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강석구 교수 연구팀, 뇌실하영역 돌연변이에서 발암 시작 밝혀
"암치료 패러다임 바뀔 것"

▲ (왼쪽부터)연세의대 강석구 교수, KAIST 이정호 교수

국내 연구진이 대표적 난치암 교모세포종의 발암 시작 부위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세의대 강석구 교수(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와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 연구팀은 융합연구를 통해 인간 교모세포종이 암이 존재하지 않는 뇌실하영역(뇌실밑부분)에서 시작된다고 2일 밝혔다. 

이는 기존 연구와 치료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은 연구결과로, 교모세포종의 발생 기원이 밝혀짐에 따라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교모세포종은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악성 뇌종양으로 뇌압을 상승시켜 두통과 뇌신경마비, 언어장애, 성격변화, 정신기능이상 등 뇌조직의 파괴로 인한 기능이상과 뇌의 이상 자극에 따른 경련 등을 일으킨다.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병행해도 예후가 좋지 않으며, 표적항암제를 이용한 정밀암치료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석구‧이정호 교수 연구팀은 2013~2017년까지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은 30명을 대상으로 광범위절제 수술시 제거되는 종양조직, 정상조직, 뇌실주변조직 3가지를 조합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교모세포종의 발생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기존 암 조직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달리 광범위절제시 획득되는 종양조직, 정상조직, 뇌실하영역을 포함해 연구를 진행했다.

▲ 암이 없는 뇌실하영역에서 암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가 낮은 빈도로 발견됐다.

분석결과 암 세포가 없는 뇌실하영역에서 낮은 빈도로 종양유발 돌연변이 세포가 발견됐다. 실제 교모세포종 환자 56.3%에서 관찰된 종양 유발 돌연변이가 종양이 존재하지 않는 뇌실하영역에서 낮은 빈도로 관찰됐다. 특히, 뇌실하영역 중에서도 성상세포리본 영역에 돌연변이가 집중됐다.

또한 뇌실하영역에서 발생한 종양유발 돌연변이 세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의 다른 부위로 이동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환자에서 밝힌 교모세포종 발생기전을 동물모델로 검증한 결과도 동일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전자 편집 동물모델을 통해 뇌실하영역에 발생시킨 종양유발 돌연변이 세포(P53, PTEN, EGFR)가 뇌실하영역을 떠나 뇌의 다른 부위로 이동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교모세포종이 발생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암 치료의 패러다임도 바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암 조직만을 대상으로 이뤄진 암 연구가 암의 기원이 되는 조직으로 전환되면서 교모세포종뿐만 아니라 다른 암에 대해서도 치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석구 교수는 “인간 교모세포종이 암이 발생한 부위가 아닌 정상신경줄기세포가 존재하는 뇌실하영역에서 암 발생이 시작된다는 암 발생의 획기적인 발견”이라며 “암 조직에 쏠려있는 암 연구를 암의 기원이 되는 조직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암 치료의 비밀을 풀 수 있다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뇌실하영역의 종양유발 돌연변이가 교모세포종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막기 위한 치료약 개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IF: 41.577)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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