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데이터 사용에 사회적 합의 시급…대학에서 인재 양성도 서둘러야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며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고, 일본은 노인 케어 등 자국에 꼭 필요한 정책을 펴며 헬스케어 분야에서 AI를 발전시키고 있다. 주변국들의 눈부신 성장에 비해 우리나라 AI는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정도라 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최초 인공지능 의료기기 뷰노메드-본에이지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취득한 것이 대표적이라 할 정도로 현재까지 성적표는 초라하다. 뷰노와 AI 영상분석 기업인 루닛 등이 AI로 CT나 MRI 등 의료용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 판별을 돕는 보조적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지만, 정부 정책 및 지원, 인력 부재 등 여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자데이터 사용에 대한 인식 전환해야"

AI가 활동하는 기반은 데이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환자 데이터 사용에 제한이 있어 AI가 발전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AI 발전을 위해 먼저 풀어야 할 숙제로 데이터 사용에 관한 합의를 꼽는다. 우리나라는 환자 데이터가 병원 내에 존재하고 사용할 때도 매우 보수적인 정책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미국 등 외국은 사뭇 다르다. 미국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는 환자 데이터를 병원과 환자가 공유한다. 환자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어떤 연구에 사용됐는지 등을 환자가 알 수 있다.

▲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김남국 교수

심지어 환자 정보가 신약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면 환자에게 돈을 지급하기도 한다.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다른 환자를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환경이다. 

김남국 교수는 "환자 소유인 데이터를 병원이나 회사가 어떻게 사용하고 그 이익을 어떤 방식으로 지불할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 접근이 있어야 AI가 발전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규제도 문제지만 시민단체나 소비자단체가 반대하고 있어, 환자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환자 데이터 사용에 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앞으로 만들어질 데이터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해결하면 되고, 지금까지 저장된 데이터는 정부에 리워드를 주는 등 환자를 위해 사용하도록 하면 된다"고 방법을 제시했다. 

AI 신의료기술 지정에 걸림돌 수두룩

헬스케어 시장의 엄격한 규제가 AI 발전 속도를 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AI에 있어 속도를 내는 중국 시장이 커지고, 기업이 발전하는 것은 우리 기업에겐 분명 새로운 기회지만 우리나라 환경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란 얘기다. 

▲ GF소아과 김우성 원장

GF 소아과 김우성 원장은 "중국 기업과 경쟁하거나 제휴하려면 규제가 너무 많다. 게다가 투자 환경은 보수적이고, 시장은 작고, 수익모델 구축이 불확실하다"며 "최근 투자 관련 자문을 해주고 있는 국내 모 AI 업체는 몇 달 동안 노력해 국내에서 어렵게 투자를 유치했다. 그런데 덜 성숙된 그 기술을 중국에서 몇십 배 되는 투자를 받고 개발하는 경우가 있었다. 새로운 산업에서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업만이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AI를 신의료기술로 지정할 때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윤섭 교수는 "인공지능과 같은 혁신적인 것은 세계 최초라 문헌이 부족함에도 자료를 요청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며 "신의료기술평가는 또 하나의 규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또 필수적 의료행위는 급여화한다는 문케어에서 혁신적이고 새로운 의료기술이 어떻게 편입될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범위에 포함될지, 포함돼도 적정한 수가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산업계는 부정적이란 게 최 교수의 의견이다.

"AI 시대에 경쟁력 갖춘 의사 양성하려면 교육 혁신이 필수"

헬스케어 분야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AI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인력이 태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남국 교수는 "AI를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있다고 해도 기업에 있지 아카데미에는 없다"고 걱정한다. 우리나라가 AI를 헬스케어 분야에서 활용하려면 인력을 먼저 양성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AI 얘기가 나온 2013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인력을 양성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만큼 간절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먼저 대학교육을 바꿔야 한다. AI를 잘 아는 사람이 대학에 없으면 AI 발전은 물론 퀄리티도 올라가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이어 "최근 많은 회사가 AI 관련 인력을 엄청나게 채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력 양성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도 김 교수와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AI 시대의 경쟁력을 가진 의사를 양성하려면 의대교육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지금 의대를 다니는 학생들 그리고 앞으로 의대에 들어올 학생들은 처음 진료현장에 나올 때부터 인공지능과 함께 진료를 시작할게 될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났지만 의대에서 기존 패러다임의 교육을 받고 있다. 따라서 결국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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