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인슐린 저항성 해결사 저평가 아쉽다”

 

글리타존(티아졸리딘디온 제제) 계열 항당뇨병제는 대한민국 당뇨병 환자들에게 가장 취약한 비만성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약물이지만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 2007년 발발한 로시글리타존의 심혈관 안전성 이슈 때문이다. 최종 조사에서 연관성 없음으로 나왔고 미국에서 재허가도 됐지만 여전히 명예회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이 약물이 갖는 인슐린 저항성 개선 효과가 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항당뇨병 효과를 넘어 지방간, 치매에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새로운 약물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본지가 창간특집을 기념해 글리타존 계열의 유용성을 재조명했다.

국내 글리타존 처방량 저조
국내에서 쓰이고 있는 항당뇨병제를 주연급과 조연급으로 나누면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가 주연급, 그 외 설포닐우레아제, 알파글루코시다제, GLP-1 제제, 글리타존계열 등은 조연급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연간 처방량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가 주연급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은 혈당 조절이라는 기본적인 효과에 충실하면서 각각 저혈당 위험 개선과 심혈관 안전성 입증 및 예방이라는 부가적인 무기를 장착하고 있어서다. 이런 장점으로 처방량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약제와 필적할 만한 능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약물이 있는데 바로 글리타존이다.

당뇨병 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들은 이구동성으로 글리타존 약물이 저평가됐다고 말한다. 즉 글리타존이 매우 좋은 당뇨병 치료제임에도 많이 처방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저평가의 핵심은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 개선 효과다.

인슐린은 당질, 지질 및 단백질 등 에너지대사를 총체적으로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생체호르몬이다. 또한 성장 및 전해질 조절에도 관여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겼다고 하는 것은 생리적 인슐린 농도가 인슐린작용(인슐린 감수성, insulin sensitivity)이 정상보다 저하된 대사 상태(metabolic state)를 말한다.

가천의대 최철수 교수(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지난 2009년 대한당뇨병학회 공식 학술지인 DMJ에 "인슐린은 췌장 베타세포에서 식후 분비돼 근육으로 포도당섭취(glucose uptake)를 촉진하거나 간에서 포도당생성(hepatic glucose output, HGO)을 억제해 혈당을 조절하고, 지방조직에서 지방산분해(lipolysis)를 억제해 섭취된 에너지를 저장하는데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이 부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인슐린 작용이 감소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이런 인슐린 저항성 환자가 국내에서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유는 대사 이상이 가장 크다. 그중에서도 비만을 주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에너지원인 포도당은 지방세포로 축적되는데 초과되면 지방이 간과 근육으로 저장되고 이 과정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난다. 특히 초기 간과 근육 내 지방 축적에 따른 염증반응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더욱 심한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슐린은 생체호르몬으로서 인체 내 수많은 기능을 담당하는 과정에서 당질 및 지질대사 작용이 감소하면 대사성 질환을 유발하는 것이다.

가톨릭의대 김성래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를 종합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서구화된 식단과 과식 등으로 인한 비만이 주원인"이라면서 "이로 인해 당뇨병이 발생하기도 하고 콜레스테롤 이상을 동반한 대사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상의대 정태식 교수가 올해 4월 DMJ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환자에서 인슐린 저항성 문제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문제는 국내 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성래 교수가 국내 환자의 당뇨병 발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10년 진행한 SURPRISE 연구와 그 후속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슐린 분비능장애(분비부족)보다 인슐린 저항성 환자가 더 많으며,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Diabetes Metab J. 2015 Oct;39(5):387-394, Diabetes Metab J. 2018 Apr;42(2):137-146).

국내 환자 상당수 인슐린 저항성 동반

SURPRISE 연구가 실시된 배경은 우리나라 사람들에서 인슐린 저항성과 인슐린 분비 부족의 임상적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 1차 의료기관에서 새로 당뇨병을 진단받은 1314명을 모집했고, 인슐린 저항성 진단 유무를 관찰했다. 연구에서 인슐린 저항성은 국제적 바이오마커인 HOMA-IR 수치 2.5 이상으로 정의했다. 또한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25.2 kg/㎡였으며 환자의 71%가 대사증후군이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의 60%가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펩타이드 수치에 따른 구분에서 또 중등도~중증 인슐린 분비부족인 환자군은 20.2%를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당뇨병 환자 중 10명 중 6명은 인슐린 저항성이고 10명 중 2명은 인슐린 분비부족인 환자인 셈이다<표1>.

 

김 교수는 "과거 종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양인들과 달리 비만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 인슐린 저항성보다는 인슐린 분비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더 클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그 반대로 나왔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당뇨병 환자의 임상적 특성에 상당한 변화가 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진행된 연구는 SURPRISE 연구 이후 다시 6년이 지난 시점에서 인슐린 저항성 발생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관찰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대학병원 및 개원가에서 새로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 912명을 모집했다. 연구 디자인은 SURPRISE와 거의 유사했다.

분석 결과, 인슐린 저항성 환자는 75.1%로 앞서 진행된  SURPRISE 연구 결과보다 더 늘어났다. 또 인슐린 분비부족을 의미하는 베타세포부전 환자는 22.6%를 차지했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젊은 연령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환자를 연령대로 나눴을 때 40세 이전 환자들의 인슐린 저항성 비율은 각각 72.8%인 반면에 65세 이상에서는 57.3%로 차이가 확연했다<표2>.

또한 인슐린 저항성이 BMI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BMI 18.5㎏/㎡ 미만 18.5~22.9㎏/㎡, 23.0~24.9㎏/㎡, 25.0~29.9㎏/㎡, 30.0㎏/㎡ 이상에서 인슐린 저항성 환자 비율은 각각 16.7%, 44.6%, 58.8%, 77.1%, 86.4%로 비만할수록 인슐린 저항성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2010년도와 비교해 인슐린 저항성 환자가 더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연구 준비 과정을 고려해 실제 연구 기간을 고려하면 5~6년 만에 인슐린 저항성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젊은 사람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비만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서양의 비만 심각도에 대해 "서양과 우리나라는 체형 자체가 다르고 같은 BMI더라도 내장지방은 우리나라가 더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BMI 25㎏/㎡는 서양 BMI 30㎏/㎡과 같은 정도로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젊은 남성은 체계적으로 건강검진을 잘 받으라고 주문하는 한편 일상생활에서도 맵고 짜거나 기름진 음식을 줄이려는 생활습관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짜고 자극적인 음식이 혈압을 상승시키므로 고혈압 환자만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뇨병 환자도 포함된다. 음식도 혈당에 관여하며 또한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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