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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7] 슈퍼박테리아 위세…한국 ‘방어선’ 위태롭다글로벌 빅파마, 항생제 개발에 적극...미국, 심사 완화·독점권 부여 ‘밀어주기’
우리나라는 개발 주춤, 신약 도입도 뒤처져...“정책 지원되면 적극 나설 텐데”
이현주 기자  |  hj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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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승인 2018.08.06  06: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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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내성 문제가 전 세계적인 위기로 다가오면서 현대 의술은 암흑기를 거치고 있다.

한때 항생제로 모든 감염을 빠르게 치료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질병으로부터 해방됐지만, 항생제 내성을 가진 세균이 늘면서 2050년에는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전 세계 인구가 연간 1000만명에 육박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의학계와 제약계는 항생제 내성의 위협을 막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의학계는 항생제 내성 출현을 최대한 늦추는 예방적 전략에서, 제약계는 항생제 내성에 대처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서 답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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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7주년 특집③]슈퍼박테리아 위세...한국 '방어선'이 위태롭다

의학계가 항생제 사용을 줄여 내성 출현을 늦추고 있다면 제약계에서는 기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막기 위해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한창이다.

지구온난화보다 위험한 항생제 내성

영국 정부가 발간한 보고서에서 경제학자인 오닐은  "항생제 내성 확산이 지구온난화보다 시급한 위협요인으로 떠올랐다"고 말하며 항생제 내성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2050년에는 슈퍼박테리아 감염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명씩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내성 박테리아 감염을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다. 그러나 문제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출현 및 확산 속도에 비해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7년 보고서에서 현재 개발 중인 항생제 수가 내성박테리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적다고 지적했다. 또한 내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항생제의 변형 대신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더라도 대부분 기존 항생제의 변형이기 때문에 당면한 내성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란 말로도 해석된다.

그렇다면 전 세계 항생제 시장과 개발 현황은 어떨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의료 R&D 전문가 리포트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글로벌 항생제 시장은 약 416억달러(50조원)로 추산됐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약 7.1%로 예상되며 올해까지는 비교적 완만하게 성장(2.8%)하다 각종 항생제들의 신제품 출시가 본격화되는 2019년부터는 비교적 빠르게 성장(7.0%)할 것이란 전망이다.

사실 글로벌 항생제 시장은 항생제 내성에 기인한 적절한 치료제 부족과 새로운 항생제 개발 부진으로 연평균 성장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새 미국식품의약국(FDA) 등에서 항생제 신약 물질에 대한 심사 완화, 시장독점권 등의 혜택을 주면서 빅파마들이 항생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결국 빠른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 지난 2012년 7월부터 2017년 9월까지 5년간 총 147개 제품이 FDA로부터 QIDP(Qualified Infectious Disease Product, 감염질환인증제품) 승인을 받았다. 현재까지QIDP 승인을 거쳐 시장에 출시된 제품은 12개며, 이 중 7개가 항생제다.

미국, 항생제 개발 촉진 전략 수립
WHO, 항생제 개발 우선순위 병원균 12종 발표

항생제 개발을 위해서는 평균 10년이라는 긴 시간과 약 8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이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설사 출시한다 해도 항생제 내성 때문에 오래 사용할 수 없다. 제약사들이 항생제 개발에 나서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은 발빠르게 항생제 내성균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항생제 내성은 늦출 수는 있어도 멈출 수는 없다. 따라서 항생제 내성균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늘 새로운 항생제가 필요하다"고 천명하며 2012년 '항생제 개발 촉진법(GAIN Act, Generating Antibiotic Incentives Now Act)'을 시행했다.

이 법에 따라 감염질환인증제품으로 지정되면 FDA 신속 허가 및 5년간의 추가 시장독점권을 부여 받는다. 더불어 미국감염학회(IDSA) 주도로 2020년 내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신규 항생제 10개를 개발하자는 뜻의 ‘10×20’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새로운 항생제 개발 부진은 항생제 내성을 악화시키는 심각한 보건 문제 중 하나로 지목된다. 세균 감염에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없어지면 작은 감염에도 생명을 위협받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선제적 대응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WHO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각국 정부와 제약사들의 새로운 항생제 연구 및 개발을 촉진하고자 '항생제 연구개발 우선순위 병원균 12종'을 최초로 발표했다<표 1>. 이 중 대처와 치료제 확보가 가장 시급한 3대 슈퍼박테리아로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카바페넴 내성 및 3세대 세팔로스포린 내성 장내세균'을 꼽았다.

   
 ⓒ메디칼업저버

카바페넴 내성균의 발현은 한국이 OECD 국가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최후의 치료제인 카바페넴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다제내성균이 이미 국내 의료기관에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특히 카바페넴에 대한 녹농균 내성률은 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다.

