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EASD 심혈관 위험 유무 맞춤 치료 강조
대한당뇨병학회도 최종본 발표 앞두고 검토 돌입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가 공동 제작 중인 제2형 당뇨병 가이드라인이 본격적인 치료에 돌입하기전 심혈관 질환 유무를 강조한 것과 관련해 대한당뇨병학회(KDA)도 검토에 들어갔다.

KDA는 내년 춘계학술대회에서 제2형 당뇨병 진료지침 최종본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번 공동 가이드라인에서 나온 내용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얼마나 수용할 지 관심이다.

최근 ADA가 공개한 웹캐스트(webcast)에 따르면, 공동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심혈관 위험 유무 및 환자 특성에 따른 맞춤 치료다.

이런 기조는 치료 흐름도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은 초치료로 메트포르민을 선택한 후 다양한 계열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새 공동 가이드라인은 메트포르민 이후 2제요법을 고르기 전에 죽상동맥경화심혈관질환(ASCVD) 또는 심부전(HF) 질환 유무를 먼저 살펴보도록 했다.

ADA-EASD 심혈관 위험 유무 맞춤 치료 강조

메트포르민 선택 후 ASCVD나 HF가 있으면 심혈관 개선 효과가 입증된 GLP-1 제제 또는 SGLT-2 억제제를 2제 요법으로 사용하고, 이후에도 목표혈당에 도달하지 못하면 심혈관 안전성이 입증된 또 다른 계열의 약물을 3제요법으로 추가하도록 했다. 그런 약물로는 DPP-4 억제제 베이잘(기저) 인슐린, 글리타존 계열(T2D), 설포닐유레아 계열을 제시했다.

다만 심부전이 있는 환자는 앞서 확인된 연구 근거에 따라 글리타존 계열과 DPP-4 억제제 중 삭사글립틴은 피할 것을 강조했다.

이와 반대로 ASCVD나 HF가 없으면 저혈당이 발생하지 않도록 초점을 맞추면서 SGLT-2 억제제, GLP-1 제제, 글리타존 계열, DPP-4 억제제 등 다양한 약물을 2제요법에 쓸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3제요법은 2제요법에서 쓰지 않았던 다른 약물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특이한 점은 국내 가이드라인과 달리 SU 제제가 2제요법과 3제요법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편 ASCVD나 HF가 없지만 체중과 관련된 동반질환 이슈가 있거나 체중 감소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라면 2제요법으로 SGLT-2 억제제나 GLP-1 제제를 사용하도록 했다.

반대로 동반질환 유무 확인이 필요 없거나 의료비용이 중요한 환자라면 SU제제 또는 글리타존 약물 사용을 지시했다. 이후 3제 요법으로는 NPH 인슐린이나 DPP-4 억제제 또는 가장 저렴한 SGLT-2 억제제를 쓰도록 했다.

클릭하면 확대

주사형 치료제 전략 GLP-1 제제 강조

주사형 치료 권고도 세부적으로 마련한 점이 눈에 띈다.

이번 권고에서 양 학회는 주사형 치료제는 효과적인 목표혈당 조절 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인슐린 치료에 앞서 GLP-1 제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2제 또는 3제 치료 전략을 썼음에도 목표혈당 도달에 실패하면 인슐린보다 GLP-1 제제 추가를 고려하라고 제안했다.

GLP-1 제제 추가에도 불구하고 목표혈당 조절에 실패하면 다음 전략으로 베이잘(기저) 인슐린 및 용량 조절을 제시했다. 이마저도 실패했을 때 프란디알(식전) 인슐린 추가 및 용량 조절하는 것을 제안했고, 이후 최대 용량의 베이잘 볼루스(bolus) 인슐린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2제 또는 3제 치료에서 이미 GLP-1 제제를 쓰고 있는 환자의 경우 다양한 인슐린의 용량 증가 또는 타 인슐린 추가를 강조했다.

