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특별 좌담회 上]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의-정 맞짱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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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재인 정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발표된 이후, 이를 둘러싼 사회적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찬성과 반대의견이 각자 분절적으로 전달되면서 오히려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본지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주제로 한 의-정 맞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의-정이 건보 보장성 강화대책을 갖고 양자 간 공개토론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시 및 장소 : 2018년 7월 4일, 달개비▶ 참석자-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 대한의사협회 이용진 전 기획부회장-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보건정책연구실장[좌담회 上] 문케어 포퓰리즘? 문제의 시작인가 시대적 흐름인가[좌담회 下] "기저수가 올려야 적정수가 체감" vs "국민설득 난감"사회·메디칼업저버 고신정 기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발표 후 이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쟁점을 정리하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며,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취지로 이번 토론을 기획했다. 모쪼록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문케어 포퓰리즘? 문제의 시작인가 시대적 흐름인가
 

이용진 전 의협 기획부회장(이하 이): 일단 용어정리부터 제안하고 싶다. 지난해 대통령이 정책  발표를 하고 난 뒤, 정책 명칭이 문재인 케어로 이름지어졌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 지지자들은 묻지마 찬성, 정부 입장에서는 주요 현안으로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정책이 됐다.

사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그것만 따로 떼어내 추진할 수 없는 일이다. 수가와 건강보험료 인상 등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그런데 '문케어=보장성 강화=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라는 공식으로 알려지다 보니 의사들이 반대하고, 의-정이 상호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낡은 건강보험제도를 어떻게 개혁해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도록 할 것이냐다. 지금이라도 문케어라는 이름을 이를테면 '제대로 건강보험 운동' 등으로 바꾸고, 보장성 강화와 수가 적정화, 보험료 인상 등 건강보험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에 정책 추진의 목적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손영래 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이하 손): 복지부가 작년 8월부터 스무 차례 이상 관련 정책 발표를 했던 것 같은데, 그때마다 말씀드린 명칭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다. 문케어라는 이름은 언론에 의해 네이밍되고, 사회적으로 회자된 측면이 있다. 문케어라는 말은 사실 정부 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용어다. 정권의 이름을 정책 용어로 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이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적어도 정치권에서는 이미 합의가 돼 있다고 느껴진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여야가 유사한 정책을 내놨고, 이것이 섞이면서 정책으로 완성된 것이다. 보통 대통령이 직접 정책을 발표할 정도가 되면 그 방향이 맞느냐를 두고 정치적 공방이 있는데, 이 정책은 그런 논쟁이 없다. 범위와 속도, 또 정책 추진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부 부작용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지만 총론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보인다.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이하 성): 반면에 정치적인 행위에 의해 희석되거나 오염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정치적 행위와 맞물려 이상적으로 포장되고 선전되면서,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나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비급여를 모두 급여화 한다고 하니, 의료계에서는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뒤늦게 전면 급여화가 아닌 대폭 급여화라고 설명하긴 했지만, 의료계 내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 교과서적으로 보면 의료정책은 전문가들이 모여 지금 제일 필요한 게 무엇인지 토론하고, 그 내용을 갖고 정부와 전문가단체가 정치권과 국민을 설득하면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인데, 과거 의약분업부터 지난 정부의 4대 중증 보장성 강화, 그리고 이번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까지 다 위에서 오더가 내려오는 형태다.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가장 급한 게 그게 아닌데, 위에서 결정을 내려서 하달하는 구조가 되다 보니 현실과 간극이 생기는 것이다.

 

: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2000년대를 지나면서 보건의료 거시정책, 아니 보건의료를 넘어 한국 사회 거시정책의 대부분이 정치적 결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행정부에 있던 의사결정 권한들이 정치권력 쪽으로 이동하면서, 정치적 결정을 통해 큰 의사결정이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 때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라는 정책결정이 당시 대선공간을 통해 확립되면서, 그것이 큰 의사결정이 됐고, 정부의 핵심 보건의료정책이 됐다. 이런 형태의 의사결정은 사회 발전에 따른 바람직한 현상이며, 앞으로 더 강해질 것으로 본다.

의협도 생각해야 할 것이 정부와 논의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각 이해단체가 어젠다 세팅에 어떻게 참여할 것이냐가 매우 중요해졌다.

 

: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너무 보장성에만 매몰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다 보니 포퓰리즘적 요소가 많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국민들이 필요한 비용을 내고, 그 한정된 재정 안에서 우선순위를 갖고 보장을 해나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부는 손해를 보기도, 참아야 하는 일도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어떤 부분에서는 국민을 설득하고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정치권도 정부도 그걸 하지 않고 있다.

 

신현웅 보사연 보건정책연구실장(이하 신): 정치적인 의사결정이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어떻게 참여할지가 점점 더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이미 정책의 방향성이 정해진 상황에서 보다 집중해야 할 것은 정책 집행 과정일 것이다.

의협측 지적대로 사실 우리가 지금 너무 보장성 강화에 매몰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으로 이를 끌어나가다 보니 국민이 관심 있어 하고 체감하기 쉬운 보장성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 정치적 어젠다로 세팅돼 있기는 하지만, 그 집행 과정에서 정부가 적정보장-적정부담-적정수가의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

 

: 이번 대책이 지금까지 정책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정부를 포함한 내각 전체가 말씀하신 삼자균형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들도 보장성 강화를 해왔지만 그때는 정말 보장성 강화 자체가 지상과제였다. 이번에는 비급여 발생 원인이 수가의 불충분에 있고, 따라서 적정수가가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이미 전제하고 있다.

