 더 높았지만 중증 신경학적 장애를 겪는 환자가 더 많았다"며 "결과적으로 신경학적 예후가 양호한 생존율은 에피네프린과 위약 간 차이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하위분석으로 에피네프린 투여 필요한 환자 특징 확인해야"

이번 연구로 에피네프린이 병원밖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개선하는 응급약물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신경학적 예후를 고려해 모든 환자에게 투여해야 하는지는 향후 하위분석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캐나다 앨버타대학 Sean van Diepen 교수는 "에피네프린으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환자군과 투여 시 위험한 환자군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이번 연구에 대한 2차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한심폐소생협회 노태호 홍보위원장(가톨릭의대 순환기내과)은 "그동안 에피네프린이 병원밖 심정지 환자의 생존을 개선하는지 명확하지 않았기에, 이번 대규모 연구에서 이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에피네프린을 투여받은 모든 병원밖 심정지 환자에서 중증 신경학적 손상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에피네프린 투여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군 또는 없는 군의 특징을 확인하는 하위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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