우선 기저 인슐린을 쓰도록 했고, 이후 실패했을 때 인슐린 용량 증가를 시도하고 안 되면 프란디알 인슐린을 추가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실패 시 저혈당 발생에 주의하면서 프리믹스 인슐린 치료 전략과 최대 용량의 베이잘 볼루스 인슐린 전략 순으로 진행해볼 것을 제안했다.

결과적으로는 주사형 치료에서는 GLP-1 제제, 베이잘 인슐린(용량 추가), 프란디알 인슐린(용량 추가), 최고 용량의 베이잘 볼루스 인슐린 추가 순으로 제시한 것이다.

또한 단계마다 변화를 줄 때 저혈당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쓰고 기타 다른 위험요인이 발생하지 않는지도 꼼꼼히 살필 것을 주문했다.

국내 가이드라인과 다른 점은?

이런 가운데 ADA·EASD의 치료 전략은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가 제시한 것과 차이를 보여 수정 전략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 2017년 개정한 제2형 당뇨병 약제치료 지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ASCVD 및 심부전 위험 요인에 대한 사전 평가는 들어 있지 않다.

다만 환자의 임상적 특징, 약제 효능, 부작용, 비용을 고려해 적절한 당뇨병 치료약제를 선택하라고 돼 있을 뿐이다. 또 약제 병합 시 혈당강하 효능, 저혈당 위험, 체중 증가, 심혈관질환 위험 등을 고려하고 특히 2제 이상의 병합요법 시 서로 다른 약제의 작용기전, 상호작용, 비용, 순응도를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치료전략도 초치료에서 생활습관 개선과 메트포르민 전략 이후 다양한 약물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는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TZD, GLP-1 제제, SU, 알파글루코시다제, 인슐린 등이 포함돼 있다. 2제요법과 3제요법에 대한 구체적 선택기준은 제시하지 않아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지만 약제별 치료전략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2제 병합요법으로도 3개월 이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3제 병합요법을 시행하고 약제병합은 혈당강하 효능, 저혈당 위험, 체중 증가, 심혈관질환 발생 및 국내 임상자료 결과 여부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기술돼 있다.

반면 ADA·EASD는 ASCVD 및 심부전 위험을 평가하고 약물도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를 강조하며, 2제와 3제요법에 대한 구체적인 조합을 제시하면서 일부 위험성 있는 약제는 사용하지 말 것을 제시했다는 특징이 있다.

주사형 제제 치료 전략도 우리나라는 적절한 경구혈당강하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혈당조절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인슐린요법을 시행하고, GLP-1 제제는 단독요법, 또는 경구약제 및 기저인슐린과 병용할 수 있다고 언급돼 있다.

특히 인슐린 치료는 환자 상태에 따라 기저인슐린, 1일 1~2회 혼합형인슐린으로 시작하고, 그럼에도 목표혈당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회 인슐린 주사를 시행하도록 했으며, 환자 상태에 따라 경구혈당강하제와 인슐린 병합요법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ADA·EASD는 인슐린보다는 GLP-1 제제를 우선적으로 쓸 것을 추천하고 있으며, 치료 실패에 따른 단계별 전략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따라서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수용개작이 이뤄질지 관심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위원장 권혁상 교수(여의도성모병원)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는 좋은 전략인 것 같다. 또한 체중 조절이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전략을 세부적으로 제시한 것도 흥미롭다"면서 "게다가 심혈관 사건 예방 및 체중 감소 근거가 있는 약물을 일일이 제시한 것도 눈길을 끄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치료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검토해야 하는 것은 맞다. 다만 이런 부분이 국내 지침에 반영되려면 국내 근거가 더 필요하다. 리얼월드 데이터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더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DA·EASD 공동 가이드라인 최종본은 오는 10월 EASD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되며 대한당뇨병학회는 내년 춘계학술대회에서 제2형 당뇨병 진료지침 최종본을 발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