정부가 작년 6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한 후 현재 1만 건을 돌파했으며(2018년 6월 18일 기준 1만 554건) 2016년 국내에서 보고된 카바페넴 분해효소 생성 장내세균(CPE)은 1455건으로 2015년 565건의 2.5배에 달했다.

FDA 승인 항생제 신약 6개 중 국내 판매는 단 1개

WHO가 최후의 항생제인 '카바페넴계 항생제'에도 내성을 보이는 그람음성 슈퍼박테리아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공표할 만큼 카바페넴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 대안이 요구되지만 우리나라의 항생제 신약 사용은 뒤처지고 있다.

실제 2014년 미국의 항생제 개발 촉진법 시행 이후 FDA에서 승인한 항생제는 달바반신, 테디졸리드, 오리타반신, 세프톨로잔-타조박탐, 세프타지딤-아비박탐, 델라플록사신, 메로페넴-버보박탐 등인데, 국내에서 판매되는 품목은 1개 뿐이다<표 2>.

   
ⓒ메디칼업저버

이 중에서는 ESBL(Extended-Spectrum Beta-Lactamase) 생성 장내세균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카바페넴과 동등성을 입증해 카바페넴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도 포함돼 있어 미국과 영국 등은 이미 2~3년 전부터 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테디졸리드와 세프톨로잔-타조박탐 단 2개 항생제만 허가를 받았다. 이 중에서도 테디졸리드만 급여를 받았고, 판매되는 제품은 지난달 비급여 출시된 세프톨로잔-타조박탐 뿐이다.

이처럼 국내에 항생제 신약 도입이 어렵고, 허가를 받더라도 판매가 원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약가 때문이다.

국내에서 새로운 항생제를 급여 출시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대체약제들의 가중 평균가를 받아들이거나 경제성 평가를 통해서 대체 약제 대비 비용 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수십 년 전 출시된 모든 계열의 항생제와 제네릭까지 포함해 산출하는 가중평균가는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현행 경제성 평가는 유효성과 안전성 등의 임상시험 결과 자료를 바탕으로 신약의 가치를 측량하기 때문에 새로운 항생제가 가진 내성 관리 측면의 가치가 반영되기 어렵다.

다국적사 한 관계자는 "비급여로 출시하면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고, 급여등재를 추진하기에는 약가가 너무 낮다"며 "한국에서 건강보험 약가가 낮게 책정될 경우 수익성이 낮은데, 이를 감당하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신약을 출시하려는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국가에서 약가 책정 시 한국 약가를 참조할 수 있어 국내 도입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며 "항생제 신약이 임상 현장에서 쓰일 수 있도록 전략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사 대부분 항생제 파이프라인 없어”

현재 국내에서 개발되거나 개발 진행 중인 항생제는 7개 제품이다. JW중외제약 큐록신과 LG화학 팩티브, 동아ST 시벡스트로, 동화약품 자보란테, 레고캠바이오 LCB01-0371/LCB10-0200, 크리스탈지노믹스 CG400549, 인트론바이오 N-Rephasin SAL200/N-Rephasin NPA200 등이다.

새로운 항생제 도입이 걸음마 수준이지만 개발 상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국내 제약사들의 목소리다.

동아ST 연구본부 임원빈 실장은 "1970년대 항생제 개발에 정점을 찍은 후 90년대 초만 해도 제약사 대부분이 항생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거나 제네릭을 개발하고 있었지만 현재 국내 제약 회사 대부분이 항생제 파이프라인이 없다"며 "다만 좋은 항생제 파이프라인이 있다면 라이선스 인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주춤하는 이유로 까다로운 개발과정을 꼽았다.

대부분 세포들은 인간 유래세포로, 일반적인 신약 개발 과정 중 후보물질 발견부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에게 임상을 진행해야 하지만 대상군을 모집하는 것도 힘들다. 폐렴 환자를 통해 시벡스트로의 임상을 진행하려 해도 타깃 균을 보유한 환자는 사망 위험이 높아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

시험약과 대조약을 비교하는 임상시험 방법 역시 항생제 신약 연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임 실장은 "사망 위험이 높은 항생제 내성균 감염 환자들에게 대조약을 사용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외면한 채 항생제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하고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약가 문제가 도입 신약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국내에서 낮은 약가를 받은 항생제 국산 신약이 해외 수출 시 높은 약가를 받기는 힘들다. 우리나라 약가를 참조하기 때문인데, 결국 앞서 언급된 오래된 항생제들의 가중평균가 또는 경제성 평가 문제가 적용된다.

임 실장은 "개발과정의 애로사항과 정책적 지원 등이 해결되면 모든 제약사가 항생제 개발에 뛰어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항생제들은 투자 비용에 비해 얻게되는 이익이 제로에 가깝다는 통계가 나온다"며 "때문에 항암제 또는 중추신경계 분야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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