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조정 회의, 복지부 투표결과 조작 의혹
위원회, 화상연고 등 3개 항목 추가결정..."나와보니 결과 달라"

 

편의점 안전상비약 확대 회의에서 정부가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당초 정부가 예정했던 범위보다 확대품목이 늘어나자, 이를 제한하기 위해 약계의 반대표를 사후에 추가했다는 주장으로, 시민사회는 감사 제기나 고발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오전 팔레스호텔에서 안전상비약 품목조정심의위원회 6차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상반기 품목 조정을 마치고 올해 1월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을 조정한다는 목표였지만, 약사회 등의 반발로 논의가 1년 넘게 장기화되고 있었던 상황.

때문에 의약계 안팎에서는 이번 회의가 사실상 최종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위원회는 이날도 구체적인 품목선정 등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4개 효능군 놓고 편의점 판매 추가여부 표결
제산제·지사제·화상연고 3개항 의결됐는데...

위원회는 이날 ▲제산제 ▲지사제 ▲화상연고 ▲항히스타민제 등 각 효능군을 각각 편의점 판매 성분에 추가하는 안을 놓고 표결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복지부는 제산제와 지사제 2개 효능군을 추가하는 안을 냈으나, 회의 과정에서 약사회가 5차 회의 후 기존 합의를 부인한 만큼 최초 논의됐던 4개 효능군 모두를 표결에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위원 수는 10명이지만,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6명. 위원 1명이 불참하고 1명이 투표전 이석했으며, 표결을 앞두고 약계 대표 2명이 표결 불참을 선언하며 회의장을 나간 까닭이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투표 결과 제산제와 지사제 효능군에 대해서는 참석자 전원 만장일치로(찬성 6명) 편의점 판매 의약품으로 추가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상연고 또한 찬성 4명-반대 2명으로 확대 효능군으로 가결, 항히스타민제는 찬성 2명-반대 4명으로 기각됐다.

투표 후 위원장은 의사봉을 두드려 가·부결 여부를 확정했고, 이후 회의 종료가 선언됐다.

정부 "반대표 2개 더 나오면 부결" 약계에 뒤늦게 투표 요구
"회의장 나와보니 제산제·지사제만 통과...정부 뜻대로 됐더라"

문제가 된 것은 그 다음이다.

정부측 인사가 회의장 밖에 있던 약계 인사들을 불러, 추가 투표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회의에 참석했던 경실련 신현호 변호사는 "위원장이 회의 종료를 선언한 뒤, 정부 측 인사가 약계 인사들을 불러 '(그쪽에서) 반대표 2표를 행사하면 화상연고 효능군 표결 결과를 찬성 4명-반대 4명으로 부결시킬 수 있다'며 뒤늦게 투표를 요구하더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회의장을 빠져 나왔다"고 증언했다.

신 변호사는 "이후 복지부에서 발표된 회의결과를 보니, 위원회가 제산제와 지사제 효능군에 대해서만 추가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나왔더라"며 "화상연고는 (정부가 말한대로) 부결 처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재투표를 하는 것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인데, 어떤 공식절차도 없이 그냥 약계의 반대표를, 기존 투표결과에 합산 한 것"이라며 "투표결과 조작과 마찬가지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공무집행방해죄로 복지부를 고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정부는 위원회 운영 지원할 뿐" 의혹 부인

복지부는 정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8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위원회 운영을 지원할 뿐"이라며 "위원회 운영상의 문제에 대해 복지부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위원회 운영을 지원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면 죄송하다"며 "다음 회의 때부터 (이런 논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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