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혈압조절에 따른 혜택 있어" vs "낮춰야 할 근거 불충분"

▲ 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은 18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1st Voice of KCRI'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서는 뇌졸중 환자의 목표혈압에 대한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뇌졸중 환자의 목표혈압을 두고 뇌졸중 전문가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심장학계가 제시한 목표혈압 '130/80mmHg 미만'을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은 적극적인 혈압조절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140/90mmHg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KCRI)은 18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1st Voice of KCRI' 심포지엄을 개최, 뇌졸중 환자의 목표혈압에 대한 논의를 펼쳤다.

뇌졸중 환자 목표혈압 제시할 수 있는 근거 불충분

뇌졸중 환자의 목표혈압은 확실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뇌졸중 또는 뇌혈관질환 환자는 약물조절이 어렵고 약물에 대한 부작용 위험이 높아 혈압조절 관련 연구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게다가 뇌졸중 환자는 고령이 많고 심부전 또는 신장기능 이상 등 다른 장기 문제도 흔히 동반하며,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이 있는 환자도 상당하다.

때문에 뇌졸중 환자의 목표혈압을 본 연구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또는 심혈관질환이 있는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고혈압제 임상시험의 이차분석이 대다수다. 

직접적으로 뇌졸중 환자의 혈압조절에 따른 예후를 본 연구 중 2013년 발표된 SPS3 연구에서는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받은 환자에서 뇌졸중 재발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인 유의성 입증에는 실패했다(Lancet 2013;382:507-515).

아울러 미국 심장학계 고혈압 가이드라인 변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SPRINT 연구에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 포함됐지만 뇌졸중 환자는 제외됐다. SPRINT 연구로 뇌졸중 및 뇌혈관질환 환자의 혈압을 보다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으나 강력한 근거가 되진 못했다.

이에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는 뇌졸중 및 뇌혈관질환 환자의 목표혈압을 다르게 제시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는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통해 뇌경색 후 최초로 고혈압이 진단된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80mmHg 이하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 6월 유럽고혈압학회(ESC)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뇌졸중 후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 환자의 목표혈압을 120~130mmHg로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반면 지난 5월 발표된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이들의 목표혈압을 140/90mmHg 이하로 제시하며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추천하지 않았다. 

130/80mmHg 가능…"뇌졸중·뇌출혈 재발 줄일 수 있어"

목표혈압 130/80mmHg 미만을 뇌졸중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혈압조절에 따른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날 발표를 맡은 고려의대 김치경 교수(구로병원 신경과)는 "목표혈압 130/80mmHg 미만의 혜택은 잘 알려졌지만 위험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The lower is the better'라는 개념으로 판단했을 때 뇌졸중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고 본다"며 "적극적인 혈압조절로 위해가 될 수 있는 뇌졸중 환자를 제외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뇌졸중 및 뇌혈관질환 중 뇌출혈의 재발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심포지엄 패널로 참석한 대학병원 신경과 A 교수는 "근거 기반의 미국 가이드라인처럼 뇌졸중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열공(lacunar) 뇌졸중 환자일수록 적극적인 목표혈압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적극적으로 혈압을 관리해 이들을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130/80mmHg 어려워…"낮춰야 할 근거 부족"

반면 목표혈압 130/80mmHg 미만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들은 이를 적용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뇌졸중 환자 목표혈압에 대한 미국 심장학계 권고안의 권고 등급은 IIb며 근거도 메타분석 두 가지가 전부라는 것이다. 목표혈압을 낮춰야 하는 강력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혈압을 10mmHg나 더 낮추는 건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패널로 참석한 B 교수는 "SPRINT 연구가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 변화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지만, 연구에는 뇌졸중 환자가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목표혈압을 바꿀만한 근거가 현재 없다는 것"이라며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뇌졸중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제시해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8월에 발표되는 전체 가이드라인에서 근거를 확인해야겠지만, 권고 등급이 낮기에 목표혈압을 낮추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고 강조했다.

뇌졸중 환자의 인지기능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 교수는 "신경과에서는 환자들의 인지기능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면서 "혈압에 따른 인지기능 변화를 본 무작위 연구는 없지만, 일부 연구에서 목표혈압 140mmHg 미만보단 120mmHg 미만에서 인지기능 변화가 나타났다. 아직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없지만 목표혈압 결정 시 이 같은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참석자 '70%', "3~4년 후 뇌졸중 환자 목표혈압 낮아질 것"

▲ 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은 심포지엄 참석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고혈압 기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44명이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고혈압 기준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무기명 설문조사에는 총 44명이 참여했다.

먼저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에 대한 질문에 미국처럼 130/80mmHg로 변경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26명, 미국과 무관하게 140/90mmHg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18명이었다.

고혈압을 동반한 뇌졸중 환자의 목표혈압은 140/90mmHg 미만이 적절하다는 입장이 16명이었고, 28명은 130/80mmHg 내지는 수축기혈압 130mmHg 이하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3~4년 후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에 대한 전망은 130/80mmHg로 조정될 것이라는 응답자가 31명, 140/90mmHg를 유지한다는 응답자가 13명이었다.

뇌졸중 환자의 목표혈압은 140/90mmHg 미만 또는 130/80mmHg 미만에 각각 14명과 30명이 응답, 약 70%가 앞으로 뇌졸중 환자의 목표혈압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 이승훈 원장(서울대병원 신경과)은 "뇌졸중 환자의 목표혈압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보수적인 입장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를, 진보적인 입장은 적극적으로 조절하자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면서 "아직 목표혈압을 낮춰야 한다는 우리만의 근거가 없기에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라가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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