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임상시험 중단…폐혈관질환 유발해 태아 산소 공급 부족했을 것으로 추정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 임상시험에서 신생아 1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아그라가 자궁 내 성장지연이 의심되는 태아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지를 본 네덜란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위험이 보고된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24일(현지시각) 임상시험 중단 결정을 내렸다.

연구를 주도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메디칼센터의 대변인은 "중간분석에서 비아그라가 태아에게 위험한 약물임을 확인했다. 비아그라가 태아의 폐고혈압 등 폐혈관질환을 유발해 산소를 적게 공급받아 출생 후 사망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게다가 다른 신생아에게서도 비아그라의 긍정적인 효과가 없으며, 모든 이상반응이 출생 후 나타났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아그라는 태반 내 혈관 확장을 일으켜 태아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희망적인 약물로 여겨졌다. 이에 네덜란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비아그라가 태아 성장에 미치는 효능 및 안전성을 본 임상시험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네덜란드 임상시험에서 신생아 사망 사례가 보고되면서 현재 캐나다 임상시험도 즉각 중단한 상태다.

문제가 된 이번 임상시험에는 태아의 자궁 내 성장지연 및 출생 후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임신부가 포함됐다. 네덜란드 11곳 의료기관에서 총 183명이 모집됐으며 무작위 위약 대조군 연구로 진행됐다(BMC Pregnancy Childbirth 2017 Dec 28;17(1):440).

전체 임신부 중 93명은 비아그라(비아그라군)를, 90명은 위약(위약군)을 복용했다. 모든 여성은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알지 못했다.

최종 중간분석 결과, 비아그라군에서 태어난 신생아 19명이 사망했고 11명은 폐질환이 원인이었다. 비아그라군의 신생아 6명은 폐질환을 앓았으나 생존했다.

위약군에서는 신생아 9명이 사망했으나 비아그라군과 달리 사망 원인은 폐질환이 아니었다. 아울러 위약군의 신생아 3명은 폐질환을 앓았지만 사망하지 않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비아그라군에 속한 10~15명 임신부가 자녀들이 비아그라의 영향을 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네덜란드 임신부를 덮친 비아그라 공포는 앞선 영국에서 시행된 연구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된 바 있다.

당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비아그라를 복용한 임신부의 신생아에서 사망 및 이상반응과 비아그라와의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을뿐더러 유의미한 혜택도 없었다(Lancet Child Adolesc Health 2018;2:93~102).

이 연구를 진행한 영국 리버풀대학 Zarko Alfirevic 교수는 논문을 통해 "태아의 성장지연이 심각한 임신부는 비아그라를 복용하더라도 임신 기간이 연장되지 않았고 예후 개선 효과도 없었다"면서 "참가자 동의 하에 진행되는 연구를 제외하고 비아그라를 이들에게 처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네덜란드 연구팀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임신부의 신생아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분석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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