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으로 날개 단 중국 AI ...고령화 극복 위해 AI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일본

국내헬스케어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음성으로 인식해 자동으로 컴퓨터에 저장하고, 의료 차트나 데이터를 통해 진단정보를 제공하며, 영상 이미지를 분석하는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우리를 둘러싼 아시아 국가에서도 인공지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인공지능 '굴기'를 표방하면서 앞서가고 있고, 일본은 고령화를 준비하는 인공지능 로봇에 포커스를 맞춰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 규제, 문화 등 여러 이유로 전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중국과 일본의 흐름을 알아보고, 우리나라가 보완해야 할 점을 짚어봤다.

1. 정부지원으로 날개 단 중국, 노인 헬스케어로 진화하는 일본

2. 장벽에 가로막힌 한국 

바이두·알리바바 등 중국 AI 산업 주도

중국 정부는 2017년 7월 인공지능 강국 건설을 목표로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규획'을 발표하고, 인공지능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선언했다.

인공지능 산업 규모는 2015년 이래 매년 30%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2017년에는 전년 대비 51.2% 성장했다. 최근에는 서비스 로봇, 의료, 금융, 개인비서, 가구, 웨어러블기기, 전자상거래, 자율주행 등 분야에 인공지능을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 사진 출처: 중국 바이두 홈피

현재 중국의 인공지능 산업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주도하고 있다. 바이두는 AI 기술플랫폼 그룹(AIG), 딥러닝연구원, 실리콘밸리에 AI Lab 등을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는 약 380명의 AI Lab을 운영하고 있고, 알리바바는 데이터 분석 기술 개발팀과 AI 연구팀을 보유하는 등 기업 산하에 500~1000명 규모의 연구조직을 운영 중이다.

의사 돕는 AI 로봇 개발 ‘속속’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최근 인공지능과 의료를 결합한 제품 '미잉(Miying)'을 공개했다. 미잉은 중국 내 첫 개방형 의료 인공지능 엔진으로, 의사들이 암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용 이미징 프로그램이다.

미잉은 중국 100여 개의 3급 대형병원과 협력을 거쳐 의사의 진단을 보조해 700여 종의 질병을 예측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또 외래 진료 시 사용하는 90% 이상의 영상 이미지를 판독할 수 있다. 미잉은 10초 이내 폐암 검진이 가능하고, 정확도는 90%인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 측은 미잉이 자연어 처리와 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의학 서적과 자료를 학습하고 이해한다고 밝혔다. 또 자동으로 의료 지식 도감을 만들 수 있는 등 의사가 배우는 방식과 유사하게 학습한다고 발표했다. 텐센트는 미잉 발표 이후 허베이성, 칭하이성 정부 등과 인터넷플러스 의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중국 인공지능 수준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빨리 가고 있다. 인공지능이 의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환자 질병을 진단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아이플라이테크와 중국칭화대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AI 로봇 '샤오이'가 의사 자격시험을 봤고, 합격선인 360점을 넘은 456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샤오이는 이후 수십 권의 의학서적과 200만 건의 의료 기록, 40만 건의 기사 등을 통해 의료 지식을 습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칭화대 연구팀은 "샤오이는 배우고, 추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샤오이가 의사로서 역할을 하기보다 의사를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오이가 의사를 돕는 역할에 머문다면, 인공지능 기업 피어닥(PereDoc)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실제 환자를 진단하는 최일선에 서 있다. 폐 질환 환자의 X-ray 영상을 일차적으로 진단하는 이 프로그램은 하루 1만 명이 넘는 환자를 보고 있다. 

부족한 의사 인력, AI로 해결

중국에 병원을 열었던 경험이 있고, 또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GF소아과 김우성 원장은 중국의 이러한 빠른 변화를 의사 인력 부족과 성공 가능성에서 찾는다. 

김 원장은 중국은 넓은 땅에 비교해 의사가 부족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AI를 발전시키고 있다며 △농촌지역 정부 무료 검진 시 정부 지원 △제약회사 스폰서 △ 실제 의료서비스 수가 수령 △ 원격진단 시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수익모델을 갖고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2006년부터 중국에 AI 회사가 많이 생겨 수익모델을 내고 있는데, 당뇨병성 망막병성 조기 스크리닝 검사, 유방 질병 보조진단, 종양 관련 의학영상 등 벌써 13개 업체가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노출이 안 된 스타트업 의료 AI 회사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도 성장요인으로 꼽았다. 임상서비스, 보조임상서비스, 보험, 정부 서비스 및 포털, 처방전 제품 등 8가지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를 정부가 지정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김 원장은 "중국은 정부의 지원 아래 신뢰성을 확보한 다수의 성공 기업이 출연했다"며 "건강관리 사업을 하는 핑안굳닥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홍콩 증시에 상장하며 약 1.18조원을 유치했고, 앱 등록 회원 수만 약 2억 명, 월 액티브 유저가 3000만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국은 정부의 지원 정책, 투자 기관의 공격적 투자, 인재들의 창업 및 스타트업 취업 선호, 헬스케어 액셀러레이터 활동 등을 바탕으로 AI 세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부양에서 자립으로…노인 헬스케어 진화하는 일본
2년 후부터 AI·로봇 의료행위에 진료보수 지급