부담에 대해서도 사실 발표과정에서는 적어도 지난 10년 평균 인상률은 가져가야 한다고 돌려 설명드렸지만, 앞으로 5년간 해마다 평균 3.2% 정도의 보험료 인상률이 동반된다는 내용을 함께 담고 있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각각의 폭과 정도가 적합한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겠지만, 삼자를 모두 고려해 대책을 짜고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일보할 수 있는 기회다.

# "필수의료부터, 점진적으로"
의료계가 말하는 보장성 원칙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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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의-정 양자가 모두 동의하고 있다. 다만 각자가 생각하는 보장성 강화의 원칙이나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존재하는 듯하다. 의료계가 생각하는 보장성 강화의 원칙은 뭔가?

 

: 보장성 강화의 우선순위가 지금까지는 국민 필요에 따라 결정돼 왔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필요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의학적 판단과 기준도 존중돼야 한다는 게 의료계 생각이다. 아울러 전문가의 적절한 참여가 보장돼야 하고, 시간적 완급조절도 필요하다.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면서 공급자의 피해와 희생을 요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달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달라는 게 우리의 요청이다.

 

: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도 대체로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사회보험을 하는 나라치고는 비급여가 광대하다. 보험 안 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MRI나 초음파 같은 경우는 충분히 효과성이 입증돼 진작 보험을 했어야 하는 것인데 재정문제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이고, 다른 한쪽에 상급병실료처럼 국민 의료비 부담이 컸던 비급여도 존재한다.

실은 이것이 다 얽혀 있는 문제다. 수가가 낮아 보상이 안 되는 측면이 있었고, 비급여가 불충분한 수가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는 역할로 쓰여왔다. 때문에 보장성 강화와 수가를 올리는 작업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책이 잘 구사되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회: 의료계가 계속 주장하는 것이, 보장성 강화에는 동의하되 필수의료에 대해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논의를 진행해 나가자면 이에 대한 정리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어디까지가 필수의료고, 어떻게 가는 것이 점진적이냐.

 

: 필수의료의 개념을 어떻게 할 것이냐면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정리도 미흡한 상황이라, 이번에 논의할 때 함께 정리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응급이나 중환자·소아 진료·취약계층 지원 등 선택적으로 집중해 보장할 부분이 있고, 미용이나 통증치료처럼 시장이나 자율경쟁에 맡겨야 할 부분이 있고, 체계적으로 보장성을 확대해 나가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나눠 가자는 것이다.

 

: 급여 우선순위도 문제다. 국민이 원한다고 상급병실부터 보험으로 하는 게 우선이냐 하면 그것은 의문이다. 일례로 산정불가 기준 비급여가 지금 300여 개가량 존재한다. 의료행위를 하고도 비용을 못 받고, 비용을 받으면 범법행위가 되는 매우 불합리한 부분이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이런 부분은 놔두고 국민이 원하는, 또 정부가 생각하는 로드맵에 맞춰 상급병실부터 급여화한다니 우선순위가 바뀐 느낌이 든다.

점진적인 추진을 강조한 배경은 이렇다. 복지부가 MRI·초음파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언제까지 얼마나 하겠다' 이런 로드맵을 갖고 접근했는데 이런 것이 의료계는 매우 부담스럽고 정부의 일방적인 독주라는 생각이 든다. 의료계가 충분히 의사전달을 할 수 없는 여건에 있을 수도 있고, 의료계 내부의 합치된 의견을 만들어내기에 시간적 부담이 큰 사안들도 있다. 이에 대한 배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일단 이번 보장성 강화정책은 과거처럼 질환이나 계층을 구별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는 모두 급여로 옮기자는 방향성을 갖고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기존 보장성 대책과 가장 큰 차별점이자 특징이다. 상급병실과 기준 비급여는 정부가 봐도 둘 다 중요한 문제로, 기준 비급여는 급여전환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또 하나 보장성 로드맵에 대한 사회적으로 합의를 가져갈 때 공급자와 가입자 중 어디가 더 중요할까라는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건 조금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보장성 강화라는 게 결국은 국민이 낸 보험료를 어디에 쓸지에 대한 의사결정의 문제인데, 이를 결정하는 데는 공급자도 중요하지만 가입자의 뜻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 내 생각은 다르다. 그렇게 하려면 일단 '공급자에게 공급자로서의 권리를 준 상태'라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기준 비급여 문제처럼 공급자의 권리 자체를 박탈한 상태에서, 가입자 권리만 보장한다? 그것은 공정한 룰이 아니다.

 

: 재원을 어디에 쓸 것이냐에 대한 결정권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가입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가입자가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의학적 판단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 공급자에 우선적으로 바운더리를 결정할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대중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것은 의학적으로 불필요하다, 급하게 돈을 쓸 일이 아니다' 라고 공급자가 가입자를 설득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본다.

 

: 지금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가입자를 설득하는 역할을 맡기고 싶다면 일단 공급자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야 한다. 건정심 구조를 개편하고, 의료행위를 하고도 제대로 된 비용을 받지 못하게 해놓은 잘못된 고시들을 철폐하는 등의 작업을 하고 나서, 가입자의 권리를 보장하자면 우리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공급자 발목에는 족쇄를 채워두고 가입자의 권리만 주장하니,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 의료계 입장에서 기회가 열리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과거 급여화 과정에서 보면, 시민단체들이 기존 비급여 규모, 이른바 관행가 보장을 전혀 못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일단 현존하는 비급여 총액만큼 급여화에 투입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의료계가 잘 활용하면 그동안 쌓인 모순을 해결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 단기적으로 보면 그 말이 맞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이번 대책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의료계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정책 추진과정에서 급여화가 이뤄져도 의료기관이 손실을 입지 않는다는 경험, 의사가 의료전문가로서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면, 앞으로의 의정관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의료계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부 입장에서도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下)편에 계속.
 #건보재정 안정성 #수가 적정화 #비급여 급여화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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