헬스케어 AI 분야에서 중국이 달리고 있다면 일본은 자기 길을 찾아 걷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일본 보건의료 시스템의 걱정이라면 초고령화, 이로 인한 의료비 증대 그리고 의사 부족과 의사 편재, 지역의료 붕괴 등이다. 실제 일본의 고령화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 감정인식 로봇 "폐페" (사진 출처: 소프트뱅크 홈피)

일본은 제1차 베이비붐 세대를 일컫는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가 모두 75세가 되는 2030년에는 국민연금 1262조 엔, 의료비 458조 엔, 요양 간병비 247조 엔이 소요되는 시대를 맞는다.

일각에서는 초고령화가 사회 인프라와 복지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공적연금과 사회 보장 재원을 고갈시키는 불안 요인이 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일본 정부는 2013년 관련 부처 간 통합 지원체계로 ‘건강의료전략추진본부’를 설치하고, 노인을 '부양'에서 '자립'하도록 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 방안으로 일본 정부가 선택한 것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나 IoT 기술이다. 

노인 헬스케어의 진화…간병인력 부족 해소

노인을 돌보는 로봇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 충격이었다. 하지만 로봇의 보살핌을 받은 노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만족하는 노인이 많았던 것. 이런 현상은 간병 인력 부족으로 시달리던 정부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2014년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감정인식 로봇 '페퍼(Pepper)'가 대표적이다. 페퍼는 인간과 모습이 비슷하고, IBM 왓슨을 통해 지능이 업그레이드된다.

또 스마트폰처럼 목적에 맞는 다양한 페퍼용 앱을 설치해 사용하는데, 요양시설에서 레크리에이션을 담당하고 노인들의 말벗 역할도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노인의 체성분과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해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카운슬러로도 활동한다. 이에 일본 로봇 회사들은 성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노인을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거나 밥과 반찬을 입에 넣어주는 등 돌보는 것이 로봇의 목표였다면 최근에 등장한 AI 기반 로봇은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로봇이 노인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한다.

최근 후지 소프트가 개발한 '파로'도 같은 맥락의 로봇이다. 이 로봇은 내장된 카메라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처음 만나는 것도 알아차리고, 혼자 레크리에이션도 진행할 수 있다. 심지어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치료하기도 한다. 

▲ 물범 모양의 애완 로봇 "파로"(사진 출처, 파로 홈피)

성균관대 디지털헬스케어 최윤섭 교수(디지털헬스케어 연구소 소장)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 교수는 "다만, 한국과 같은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새로운 수가를 만들려면 인공지능이 계산 결과를 내어놓는 과정을 '의료 행위'로 인정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 논의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의료행위에 진료보수 지급 예정

일본이 노인 케어에만 AI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 진료를 돕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고, 오는 2020년부터 AI나 로봇을 이용한 의료행위에 진료보수(일본에서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진찰 또는 수술, 조제 등 의료행위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를 지급하는 정책도 펴고 있다. 

2016년 지치의대 이시카와 시즈키요 교수팀은 AI 기술을 활용해 환자 진료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지치의대와 5개 의료기기업체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환자가 자신의 증상과 발병 시기 등을 로봇의 지시에 따라 화면에 입력하면 로봇이 그 정보를 받아 '화이트 잭'이라는 인공지능이 수만 건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가 걸릴 수 있는 질병과 필요한 검사 등을 알려준다. 이후 의사가 자세한 증상과 정보 등을 추가하면 화이트 잭이 다시 압축된 병명을 제시하고 확률도 계산한다. 

일본은 AI에 수가를 적용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인다. 

최근 도쿄대 의과학연구소는 2015년 7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미국 IBM 왓슨을 활용해 암 환자 54명의 정보를 입력했다. 그 결과 41명의 진단 및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는 2020년부터 AI를 활용한 의료행위에도 진료보수를 적용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결정이 의료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간병 등 분야에서 인력 부족 현상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관련 업계의 AI 개발과 의료기관의 관련 설비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있기도 하다. 병원에서 활용되는 AI는 지치의대가 개발한 것처럼 쓰일 것이란 게 많은 전문가의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는 "병원 안으로 들어온 AI는 일본 사례처럼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의사가 한 진단을 더욱 정확하게 하거나 진단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의사가 하기 싫은 잡일은 AI가 할 것이고, 의사가 꼭 하고 싶은 분야에는 AI가 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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